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박정익 기자] 정치권에서 대리전이라는 단어는 유력 인사의 측근이나 후광을 업은 후보자들이 선거에서 맞붙는 형국을 말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상황이 좀 다르다. 유력 대선 잠룡을 지지하는 지지자와 혹은 지지자와 잠룡간의 감정싸움이 도드라지고 있다. 더욱이 법적 다툼까지 예고되고 있다.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 하는 상호 비방전은 야권 대선 후보 1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나타나고 있다. 문 전 대표가 정책 포럼을 앞세워 굳히기로 들어가자 일부 문 전 대표의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유력 잠룡을 겨냥한 각종 의혹과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민주 잠룡 중 하나로 꼽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9일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의혹 제기와 함께 공격을 받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 시장은 “행위에는 책임이 따른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해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권 대선 잠룡군에 속하는 이재명 시장을 시작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에게도 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문재인 전 대표의 공식 팬사이트인 ‘문팬’은 일련의 상황에 유감스럽다는 입장과 함께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문 전 대표가 각종 공식 석상에서 “분열의 언어로 상처를 주는 일은 절대 안 된다”며 ‘범야권 선플운동’을 지지자들에게 당부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김만흠 정치 평론가는 이에 대해 “이재명 시장은 좀 더 본인의 입장에서 정통한 주장을 제기한 것”이라며 “두 사람(문재인, 이재명)에게 역동적인 과정을 만들어 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4대 의혹?

이재명 성남시장이 연일 인터넷상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특이한 점은 대상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SNS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 시장은 그간 일간베스트(일베) 등 보수단체와 주로 대립각을 세웠으나, 이번에는 같은 당 지지자, 내부로 보이는 지지자들과 맞붙은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자로 보이는 일부는 “이재명은 정동영 밑에 있을 때부터 답 없는 인간이다. 대선에 나온다니 세상엔 정의가 없나”, “안희정 충남지사나 박원순 서울시장도 똑같이 겪을 것이다. 문 전 대표가 아니면 다 적”,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노무현을 공격한 사람이다. 열린우리당을 깬 사람이다” 등 연일 이재명 시장을 향한 의혹 제기를 하고 있다.

이재명 시장에게 제기된 비방 및 허위사실은 ▲민주당 탈당 경력 ▲정동영 지지와 동교동의 지원 ▲故노무현 전 대통령 비방 ▲대선 경선룰을 바꾸기 위한 꼼수 등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해명과 반격

이재명 성남시장은 4대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면서 비방과 허위사실에 정면 돌파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시장은 음해의 주체가 일베충에서 내부로 바뀌고 있다며 발본색원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내부인사일지라도 책임 묻기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강경 모드다.

이 시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4대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하게 반박했다. 더민주 탈당과 관련해 당적증명서 공개를 통해 ‘당원번호(08141261) 이재명’은 2005년 8월 23일 입당해 현재까지 당적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나 11년간 탈당 없이 당적을 유지한 것으로 증명됐다. 이 시장은 “이런 허위사실은 유포자가 모르고 한 소리라 생각한다”며 “이런 것들이 누구에게 도움 될까요? 우리는 함께 가야할 동지”라고 강조했다.

故노무현 전 대통령 비방설과 관련해선 “친노를 노무현 친한 사람 한자리 한 사람 가까운 사람 뜻이라면 저는 친노가 아닙니다. 노무현의 정의와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저는 친노가 맞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이상을 지향하기 때문에 제2의 노무현이 아니라 이재명이다”면서 “제2의 노무현 코스프레 않습니다. 친노 아니라고 말까지 막지 마세요. 그분은 친노의 대표가 아니라 모두의 대통령이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시장은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게 아름다운 경선이냐?”며 “나는 당원으로서 정동영 지지했고, 정세균의 경기동부 책임자였고, 한명숙 대표 지원했으며 손학규 위해 최선 다 했다”면서 “당대표 선거 포기 결정에도 대표 말고 대선 경선 나서 달라는 문재인 측 요청이 주요 고려사항이었다. 과거 정동영 지지가 왜 문제인가”라고 맞받았다.

■내부 총질?

이재명 시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내 경쟁에 참여한 우리당의 당원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는 일단 아니라고 본다”며 “설마 우리당의, 민주개혁진영의 당원이나 지지자들이 수준 낮게 이런 허위 사실을 갖고 우리 동료에게 내부 총질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시장은 “(공격이) 심하게 들어오고 있다. 나는 그들이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라고 믿고 싶지 않다”며 “공작조이거나 내부 분탕질을 하려는 의도를 가진 세력이라 생각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허위사실유포 행위는 정치를 망치는 중요한 해악(害惡)이기 때문에 네편 내편을 가릴 것이 아닌 정치 환경 풍토개선을 위해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혹여 야권 지지자라 하더라도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을 놔두게 되면 경선이 끝나더라도 화합하기 어려워진다”면서 “명백한 허위사실에는 내부이든 관계없이 엄정한 법적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당선이나 정치적인 유불리를 떠나서 제 자신이 불리한 입장에 쳐하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민주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이것도 내가 할 일이라고 정리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만약 비방 및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사람이 이재명 시장의 지지자일 경우에도 같은 잣대를 적용할 것이냐를 묻자 이 시장은 “물론이다. 내 지지자가 그럴 리도 없고,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자도 그럴 리가 없다고 믿는다. 우린 하나”라고 답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더민주 잠룡을 향한 허위비방전이 일종의 패권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만흠 정치 평론가는 이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에게는 득 될 것이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재명 시장은 붙더라도 쌔게 붙을 것”이라며 “그 동안 문재인 그룹에서 무엇인가 손상이 되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 극단적인 패권주의적 성향이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워낙 두 사람의 체급차가 크다”며 이 사안이 두 사람에게 역동적인 과정을 만들어 줄 수 있을지, 이재명 한 쪽만 부각시킬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덧붙였다.

■지지자? 세작?

문재인 전 대표의 공식 팬사이트 ‘문팬’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 대책을 고심하면서 당혹감과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팬 운영진으로 활동하는 한 인사는 “먼저 문재인 지지자 그룹에 대해 알아야 한다. 카페, 밴드, 페이스북 등 정말 많은 그룹이 있다”며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문팬이 공식 팬카페이기 때문에 현재 내부에서는 그런 글들이 감지되거나 활동은 없다. 그래서 저희도 대단히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전 대표가 지지자들에게 선플을 하자고 부탁을 한 입장”이라며 “이재명 시장도 우리에게는 엄청나게 소중한 자산이다. 경선과정에서 정말 각 후보가 시너지 효과를 내 본선에서 하나가 되서 정권교체가 목표인데, 하여튼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갈등을 일으키는 일부 지지자와 관련해선 “우리는 문재인 전 대표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모인 사람들이고, 또 하나의 문재인이 되어 문재인의 언행과 품격대로 행동하는 것이 지지자의 몫”이라며 “단언컨대 그런(갈등을 일으키는) 사람이 그룹이나 개인이라면 지지자가 아니다. 오히려 역으로 세작이 아닐까 의구심을 품어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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