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표적, 전직 대통령 비자금”

 
 

 
올 한해 재미블로거 안치용 씨의 활약은 대단했다. 검찰보다 일찍 효성그룹 2세들의 비자금 비리와 해외 호화주택 매입 등의 거래내역을 파헤쳐냈다. 이어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 자녀들이 부정축재자금을 이용한 미국 부동산 매입·각 내역을 세상에 폭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김형욱 전 안기부장의 유가족들의 보유한 대규모 쇼핑몰의 실체도 그의 손에 의해 밝혀졌다. 일각에선 웬만한 거대 언론사보다 안치용 씨 1인이 더욱 믿음이 간다고 말할 정도. 자신의 사비를 털어 가면서까지 사회층 인사들의 도덕성 검증에 매진하고 있는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2008년은 ‘미네르바의 해’, 2009년은 ‘안치용의 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만큼 안치용 씨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는 뜻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네르바와 나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미네르바는 자신의 주장을 펼친 것이고 나는 관련자 료를 제시하고 사실관계를 전달하는 것이다. 기대이상으로 큰 관심이 쏟아져 부담스럽기도 하고 또 감사하다는 생각도 든다. 더 큰 보람은 이 같은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투명해지고 건전한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로 아주 작은 발걸음 한걸음을 더 내딛었다는 것이다.”
-주로 부동산 매입·매각 관련 기사를 쓴다. 이 주제를 다루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재벌들만이 아니고 전직 대통령의 친인척, 그리고 일부 정치인등 소위 말하는 지도층인사들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한 수단으로 미국 부동산을 택한 것이다. 전직 대통령의 경우 자녀가 미국에 이민을 간 김영삼 전 대통령과 최규하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후 대통령들을 모두 다뤘다. 비자금 또는 괴자금으로 불리는 일부 전직 대통령의 재산관계는 굉장히 큰 테마이며 기자라면 누구도 한번쯤 추적하고 싶은 과제라고 생각한다.”
 
-사비를 들여가면서까지 기사를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1인 미디어의 시대다. 기존의 신문과 방송이 미처 다 전달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인터넷이다. 신문 지면의 제한, 방송 시간의 제한에 따른 국민들의 갈증이 분명히 존재한다. 바로 이 같은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보조적인 대안이 인터넷이며 블로그다. 엄청난 미스터리를 풀 열쇠를 앞에 두고 있다면 누구나 그 열쇠를 갖고 싶어 할 것이다. 특히 특종에 욕심이 없는 기자가 있다면 기자라고 할 수 없다. 기자라면 엄청난 ‘팩트’ 앞에서 돈 몇 푼 내는 것을 주저해선 안 된다.”
 
-효성그룹과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 자녀들의 부동산 매입·각 내역은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공개 할 생각인가.

“효성일가, 이후락 전 부장 일가를 비롯해 누가 됐든 언제까지, 어디까지라고 단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조사를 해서 나오는 대로 올리고 있다. 모두 나왔는지, 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후락 전 부장 일가는 어느 정도 정리가 돼 있다. 2008년까지 정리하고 일단 마무리할 생각이다. 이후락 일가의 경우 주로 뉴욕 쪽을 알아봤지만 LA쪽도 연고가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 부분은 만약 관계서류를 다 입수한다면 다시 정리할 계획이다.”
 
-재미있는 것이 안치용 씨의 활약으로 검찰이 네티즌들에게 질타를 받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효성문제로 검찰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기도 했지만 어지간한 배짱으로 현직대통령의 사돈기업에 손댈 수 없다. 그것은 예전의 경험, 즉 ‘교육효과’라고 볼 수 있다. 높은 사람을 건드리면 불이익이 많았다는 슬프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내가 ‘블라인드’처리 되기는 했지만 그 글 말미에 ‘검찰이라도 어떻게 대통령 사돈을 자유롭게 수사할 수 있겠는가, 사실 이런 수사를 위해서는 대통령 자신이 먼저 결단하고 수사담당자를 편하게 해줘야 한다. 너무 힘들게 한다’고 이야기 했었다. 검찰이 참 힘든 입장이다. 다행히 효성의 경우 수사에 착수해 여러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들었다.”
 
-일부 사람들은 안치용 씨의 기사를 ‘핵폭탄급’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핵폭탄급’이란 말은 너무 과장된 표현 같다. 어쩌면 그 사람들은 빗나간 오발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마도 조금 찜찜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라면 혹시 뭐가 나오지 않을까 경계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기존에 블로그에 언급된 많은 사람들이 법 자체를 아예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사람들의 생각이 쉽게 바뀔지 솔직히 의문이다.”
 
-다음 목표(?)는 어디인가.

“다음 목표를 특별히 정해놓은 것은 없다. 그러나 전두환·노태우 비자금을 비롯해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1차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기자들이 접하는 자료들을 일반 국민, 네티즌들이 똑같이 과감 없이 접하게 하고 자신들이 그 자료들을 보고 직접 자신의 잣대로 해석도 하고 평가도 할 수 있는, 접근성을 높인다는 그런 목표에 충실할 것이다. 결과에 관계없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차근차근 해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인정에 얽매이지 말고 잘못된 일은 잘못 됐다고 말하고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법에서 정한 공소시효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건전한 상식도 더 없이 중요하다. 공감대를 이룬 건전한 상식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리고 이 잣대의 공감대를 더 넓혔으면 좋겠다.”
강신찬 기자
noni-jjang@hanmail.net
 
 

