▲저 기시미 이치로, 역 전경아/ 살림/ 1만3000원

[민주신문=김미화 기자] 2016년 일본 NHK에서 아들러 심리학의 1인자이자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가 직접 강연한 ‘100’편이 방송되면서 일본에서는 ‘아들러 심리학’ 열풍이 일어났다. ‘미움받을 용기’ 이후 아들러 심리학에 관해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사실 아들러 심리학은 겉보기엔 간명해 보여도 대중이 이해하기에는 매우 난해한 이론이다. 그런데 이 강연에서 기시미 이치로가 직접 이론의 난해함을 걷어내고 피부로 느껴지도록 설명해주면서 비로소 아들러 심리학을 실천할 수 있게 됐다는 평이 쏟아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가 실제 강연한 내용을 담아 마치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함을 느낄 수 있으며 멀게만 느껴졌던 아들러 심리학을 손에 잡힐 듯이 이해할 수 있다.

가장 쉽고 명확하게 아들러 심리학을 이해하고 실천하게 하는 책
“삶은 타고난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음먹은 대로 사는 것이다”

기시미 이치로는 총 4부에 걸쳐 인생이 잘 안 돼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실천적 지침을 제시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인생을 완전히 뒤집어보고 괴로움의 정체를 직시하게 하는 1부와 2부다. 여기서 우리는 자신을 괴롭혀왔던 문제의 원인과 목적을 되짚어봄으로써 그것에서 벗어나는 경이를 경험하게 된다.

아들러는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아들러 심리학을 ‘소유의 심리학’이 아니라 ‘사용의 심리학’이라 부른다. 여기서 소유, 즉 ‘주어진 것’은 우리가 곤경에 처할 때 갖다 붙이는 좋은 ‘핑계’가 되어준다. 과거의 기억, 타고난 성격, 자신을 둘러싼 환경 따위가 그런 것들이다. “가정불화가 심해서”, “트라우마가 있어서,” “내성적이라서”, “외모가 그저 그래서”, “집안 형편이 못 받쳐줘서”, “스펙이 나빠서” 등은 얼핏 현실적으로 타당한 듯 보이는 이유들이다. 무한경쟁 사회, 외모지상주의, 수저계급론과 같은 객관적 정황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세상이 온통 이런데 내가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하지만 저자는 ‘나 아닌 다른 요인들에 의해 인생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고 되묻는다. 그러면서 지금의 상황이 만들어진 ‘인과’가 아니라 ‘목적’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자신의 인생이 잘 안 되는 이유라고 생각해왔던 것들을 분석하고 의심하다 보면, 그 실체가 뚜렷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실 1부와 2부를 통해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해체하고 저자의 질문에 끝없이 충돌하게 되므로 매우 괴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을 해부하듯 꿰뚫어보는 이런 과정은 평생 핑계만 대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후회 속에 사는 괴로움에 비하면 순간에 불과하다.

1, 2부를 통해 자신을 괴롭히는 것의 정체를 파악했다면, 3부와 4부에서는 괴로움을 멈추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실천적 가르침을 제시한다.

아들러는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고민이다”라고 했다. 또 인생의 모든 어려움은 나와 나, 나와 남, 나와 세상 사이에서 불거진다고 했으니 이번엔 자신의 인간관계를 들여다봐야 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관계에서 문제는 타인을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존재, 심지어 ‘적’으로 여길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타인을 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으므로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치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같이 어린 시절부터 타인을 경쟁자로 인식하는 제도권 안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오히려 아니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인식도 못 한 채 그렇게 살아왔음을 방증하는 것이므로 더 심각한 상황일 수도 있다. 이렇듯 세상이 적으로 가득하다는 관점에 서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든 남을 짓밟고 우위에 서고자 말겠다는 우월콤플렉스, 아무 가치 없는 존재가 되어 구석에 꼭꼭 숨어 꼼짝도 하지 않으려는 열등콤플렉스에 빠지고 만다. 나는 보잘것없는 사람이니, 혹은 나는 자존감이 강한 사람이니 해당사항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들러가 드는 사례들, 저자의 설명을 듣다 보면 나의 핑계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구나 하는 소름 돋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물론 문제 제기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저자는 원저인 ‘인생의 의미의 심리학’이 주는 통찰을 그대로 전하면서도 타인에 관심 기울이기, 타인은 자신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한 존재가 아님을 깨닫기, 타인과의 과제 분리하기 등 명확한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아들러 심리학을 현실로 옮겨오는 경험을 선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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