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족’ 엿보기


 

재워주고 먹여주면 OK, 일부는 금전적 도움도 원해
동거알선사이트 및 관련카페만도 수천 개에 이르러

신세대 사이에서 ‘조건만남’ 또는 ‘계약동거’란 단어는 더 이상 어색한 단어가 아니다.
기성세대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지만, 신세대 상당수가 인터넷을 통해 동거자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낯선 사람과의 계약에 의한 동거가 늘고 있는 것. 이들은 “동거로 인해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다면 문제될 게 뭐 있냐”고 반문한다.

이처럼 동거자를 찾아 헤매는 신세대의 의식은 직흥적 감정을 쫓는 성개방 풍조와 관련이 깊다. 실제로 ‘동거○○’란 인터넷카페는 계약동거 상대자를 찾는 네티즌들로 북적인다. 지난해 9월 16일에 개설된 동거알선사이트인 ‘동거○○’ 카페는 회원 수만도 3600명에 육박한다.

신세대들의 동거문화 세태에 대해 알아봤다.

‘생활비는 제가 전액 부담합니다. 몸만 들어오시면 됩니다. 외모되는 분만 연락주세요’, ‘강남구 삼성동 풀옵션 원룸입니다. 월세·관리비 등 모든 비용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체격 좋으신 분은 사양합니다’, ‘일식·양식·한식 다 잘합니다. 월세는 당연히 제가 낼 거구요. 관리비만 내주시면 됩니다. 단, 얼굴 예쁘시면 공짜입니다.’

다음은 동거○○카페 게시판 중 ‘여우룸메찾기’에 올라와 있는 글들이다.
이 카페는 겉으론 건전한 동거문화의 정착을 표방하고 있지만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글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조건만남을 알선해 주는 사이트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곳에서 동거 파트너를 찾는 남성들은 성관계 갖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회원들이 상당수다. 가령 ‘모든 비용은 제가 부담합니다. 얼굴과 몸매에 자신 있는 여성분만 연락주십시오’와 같은 식이다.

이러한 생각은 여성회원도 마찬가지다. ‘밥,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은 물론, 만족스런 섹스파트너가 되겠다’며 자청하고 나선 여성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연락주세요”

지난 9월 13일 오후 5시경 동거알선사이트인 ‘동거○○’카페를 통해 3명의 남성회원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 오후 7시께 서울 종로구 종로2가 P패스트푸드점 앞에서 만난 30대 중반의 김상현(35·유통업·가명)씨는 “사이트에 가입한 지는 한 3∼4년 됐다”며 “만난 김에 집이나 보고 가라”고 말했다. 그는 7호선 강남구 삼성동 풀옵션 원룸에서 살고 있다.

간략한 자기소개에서 김씨는 “30대 중반으로 유통 일을 하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3년 전 친구의 소개로 ‘동거○○’카페를 알게 된 김씨는 “불과 2∼3년 전만해도 동거 붐이 불어서 동거녀 구하기가 수월했다”며 “반신반의한 심정으로 글을 올려봤는데 한 달에 50∼60명은 방을 보러 온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에 따르면 동거알선사이트에서 만난 여성과 결혼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남자는 드물다. 다만 서로가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조건만남 형식 일 뿐. 그는 “서로 조건만 맞는다면 만남과 동거까지의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요즘은 단란주점에서 일하는 아가씨나 가출청소년들이 많다”며 자신이 겪었던 황당한 일에 대해 고백했다.
며칠 전 일이다. 김씨는 “동거○○ 카페에 올라와 있는 글을 보고 전화를 했다며 연락이 왔다”며 “전화통화에선 나이가 20대 초반이라고 했는데, 만나보니 중학교 2학년 가출소녀였다”고 어이없어 했다.

방을 보러온 소녀가 아직 미성년자라는 것을 직감한 김씨는 “내 나이가 너보단 곱은 더 먹었다. 어리다곤 해도 여자가 옆에 누워있는데 가만 놔둘 것 같으냐”며 “집까지 데려다 줄 테니 얌전히 집에 들어가라”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이 소녀는 “당연히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그 정도쯤이야 당연한 것 아니에요”라며 “낼 모레 짐 싸서 들어올 테니 그리 아세요”라고 당차게 대꾸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던 김씨는 “요즘 아이들 성에대해 문란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경찰에 넘기려다가 귀찮아서 돈 몇 푼 쥐어주고 겨우 내쫓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살고 있는 김성수(26·바텐더·가명)씨는 “3살 연상의 여자 친구와 2년간 동거하다가 4개월 전에 헤어졌다”며 “현재 고향 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김씨는 법적인 혼인절차만 밟지 않았을 뿐 여느 부부와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해왔다.

