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지난해 보육교사 폭행 문제가 불거진 후 전 사회적으로 경각심이 고취되며 후속대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아동 폭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엔 한여름 더위에 버스 안에 갇혀 생명을 잃거나, 후진하는 통학버스에 치여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후진국형 보육 및 안전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가 아이들을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점증되고 있다.

정부는 비판을 의식해 2500억원 이상을 예산으로 편성, 보육교사 처우 개선 등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 안전사고 책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부실한 보육교사 양성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편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비상벨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민간업체가 개발 중인 ‘Smart EYE Bus’는 벨을 누를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비명 등 소리만으로도 위험을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여섯 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 송모(34/여)씨는 “어린이 관련 사건사고를 접하게 되면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눈물이 날 지경”이라며 “정부와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싶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곳이 없다. 부모의 마음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어처구니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 말 오후 4시 전남 광주 광산구 월계동 모 유치원 인근 아파트 대로변에 주차된 25인승 유치원 통학 버스 안에서 김모(4)군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운전기사 임모(51/남)씨가 발견했다.

임씨는 “하원 준비를 위해 버스 창문을 열다 차 바닥에 쓰러진 김군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당시 광주는 낮 최고기온이 35.3도가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김군은 이날 오전 9시쯤 통학버스에 탑승 해 2분 뒤 하차할 곳에서 내리지 못한 채 7시간여 동안 차 안에 갇혀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인솔교사 정모(28/여)씨와 운전기사는 김군이 내린 것을 확인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고 경찰은 인솔교사와 운전기사, 원장 박모(52/여)씨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8월에는 여수의 한 어린이집에서 두 살배기 어린이가 후진하는 통학버스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숨진 박모(2)군은 인솔교사의 도움을 받아 하차했으나 사고 당시 의아하게도 차량 1m 뒤에 혼자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어린이집 통학버스 사고는 2011∼2015년 총 354건 발생했다. 2011년 47건이던 것이 2012년 51건, 2013년 52건, 2014년 100건, 2015년 104건 등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2015년 1월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어린이를 폭행한 CCTV가 공개되면서 어린이 폭행 문제가 사회적으로 불거졌다. 이에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해결의 기미가 보이는가 싶더니 지금까지도 보육교사 폭행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1일 경북안동경찰서는 어린이집 보육교사 김모(26/여)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했다. CCTV 분석결과 김씨는 4월부터 자신이 담당한 5세 반 원생 15명 중에 7명을 발로 차거나 멱살을 잡는 등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방위적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열악한 환경

전문가들은 어린이집 보육교사 폭행 문제를 두고 근무환경을 지적한다. 한꺼번에 많은 아이들을 보살펴야 하거나 과중한 업무시간 등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것이 폭력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가 지난 8월 보육교사 158명을 대상으로 보육현황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교사 1명당 아동 수 기준을 넘는 경우가 전체의 22%에 달했다.

또 어린이집 교사들은 대부분 저임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 평균 급여가 실수령액 기준으로 138만원이었다. 더욱이 보육교사들은 제대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채 장시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육교사의 1일 휴게시간은 평균 21.8분이었다. 하루 휴게시간이 ‘아예 없다’고 답한 응답자도 57명(36.1%)이나 됐다.

강문식 민주노총 전북본부 교육선전부장은 이에 대해 “전북도는 면밀한 실태파악을 위해 전면조사에 나서 문제점을 적극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5년째 보육교사 일을 하고 있는 김미희(42/여)씨는 “돌봐야 하는 아이들이 많을수록 씻기고 재우는 것에서 놓치는 부분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정부의 노력?

정부도 예산지원과 처벌 강화 등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6월 보육교사 처우개선을 위해 2558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또 보육교사 보수를 높이기 위해 수당을 17만원에서 20만원으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단돈 3만원을 올려주는 임시적 방편보다는 보육교사 양성 시스템을 개편해 질 좋은 교사를 선발하자는 것이다. 1월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의 교사도 학점은행제 등 부실한 과정으로 선발된 게 문제가 됐다. 학점은행제란 인터넷을 통해 일정 시간 이상의 수업만 들으면 보육교사자격증을 수여하는 제도다.

앞서 정부는 1월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총 17과목 중 9과목을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참석해야 하는 ‘대면교과목’을 신설했을 뿐이다. 심층면접 등 정작 교사의 자질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은 만들지 않았다.

민간에서는 버스 질식사 등 안전사고에 관한 해결책도 모색 중이다. 대표적인 게 버스 안처럼 사각지대에서 비상상황 발생시 위험을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어플개발회사 덕키즈는 학부모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 어린이집, 학원 통학 차량의 위치 및 실내 확인이 가능한 모바일 어플 ‘Smart EYE Bus’를 개발 중이다. 이러한 비상벨 시스템은 화장실 같은 곳에서도 사용될 수 있어 기대를 모은다.

정부의 강한 처벌과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선 경찰의 한 관계자는 “아이를 부주의하게 버스에 방치해 사망하더라도 재판에 넘겨지면 집행유예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이 억울하게 희생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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