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학술단체, 정치색 없다”

 

판사들의 학술 모임인 ‘우리법연구회’가 지난 14~15일 충남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수십명의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기총회를 열어 ‘회원명단’을 공개할 것이라고 최종발표 했다. 얼마 전 마은혁 판사가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게 공소기각판결을 내리자 일부 여당의원 및 보수단체는 마 판사가 소속되어 있는 우리법연구회의 회원명단을 공개할 것으로 요구, 이에 우리법연구회는 ‘못할 것이 없다’며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신비로운 단체로 보였을 수도…”
 
우리법연구회는 그동안 진보성향의 판사들 모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법정판결에 편향적이었다는 논란에 휩싸여 왔었다. 이에 우리법연구회는 단순한 학술 모임일 뿐, 결코 특정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단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회원명단 공개를 결정한 이유도 세간의 오해를 잠재우기 위한 것. 그러나 해명에도 불구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모임의 존폐여부에 대해 날선 대립은 계속 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7일 CBS ‘김현졍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법연구회가 이제는 ‘해체할 때가 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주 의원은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의 성향은 일관되게 좌파 내지는 진보 진영을 지지하고 있다”며 “재판을 받으러 갈 때 그 판사가 어떤 성향이나,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냐 아니냐에 따라 판결결과가 짐작된다면 어느 국민이 안심하고 자기 법률문제를 맡길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한 것.

주 의원의 말을 전해들은 우리법연구회장 문재성 판사의 의견은 어떨까. 문 판사는 “국감에서나, 또 국회의원이 한 말에 답변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하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문 판사는 “우리법연구회는 순수한 학술단체다. 판사들이 재판을 하다보면 노동법이나 사법제도 등 새로운 문제가 많이 생긴다”며 “이런 문제들은 기존에 나와 있는 논문에 정답이 없다. 그럴 경우 대비해 130여명의 회원들이 월 1회씩 모여 법률에 관한 세미나를 열고 4~5년에 한 번씩 논문집을 발간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법연구회는 재판을 더욱 올바르게 하기 위해 토론하고, 회원들의 논문을 모아 학술집을 만드는 단체일 뿐”이라고 말했다.
 
판결은 항소심서 따져야
 
문 판사는 일부 시민, 보수 단체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편향적 이념을 가지고 있는 모임이라는 오해에 대해서도 해명되길 바랐다. 우리법연구회 소속 회원들은 한쪽에 치우는 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 아닌, 제각기 다른 성향과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단체라는 설명이다.

문 판사는 그 예로 우리법연구회의 존폐논란이 불거진 결정적 계기인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게 공소기각판결을 내린 마 판사의 사례를 들었다. 마 판사가 우리연구회소속이라 논란이 되는 것이라면, 당직자들에게 벌금 70만원을 물리게 했던 판사도 우리연구회소속 판사라는 것이다.

문 판사는 “왜 언론에서 마 판사의 사례만 보도하고, 벌금을 물리게 한 판사의 이야기는 쏙 빼놓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우리법연구회 내부에서는 마 판사의 판결에 대해 가타부타하지 않으며, 그것은 항소심에서 따질 것이지 모임에 따질 것이 아니다”는 말도 강조했다.

그러나 문 판사는 우리법연구회 모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나치게 신비스러운 단체로 보여졌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 판사는 “외부에서 우리법연구회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내부에서 원인을 찾자면 공개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논문을 더 많이 발행하고 배포했더라면 이런 논란은 적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앞으로 우리법연구회는 일전에 했던 한정된 배포를 떠나 더욱 폭넓게 논문내용을 알릴 계획이라고 문 판사는 설명했다. 

회원명단 공개와 불필요한 오해, 일부 보수단체에서의 모임 폐지 요구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일부 회원들은 탈퇴를 결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법연구회에서 남아있는 대다수의 회원들은 명단공개는 물론 행사일정까지 공개하기로 결정함으로서 활동이 투명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법연구회의 회원명단 공개 발표를 결정한지 5일이 지난 현재, 모임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신찬 기자
noni-jjang@hanmail.net
 

우리법연구회 ‘존폐 위기’
시민단체 해체촉구 기자회견 열어

 
법원 내 이념 편향성이 짙은 사조직이라는 이유로 일부 여당의원 및 보수단체에 비판을 받고 있는 ‘우리법연구회‘가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 조직해체를 촉구 하는 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일 시민단체 ‘자유개척청년단’은 대법원 앞에서 우리법연구회를 해체해야 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우리법연구회소속의 마은혁 판사가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을 상대로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고,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의 후원금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마 판사와 우리법연구회의 해체를 촉구 한다”고 주장했다.

창립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은 우리법연구회가 시민단체 등의 요구에 어떤 식으로 맞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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