강원도 태백이 고향인 김씨는 군 제대를 마치고 서울로 상경했다. 타지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던 그는 “제대한 뒤 여자 친구를 만나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다”며 “그녀와 헤어진 뒤 친구의 소개로 동거알선사이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처음엔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동거하겠다고 자처하는 여성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보다 조건을 보고 전화를 걸어오는 여성들이 많았다”며 “동거 파트너를 찾는 여성들 중에는 노골적으로 경제적 도움을 원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한 여성은 청소, 빨래 등과 같은 집안일은 물론이고, 만족스러운 섹스파트너가 되겠다며 용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지영 기자
blog.naver.com/pjy0925


인터뷰 동거녀 찾는 김씨

“성욕과 식사준비, 일석이조”
“서로가 맘만 맞으면 여자는 몸만오면 된다”
원룸서 동거녀 구하는 것은 대부분 성욕 때문

지난 9월 13일 인터넷 사이트 ‘동거○○’에 ‘여성룸메 구해요’란 제목의 글을 올린 김상현씨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김씨와의 인터뷰 일부분이다.

-동거녀는 구했나.

▲보름 전에 ‘여성룸메 구해요’라는 글을 올린 적 있다. 이후 10여명이 넘는 여성들이 방을 보러 왔는데 서로 마음에 안 들어 아직 동거녀를 구하지 못한 상태다.

-모든 비용을 그쪽에서 부담한다고 적혀있던데.

▲경제적으로 부담이 돼 동거녀를 구하는 게 아니다. 서로 마음만 맞으면 (동거녀는) 몸만 들어와 살면 된다.

-유독 이성과 동거를 하려고 하는 이유가 뭔가.

▲남자가 여성과 동거를 원하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다. 여성일 경운 집안일 분담을 하면 잘 지키는 편이다. 또, 남자가 혼자 살다보면 밥을 해먹기보단 밖에서 사먹거나 거르기 일쑨데 애인 같은 동거녀를 만나면 식사를 집에서 해결할 수 있어 건강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 그래서 남성들이 월세를 안 받더라도 여성에게 방을 내 줄려고 한다.

두 번짼 성욕을 채우기 위해서다. 이 경우는 혼인절차만 안 밟았지 부부나 마찬가지다. 경제적으로 여건이 되는 남성들이 대부분인데 원룸에서 동거를 원하는 경운 100% 성욕을 채우기 위해서다. 성매매 특별법 이후 이런 경우가 급등했다. 나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어 이런 이유로 사이트에 글을 올리게 됐다.

-실제로 동거를 해본 적 있나.

▲동갑내기 동성과 2년 전에 구로에서 동거를 한 적이 있었다. 음식은 내가 하고 청소는 그가 하기로 했는데, 청소하는 꼴을 못 봤다. 얼마나 청소를 안 했으면 먼지가 쌓여서 때가 밀릴 정도였다. 3개월 동거생활 중 청소 2번하더라. 참다참다 못 참고 나왔는데 아직도 보증금 일부를 못 받았다. 주인 아주머니께 말도 해봤는데 월세가 밀려 보증금을 빼줄 수 없는 상태라고 들었다.

-가장 황당했던 경험은.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보고 연락을 했다’며 20대 중반의 여성 한 명이 전화를 걸어왔다. 오후에 방을 보러 온다고 해서 그러시라고 했는데, 갑자기 급한 약속이 생겼다며 못 오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 날 새벽 2신가, 그 여자 분한테 다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대뜸 ‘현관 앞이니 문 열어달라’는 것이었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집까지 찾아왔는데 문을 안 열어줄 수도 없어 열어줬더니 쪼르르 들어와 ‘일주일만 살아보고 (동거를) 결정하겠다’며 꼬꾸라지듯 배 깔고 누워버렸다. 술을 어찌나 많이 마셨는지 술 냄새가 이틀은 가더라.
<영>


대학가‘방짝 찾기’열풍
새학기 개강되면 학교 홈페이지 룸메이트 열풍
대부분 방값과 식비 줄이기 위해 방짝 구해

“여성 룸메이트 구합니다. 투룸(방 두칸)을 구하는 중인데 동성끼리 사는 것보다 이성끼리 사는 게 더 학업에도 도움이 되고 생활에 활력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심 있으신 여성분들은 멜 주세요. 장난은 사절입니다”

최근 대학들이 속속 개강하면서 ‘이성 룸메이트 구하기’가 한창이다. 생활비 부담이나 외로움, 호기심 등의 이유로 이성과의 동침을 원하는 학생들이 학교 홈페이지나 인터넷 동거 관련 사이트, 커뮤니티 카페 등을 통해 ‘이성 룸메이트 모집 광고’ 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것.

실제로 한 대학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어려운 시대에 경제적 아픔을 나눌 수 있는 분을 찾습니다’란 제목의 동거자 모집 광고물 등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 소재 A대학을 다니고 있는 김모(22)양은 “2학기에 들어서면서 방 값과 생활비 등 지출되는 돈이 너무 많아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광고를 휴대전화번호와 함께 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여학생이 아닌 남학생들 전화만 줄기차게 걸려와 짜증이 날 정도였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김양에 따르면 일부 남학생들의 경우엔 월세는 물론, 생활비도 부담할 수 있다며 함께 살 여학생을 구하고 있는 추세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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