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곤 편집국장

진실이 없다. 오직 의혹만이 난무하고 있다. 찾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머릿싸움만이 존재한다. 진실 찾기는 정치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경제 문화 등 대한민국 전반으로 광범위한 진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라진 진실.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 통수권자부터 ‘모르쇠’로 일관하니 더더욱 그렇다. 

고구마 시대에 답답증을 느낀 국민들은 스스로 각종 추측을 수집해 자신만의 진실을 만들어가고 있다. 자신이 사이다라고 믿으면 그만인 것이다.

갈등의 출발이다.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혹자가 믿는 진실은 다른 이에게는 음모론이다. 진실과 음모가 극렬하게 부딪히며 지역과 세대의 간극을 벌어지게 하고 있다.

작금의 현실이 우려스럽다. 고위공무원이 취중에 진실처럼 토해낸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는 발언이 통용될까 두렵다.

결자해지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진실을 위해서는 권력 뒤에 숨은 그들의 결자해지가 중요하다. 두려울 것이 무엇인가. 의혹을 주장하며 진실에 다가서려는 그들에게 당신들이 믿고 있는 진실을 떳떳하게 밝히면 될 일이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권력에 기댄 각종 의혹의 마지막은 처참한 반성이 됐다. 뒤늦게 진실을 외쳐봐야 소득이 없다. 그때는 이미 또 다른 권력에 의해 진실이 아닌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위의 신’으로까지 불리는 우병우 민정수석부터 국민 앞으로 당당히 걸어 나와야 한다. 뛰어난 ‘코너링’을 자랑하며 ‘꽃보직’으로 갈아 탄 아들 문제 등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진실이 너무나 많다.

최순실. 건드리면 무사할 수 없다고 한다. 각종 특혜 의혹이 무성하다. 공무원 인사까지 관여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 모든 게 의혹에 불과하다면 정말 억울하지 않겠는가. 본인은 물론 자녀까지 의혹의 중심에 선 상태다. 모습을 드러내 당신이 믿고 있는 진실을 토해내라.

이밖에도 故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을 둘러싼 의혹, 화학성분으로 뒤범벅된 각종 청결제품의 안전문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촉발된 국책 금융기관의 전횡 등 진실 찾기는 끝이 없다.

제발 앞으로 나서라. 국민을 믿어라.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진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만 한 그릇은 된다.

나무와 숲

온통 진실 찾기에만 함몰돼 있다 보니 비상등이 켜진 대한민국의 현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산업계 전반이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구조조정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수십만명의 근로자와 가족은 정부 지원제도를 활용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내수경기 활성화에 일조했다고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여전히 지갑 열기가 무섭다고 아우성이다.

여소야대. 야권은 오랜만에 목소리에 힘을 주며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진실 찾기도 중요하다. 하지만 국민의 생존과 복지, 대한민국 브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머릿싸움이 필요한 시점이다.

청와대와 정부기관도 마찬가지다. 의혹의 정점에 서 있다 보니 마비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그래도 실기는 안 된다. 국민들의 축 쳐진 어깨가 안쓰럽지 않은가.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이는 그들의 외침이 두렵지 않은가. 진실한 모습을 요구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