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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상승에 정제 마진 비용↑ 환율 하락 실적에 악영향

OPEC, 러시아 산유량 감산 ‘악재’…수출경쟁력 타격 불가피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정유업계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환율 하락과 유가상승으로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환율 하락은 원유를 수입해 정제 마진을 남겨야 하는 정유업계 입장에서선 적지 않은 부담이다.

올해 3분기 정유업계 영업이익률이 1, 2분기에 비해 감소한 것도 실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17일 한국석유공사와 뉴욕상업거래소(NYMEX)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이하 국제유가) 현물가가 올해 8월 초 배럴당 40달러($)선을 돌파한 뒤 5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두 달여 만에 국제유가가 약 25% 상승했다.

더욱이 배럴당 가격이 45달러에서 50달러로 상승한 기간은 한 달에 불과했다. 국제유가는 9월 8일 종가 기준으로 45.43달러를 돌파한 후 이달 7일 50달러를 넘어섰고, 50달러 안팎을 선회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1년 2개월 만에 50달러대에 진입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 월평균 가격도 50달러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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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

국제유가는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석유수출국기구(이하 OPEC)가 9월 말 비공식회의에서 8년 만에 석유 생산 감축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OPEC은 일일 3324만 배럴 생산에서 3250만 배럴 생산으로 합의했다. 하루 20만~70만 배럴을 감산하겠다는 것이다.

비 회원국인 러시아가 원유 공급을 줄이겠다고 밝힌 점도 국제유가 상승세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OPEC은 내달 말 석유 생산 감축을 최종 결정한다.

외국 사모펀드 역시 국제유가 상승을 점쳤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헤지펀드인 앙듀랑캐피털매니지먼트는 최근 올해 국제유가가 60달러, 내년엔 7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헤지펀드는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저유가 장기화 공급이 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인지했다고 판단했다.

정유업계에선 국제유가 상승이 달갑지만은 않다. 원유를 수입해 정제 마진을 남겨야 하지만 원유수입 비용이 증가해 이전보다 거둬들이는 이익이 줄어드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정유업계에선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하게 되면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높다.

타격 우려

여기에 가파른 환율 하락세가 정제유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최근 들어 5% 이상 하락했다.

올 6월 평균 환율은 1168원 수준이었던 것이 지난달 들어 평균 1107원을 기록했다. 이는 5.2% 가량 떨어진 것이다.

기본적으로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하는 기업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정유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환율하락 비중만큼 매출이 줄고 영업이익도 그에 상응해 감소하기 때문이다.

환율이 1달러 당 1000원 일 때 1달러 하는 정제유 한 제품을 10개 수출하면 10000원을 벌 수 있지만, 900원이 되면 9000원 밖에 거둬들이지 못하는 것과 같다.

환율은 10월 들어서도 1110원에서 1136원 사이를 선회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환율 하락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의 발목이 잡히게 됐다. 수출경쟁력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특성상 달러 결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원유는 거래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싱가포르 등 석유선물 시장에서 고시된 환율에 의해 구매되고 있다.

예외적으로 잠정 가격으로 원유를 수입하게 된다.

3Q 실적↓

정유업계 3분기 실적 예상치가 하락 조정세다. 정제 마진이 지난달 반등하면서 실적 상승 기대감이 높았지만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 하락으로 정유업계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제 마진은 7월 평균 배럴당 4.8달러에서 8월에 3.9달러까지 하락했다. 지난달에는 평균 6달러대를 기록하며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높았다.

하지만 이 같은 악재가 발생에 3분기 실적 예상치는 급감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올 7월 SK이노베이션 3분기 영업이익을 6000억원 이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정제 마진이 8월 들어 떨어지고 환율이 하락하면서 9월 이후 실적 예상치는 4000억원 중반대로 낮게 잡혔다.

이는 환율하락이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에쓰오일, GS칼텍스 등도 실적예상치가 하락 조정 국면이다.

올 3분기 정유업계 영업이익률도 1, 2분기에 비해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실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예상 영업이익률은 6~7%로 1, 2분기 10%보다 3~4% 줄어들 전망이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하락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타격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원유를 수입해 재가공한 제품의 60~70% 정도를 수출하는 상황”이라며 “환율하락은 악재로 수출경쟁력 감소를 가져오게 된다”고 우려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유가 상승은 수입시 비용이 더 드는 측면이 있고, 재가공 된 제품 수출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S-OIL 관계자도 “정제 마진은 원유와 재가공된 제품 가격 차이로, 유가 상승이 영업이익을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며 “영업이익 감소 폭은 재가공된 제품의 수급요인에 따라 달라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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