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박현주 부회장 선임 속내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박현주(52)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부회장이 남편을 대신해 대상그룹 경영에 뛰어들었다.
임창욱 회장이 2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기소된 가운데 부인 박현주 부회장이 최근 대상그룹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의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박 부회장이 선임되면서 기존 김상환 대표이사는 취임한지 40여일 만에 사임했다. 반면 임시주총에서 김학태 대상 품질경영실장, 주홍 홍보실장, 최진호 이화여대 나노과학부 석학교수 등이 신임 등기 이사가 됐다.
임시주총 전에는 임창욱 명예회장, 김상환 대표, 사외이사인 심재륜 전 대구고검장만 등재돼 있었다.
재계에서는 이번 박 부회장의 선임에 대해 임창욱 회장의 부재로 인해 예고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박 부회장의 경영참여 범위에 대해서는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남편 대신 당분간 ‘원격경영’을 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이번 임원 등재를 계기로 박 부회장이 본격 대상그룹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상그룹은 이번 박 부호장의 선임에 대해 “임창욱 회장의 공백을 메우고 대주주 의견을 경영에 적절하게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며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잠정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부회장의 선임이 임 회장의 ‘원격경영’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 대상그룹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박 부회장 선임은 수감 중인 임 회장이 박 부회장을 통해 ‘원격경영’을 하겠다는 뜻으로 파악된다”며 “비자금 조성으로 이미지가 실추된 대주주가 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영에 복귀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대상그룹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 회장의 부인 박현주 부회장의 선임을 전후해 지난 6월 30일 임 회장이 구속된 이후 상승세를 타던 대상그룹의 주가가 주춤하고 있다.

여성 총수 시대 본격 시동?

10년 이상 상암커뮤니케이션즈의 경영을 맡아온 박 부회장이 이번 임원 등재를 계기로 본격 대상그룹 경영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박 부회장은 지난 93년부터 대상그룹 계열의 광고회사인 상암커뮤니케이션즈을 맡아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았고 이제는 중견급 경영인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인 박인천 회장의 막내딸인 박 부회장은 아들 위주의 가풍을 이어오고 있는 금호그룹 일가에서 유일하게 경영인의 길을 걷고 있는 딸로 알려져 있다.
박 부회장은 광고회사를 설립한 이후 시댁인 대상그룹과 친정인 아시아나를 주요 광고주로 해 상암커뮤니케이션즈를 매출 100억원이 넘는 회사로 키웠다.
임 회장이 없는 대상그룹 경영을 박 부회장이 대신할 경우 사돈관계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으로부터 경영상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상무와 장모인 박 부회장이 매무 극진한 사이라고 알려져 있다”며 “장인의 부재로 인해 장모가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이 상무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의 장녀인 임세령씨가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와 지난 98년 혼인을 하면서 사돈관계를 맺었다.
재계에서는 박 부회장이 당분간 임 회장과 기존 임원들을 의존해 대상그룹의 경영에 참여하는 형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임창욱 회장의 부인인 박 부회장이 10년이 넘게 대상그룹과 아시아나를 고객으로 광고회사를 운영해왔지만 대상그룹을 경영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며 “옥중에 있는 임 회장이 그룹의 주요현안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주면 이것을 박 부회장이 임원들과 함께 의논해 풀어나가는 형식의 경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으로 박 부회장은 대상홀딩스와 상암커뮤니케이션즈을 오가며 경영활동을 해야 하지만 당분간 대상그룹 전반에 대한 업무 파악을 하기 위해 대상홀딩스 경영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민 기자
mostev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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