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민주신문=복현명 기자] CJ그룹이 이재현 회장의 8·15 광복절 특별 사면 이후 경영 정상화 작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물류, 바이오 관련 기업 인수합병(M&A)은 물론 3년 만에 대규모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비상장사를 통한 지배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CJ그룹의 이 같은 작업이 장남인 이선호씨의 경영 승계를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공격적 인수합병

CJ그룹은 오너 부재 이후 외삼촌인 손경식 CJ 회장과 이채욱 부회장이 주축이 된 그룹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계열사별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해왔다. 특히 전략적 투자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이 회장이 없었던 2015년과 올해 CJ그룹은 10건의 대형 M&A에서 쓰라린 패배를 경험했다. 먼저 지난해의 경우 ▲APL로지스틱스 ▲대우로지스틱스 ▲동부익스프레스 등의 물류회사 3곳과 ▲동부팜한농 인수, 올해 ▲코웨이 ▲중국 바이오업체 '메이화성우'의 인수도 실패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사면으로 인해 움직임이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자회사인 CJ대한통운 아시아 법인을 통해 지난 8일 말레이시아 내 종합물류기업인 센추리 로지스틱스(CENTURY LOGISTICS) 지분 31.4%를 매입해 1대 주주가 됐다.

이를 통해 센추리 로지스틱스를 전진기지로 삼아 동남아시아 물류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경우 지난달 23일 미국의 생명공학 기업인 메타볼릭스와 관련 연구시설과 설비, 지적재산권 등 자산을 인수하는 내용의 의향서를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기존 바이오 사업의 기술력 제고는 물론 글로벌 R&D 기반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CJ제일제당 측은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연구시설을 거점으로 삼고 현지 고급 연구인력 및 네트워크 확보 등 글로벌 역량을 갖춘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현재 국내 2위(매장 수 기준) 패스트푸드 업체인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최소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단독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한국맥도날드는 타 패스트푸드 브랜드와 비교해 건물 전체를 사용하는 매장이 많아 CJ제일제당 의 제품 판매와 프랜차이즈 자회사인 CJ푸드빌과의 시너지를 극대화 하려는 의도가 내포됐다는 게 업계의 전언. 

또 CJ오쇼핑을 통해 렌탈사업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동양매직의 인수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CJ그룹은 매각주관사 NH투자증권으로부터 현대백화점·SK네트웍스 등과 적격인수 후보에 선정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승계 발판

이재현 회장은 2014년에는 CJ E&M·CJ오쇼핑·CJ CGV, 지난해는 CJ대한통운·올리브네트웍스 등 5곳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사퇴했다. 이에 그는 퇴진하기 전 장녀와 아들에게 지분 전량을 증여했다. CJ 내부에서는 이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 받은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과장이 2대 주주로 있는 올리브네트웍스가 3세 후계구도의 구심축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 2014년 CJ시스템즈가 CJ올리브영을 흡수합병 하면서 설립돼 ▲CJ(76.07%, 최대주주) ▲아들 이선호(15.84%) ▲딸 이경후(4.54%) 등 2,3대 주주가 모두 오너 일가로 구성돼 있다.

이어 지난 8일 CJ그룹내 방송송출 대행사업을 맡고 있는 CJ파워캐스트와 지분 교환을 통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고 공시했다. 지분 교환 방법은 CJ파워캐스트 주식 1주를 올리브네트웍스 주식 0.32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또 CJ파워캐스트는 이재현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대표가 지분을 100% 보유한 재산커뮤니케이션즈를 내달 31일 흡수 합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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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이 마무리될 경우 장남 이선호의 보유지분은 기존 20만8867주에서 28만7347주로 37.5% 증가(지난해 말 기준)해 지분가치는 402억원에서 444억원으로 상승하게 된다. 이 상황을 두고 업계에서는 CJ그룹의 경영승계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 이유는 올리브네트웍스가 주식을 활용해 CJ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최대주주인 CJ와 지분을 교환할 경우 자연스럽게 오너 3세의 경영권을 확고히 하게 된다.

조직 재정비

12일 CJ그룹은 조직을 재정비하기 위해 대규모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박근태 CJ대한통운 공동 대표이사는 총괄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는 그룹 임원 5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보류 됐던 이들의 승진도 한번에 이뤄졌다. 이는 CJ그룹의 비상경영체제가 막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문제는 그룹경영위원회 경영진들의 건강 상태다. 손경식 회장은 지난 7월 폐암 수술을 받았고 이재현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 역시 건강이 좋지 않다. 전문경영인인 이채욱 부회장은 연초 폐질환으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CJ그룹이 3년만에 임원 인사를 단행한 것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또 사면 이후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이재현 회장의 경영 복귀 시점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는 현재 정신적인 안정을 되찾고 재활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건강이 회복되면 일선에 복귀할 가능성도 높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회장이 추석에도 입원상태를 유지하며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만큼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며 “아직은 경영복귀 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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