재미블로거 안치용 씨 3달간 활약상
‘애경그룹’ 신호탄, ‘효성’까지 융단폭격

 
일개(?) 블로거 한명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전직 기자출신이라는 것만 알려진 재미블로거 안치용 씨는 지난 8월부터 자신의 블로그에 정재계인사들을 포함한 권력가와 전직 대통령 직계가족들의 해외부동산 내역을 ‘무차별 폭로’하며 재벌, 권력가 일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안씨의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SECRET OF KOREA, http://andocu.tistory.com)에 따르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 외교안보수석비서관,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등 한국 지도자층 직계가족들의 불법 해외 부동산투기 금액은 작게는 수십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천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안씨와 그의 블로그가 화제가 된 것은 대통령의 사돈인 ‘효성그룹’과 관련된 사실이 공개된 후부터지만, 이전부터 안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국내 정·재계 유력 인사들이 연관된 정보를 올려왔다. 강문석 동아제약 전 사장,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 홀딩스 대표 부부 등의 불법 부동산투기 내역이 안씨 손에 의해 의혹이 제기되거나 철저한 자료검증을 통해 세상에 밝혀지게 되었다.

안씨는 블로그를 통해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이 미국 맨하튼에 200만불 상당의 호화콘도를 구입한 뒤 하루 만에 정체불명(?)의 회사에 공짜로 매각, 재산 은닉을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으로 알려져 있는 효성그룹 2세들도 해외에서 단독주택이나 호화콘도 등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의 부동산 구입자금은 147여억원에 달한다.

최근에 고인이 된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직계가족들의 부동산 투기내역도 상상을 초월한다. 안씨에 따르면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 전 부장의 외동딸 부부는 최대 5,000만 달러 가량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김병국 씨는 동생과 동생 부인의 명의까지 동원해 뉴욕에 4채, 보스턴에 5채의 부동산을 사고팔며 차익을 남겼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용 씨 부부도 부동산을 매입 한 뒤 집주소로 다른 법인을 설립해 0달러에 소유권을 이전하기도 했다.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의 경우 뉴욕 맨하튼의 단독주택을 구입한 뒤 75억이라는 차익을 남기고 집을 매각했다.

이외에도 안씨는 3달 만에 350여건에 달하는 기사를 작성하며, 국내 유명인사들의 해외 부동산투기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찬>
 
 
 
‘대통령 사돈’ 저격한 블로거
검찰도 하지 못한 일 블로거가 해내

 
‘효성 총수 일가의 불법 해외부동산 의혹’ 블로그 공개  

검찰, 효성 법인 계좌 등 150여개 금융계좌 추적 시작
 
안치용 씨가 본격적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은 ‘효성그룹’의 해외부동산 내역을 공개하면서부터다. ‘대통령의 사돈’ 기업을 정조준했다는 점과, 무엇보다 효성의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검찰의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던 터여서 파문은 더욱 컸다.

추석 전 검찰은 효성그룹 2세들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된 수사에서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다’고 판단. 수사종결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던 재미블로거 안치용 씨는 자신의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SECRET OF KORIA, http://andocu.tistory.com/)에서 “개인적으로 의혹이 많은 사건이었는데 쉬쉬하게 종결돼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며 효성그룹 2세들의 해외 부동산 불법 매입·각 내역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씨의 블로거에는 의혹만으로 끝날 수 있었던 효성그룹 2세들의 해외 고가 부동산 매입 사례들이 계약서 등과 같은 구체적 증거물들과 함께 폭로되기 시작했다. 안씨는 효성그룹의 부동산매입 내역이 13건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의 블로그에 올려져 있는 글에 따르면, 효성그룹 2세들은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450만 달러의 주택, 2005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콘도 1채, 2006년 디에이고에 있는 호화리조트 빌라 2채, 2008년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콘도 등 수건에 달하는 고가의 해외 부동산을 구입했다.

안씨가 제기한 효성 일가의 불법 해외부동산 조성 의혹은 결국 검찰의 재수사로 이어졌다.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다’던 검찰은 그제서야 본격적으로 효성그룹의 비자금 비리 내역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함윤근)는 최근 효성그룹 총수 일가의 불법 해외 부동산 조성 의혹과 관련해 조석래 회장의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과 삼남 조현상 효성 전무, 효성아메리카의 유 모 상무의 개인 계좌와 ㈜효성의 법인 계좌 등 150여 개의 금융계좌 추적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전무의 상속ㆍ증여세, 양도소득세 등 개인 세금 납부 내역을 입수해 분석에 착수하고, 다른 총수 일가의 개인 납세 내역도 함께 확보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최근 효성 임직원들도 소환해 자금 출처 등을 조사했으며, 효성 측으로부터 일부 자료를 넘겨받아 살펴보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안씨는 “어지간한 배짱으로 현직 대통령의 사돈기업에 손댈 수 없다. 높은 사람을 건들이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라며 “검찰이 참 힘든 입장인데, 다행히 효성의 비리관련 수사에 착수해 여러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들었다”고 검찰을 두둔하기도 했다.

혹자는 안씨의 블로그를 통해 계속 터져 나오는 효성그룹의 해외부동산 불법 매입을 두고 ‘고구마 줄기 같다’고 표현한다. 주렁주렁 다른 고구마들도 덩달아 매달려 나온다는 뜻이다. 또 다른 이는 ‘양파’에 비유한다. 껍질을 계속 까도 끝이 없다는 것이다. 과연 ‘대통령의 사돈 기업’을 둘러싼 의혹의 끝은 어디인지, 안씨의 향후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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