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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에서는 ‘창업을 하면 할 일이 열 배나 많아진다’는 다소 재미있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실제로 열 배 이상 일이 많아지지는 않는다. 다만 무한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대표자라는 중압감이 직원으로 일할 때보다 상당히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것만으로도 몇 배의 일을 하고 있는 셈으로 봐야한다. 그러나 준비된 창업에 성공했다면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직원으로 일할 때 어쩔 수 없이 해야했던 번잡한 업무가 줄어들며 여유로운 사장놀음이 가능할 수 있다. 이번 회에서는 창업 이후에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인간관계가 어려워진다

인간관계의 기본은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즉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내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친구간의 우정도 사라지고, 사모임에서의 인간관계를 정리하게 되는, 어쩌면 인간관계를 정리당하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친구들끼리 모인 자리에 갔다가 사장이 되었으니 한 턱 내라고 하는 일을 당할 때도 있다. 창업을 한 사람은 사장이기 때문에 돈을 쉽게 쓴다고 생각한다. 특히 팔아준다고 찾아와서 오픈파워로 손님들이 바글대는 것만 보고 시샘하기도 한다. 창업자 본인도 그간 창업일정으로 인한 분주함으로 모임에 자주 참석하지 못한 미안함에 형편과 상관없이 거하게 한 턱 내게 되는데, 이런 일을 겪을수록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진다.

점포나 사무실로 친구가 방문하더라도 고객이나 직원에게 응대하다보면 친구에게 소홀하게 대할 때도 생긴다. 이런 데서 오는 거절감으로도 친구 사이가 멀어지게도 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창업을 하면 사모임에 나가지 말라고 한다. 어떤 형태로든 창업 이후에는 인간관계를 정리할 기회가 생기게 된다. 사업인맥이 새롭게 형성되고 기존의 일반인맥들은 다소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강도의 업무로 인해 체력이 달린다

보통 이상적인 사장의 유형은 똑똑하고 게을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창업초기에는 똑똑하고 부지런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나 보통은 경험부족으로 인해 생각한 것만큼 똑똑하지 않다. 초기창업자는 멍청하고 부지런한 삶을 반복하게 된다.

창업을 한 사람들이 느끼는 업무의 강도는 주 8일 근무에 달한다고 생각할 정도다. 게다가 하루 24시간 대기체제여야 한다. 어쩌다 쉴 틈이 생겼더라도 갑자기 일손이 부족하거나 거래상의 문제가 생기면 사장 스스로가 예비인력으로서 투입되어야 한다. 예기치 못한 일들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기치 않은 재해로 인해 매장이 물에 잠길 수도, 불이 날 수도 있다. 무인경비시스템이 침수피해나 화재피해를 감지해준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피해 정도가 심해야 경보가 울린다. 따라서 늦은 시간에 CCTV를 원격으로 확인해 본다든가, 미심쩍으면 매장으로 달려가 확인해 보아야만 한다.

심야에 자고 있는데 고객의 강력한 클레임이 핸드폰을 울린다든가, 차량이 견인되었다는 문자가 오기도 한다. 차량견인은 배송업을 하고 있거나 푸드트럭을 하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다. 견인 중에 차체가 흔들리며 차량 내의 집기나 화물이 손상될 수도 있다. 당장 내일의 일을 위해서라도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달려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직장에 다닌다면 ‘월화수목금금금’의 다람쥐 쳇바퀴를 돌지만, 창업한 사람들은 ‘월월월월월월월’의 기분을 느낌.

재정적인 어려움은 당연히 겪는 것

창업해보면 내 인건비를 남기는 것이 제일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결제의 우선 순위는 고정비용이다. 임대료, 통신료,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이 납부되어야 사업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이 직원과 아르바이트의 인건비, 인적비용이고 대출원리금, 캐피탈할부에 이어 광고, 마케팅 비용을 제하고 나야 내 인건비를 챙길 수 있다.

그래서 고정비용을 줄이고 만약의 사태에도 유연히 대처할 수 있는 자기만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모든 일을 자신이 다 제어해야 한다. 영화 ‘홍반장’에서 보면 주인공 김주혁이 모든 일을 스스로 한다. 이처럼 창업을 한 사장님은 스스로 맥가이버가 되어야 한다. 전단지를 하나 만든다 하더라도 디자인, 제작업체 선정부터 모든 것을 자신이 해야 한다. 전단지 뿌리는 작업도 사장 자신이 먼저 나서야 한다. 그런 추진력이 강한 동기부여가 되어 직원이나 아르바이트들이 효율적으로 일하게 만드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열정을 계속 불타오르게 해야 하는 어려움

창업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일의 집합체다. 굉장히 매력적이다. 자신이 할일을 스스로 정해 체크해보면 매일매일 자신이 한 일의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힘들어도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창업은 마약과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창업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주도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 적성에 맞고, 그 일을 사랑한다면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다. 하지만 창업은 자신이 이미 생각보다 늘 힘들게 다가온다. 거꾸로 매우 힘이 들지 않고 있다 느낀다면 창업을 잘못한건 아닌가 체크해봐야 한다.
한편으로는 일이 힘들다고 해서 바로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처음 예상했을 때 3년이면 성공할거라 생각했던 일을 5년, 7년, 10년 걸려 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몹시 힘이 들지만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말은 하기 쉬워도 실천하는 것은 어렵다.

이렇게 볼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하루 8시간의 근무를 기본으로 친다. 그러나 직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10시간 정도의 근무는 기본이다. 따라서 사장의 근무시간은 15시간을 넘는다고 보면 된다. 하루 10시간 정도만 일할 생각이라면 훌륭한 직장인으로 인정받는 것으로 만족하고 창업하는 것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내가 누군가 지시한 과업을 성취하는게 더 기쁘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직장생활이 더 맞는 사람이다. 내 스타일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가, 주어진 일에 더 능수능란한가, 창업을 결심하기 이전에 계속해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나의 일상이 계속되는 월요일이라 하더라도 견딜 수 있는 월요일이 있고, 견딜 수 없는 월요일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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