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복현명 기자] 대학들이 신입생을 대상으로 거둬들이고 있는 입학금이 4000억원(교육부 추산/ 2015년도 기준/ 국립대 150억, 사립대 39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사용처가 불분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일부 대학은 학생 복지를 외면하고 시설 보수와 교직원 인건비 등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정치권은 물론 학생과 학부모 등을 중심으로 입학금 제도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청년단체가 고려대 등 일부 대학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4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입수한 ‘최근 3년(2014~2016)간 대학별(4년제) 입학금 현황’에 따르면 올해 전국 201개 대학의 평균 입학금 규모는 60만1840원으로 지난해 대비 6.89%(3만8840원) 증가했다. 

이 중 입학금을 받지 않는 7개교를 제외하고 입학금 규모가 가장 적은 대학은 경남과학기술대학교(본교 2만원), 가장 많은 대학은 고려대학교(본교 103만1000원)다. 두 학교의 차이는 무려 101만1000원(약 500배)이었다.

상위 5개 대학의 평균 입학금은 올해 신입생 3767명을 모집한 고려대(본)가 총 38억8377만7000원으로 1인당 103만1000원을 걷어 1위를 차지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본)의 경우 총 입학금 규모가 34억1216만2000원(1인당 99만8000원, 3419명 선발), 2506명의 신입생을 선발한 홍익대학교(본)는 학생 1인당 99만6000원의 입학금을 납부 받아 총 24억9597만6000원으로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이어 인하대학교(본)는 입학금 규모만 34억3232만원(1인당 99만2000원, 3460명 선발)을 기록했다. 세종대는 1인당 99만원으로 총 23억1561만원의 입학금 수익을 남겼다.

2016학년도 대학별 입학금 산정구간 표. 자료=교육부, 전재수 의원실 제공.

입학금을 구간별로 구분하면 ▲없음(7개교, 3.48%) ▲10만원 미만(8개교, 3.98%) ▲10만원~30만원 미만(33개교, 16.41%) ▲30~60만원 미만(40개교, 19.90%) ▲60~90만원 미만(85개교, 42.28%) ▲90~100만원 미만(27개교, 13.43%) ▲100만원 이상(1개교, 0.49%) 등으로 과반 이상의 학교가 60~100만원 구간에 분포됐다.

지역별로도 큰 차이가 있었다. 경기 지역 대학의 평균 입학금이 76만2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서울(76만원) ▲울산(68만7000원) ▲경북(63만원) ▲대전(59만5000원) 순으로 확인됐다.

전재수 의원은 “대학 입학금이 천차만별로 징수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입학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정기준 없어

4일 청년참여연대가 총 28개 대학을 대상으로 청구한 입학금 정보공개청구 결과 보고서(2011~2015년)를 보면 2개 대학(동국대, 울산과학기술대)은 경영상의 비밀을 이유로, 홍익대·인하대·성균관대·세종대 등 26개 대학은 입학금 산정 기준이 없다며 사실상 입학금 정보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이 들 대학은 고등교육법 제11조에 따라 입학금을 산정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서강대, 중앙대 등의 경우 입학금을 교직원 인건비, 시설비 등 학생 복지와 무관한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서강대 측은 “입학금은 특정 용도에 써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반드시 입학에 소요되는 경비로만 볼 수 없으며 수업료 외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입학금 산정 기준이 불분명하고 등록금 납부 시 강제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며 입학금이 학생 복지에 사용돼야 하는데 시설비, 교직원 인건비 등으로 사용되고 있어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 대학정책과 관계자는 “입학금 산정 기준에 대한 내용은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교육부령 제1호)에 상세히 나와 있다”며 “입학금은 반드시 학생 복지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대학별로 세입 적용이 다양해 학교운영 전반에 사용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청년참여연대 측은 “대학은 고액의 입학금으로도 학생들과 학부모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라며 “등록금만으로도 대학의 적립금이 많은데 입학금이 학교운영에 사용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에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입학금이 뭐길래

고등교육법 제11조에 따르면 학교의 설립자와 경영자는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을 받을 수 있으며(제1항)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교육부령 제1호) 제3조(등록금의 면제·감액)를 보면 학교의 장은 학교의 실정에 따라 등록금과 입학금을 면제하거나 감액할 수 있고 ’입학금은 학생의 입학 시에 전액을 징수한다(제4조)‘고 명시됐다. 

그러나 어느 조항에서도 입학금의 산정 기준에 대해서는 기재되지 않았다. 교육법과 규칙에서는 징수시기·방법, 학기 개시 전 반환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만 반환이 가능한 점 등을 들어 입학금을 ’그 밖의 납부금‘으로 정의하고 있다.

2016학년도 평균 입학금 상위 10개 대학의 입학금 및 등록금. 자료=교육부, 전재수 의원실 제공.

또한 입학금 산정 시 각 대학은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반드시 거치도록 돼 있다. 등심위는 일반적으로 전체 위원 정수의 10분의 3 이상의 학생 위원, 관련 전문가 등과 사립대학의 경우 학교법인 추천 재단인사 등으로 구성돼 등록금 인상과 입학금에 대해 논의한다. 

하지만 등심위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 위원들은 이미 입학금을 납부한 이후이기 때문에 신입생이 부담하게 될 입학금보다는 자신들의 이해와 직결된 등록금 인상에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주호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대학들이 입학금의 산정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대학이 신입생을 상대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입학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입학을 불허하는 시장지배력을 남용하고 있어 고려대, 동국대, 홍익대, 한양대, 경희대 등을 지난달 2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