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화된 '국제공인' 기준, 세계 애견인들에게 진돗개 우수성 알리는 데 최선 다할 것"

한국애견연맹 진도견 협회 이병억 부회장

"1500여 년 역사 가진 우리 고유 견종, 혈통관리 체계화 해야"

[민주신문=김준현 기자] 개가 인류의 가장 친근한 벗으로 자리 잡기까지, 개와 인간은 다양한 방법으로 관계맺음을 해 왔다. 고유의 성품과 특징으로 인해 인간 생활에 필요한 동물로서 인식되며 가장 먼저 가축화 되었으며, 장구한 역사를 거치면서 경비견, 사냥견, 소방견, 썰매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을 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개는 친근한 존재로 우리 민족의 삶에 깊숙이 투영되어 왔다. 일제시대와 광복 후 서양 문물 도입기를 거치며 많은 유전 형질을 상실했지만, 우리의 대표적 토종견인 진돗개와 풍산개, 삽살개, 동경개 등은 오랜 노력을 통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유일한 세계공인견 진돗개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과 복종심이 강하며 뛰어난 귀가성을 간직하고 있으며, 대담하고 용맹스럽기로 이름이 높다.

이에 한국애견연맹 부회장으로 오랜 기간 활동을 하던 이병억 부회장은 진도견 협회의 부회장으로 일해 오면서 진돗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키워가는 한편 국내외적으로 진돗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국제공인 11년 된 진돗개, 문제는 표준화

진돗개는 1938년 일본인 모리 다메조[森爲三]가 체구·체고·체모에 대해 관찰하여 한국 특유의 양축동물이라고 하였다. 2005년 국견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6개월령 이상 성견(成犬) 사육 호수는 7만 가구 에 이르며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2000년 6월 1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 방문 시 '우무종 연구소'에서 기증한 평화·통일이라는 진돗개를 북한에 전달했다. 현재는 문화재관리법과 한국진돗개보호육성법(1967년 1월 16일 공포)에 따라 보호 육성되고 있다. 1995년에는 국제보호육성동물로 공인 지정되었다. 1997년 2차로 개정해 관리되고 있다.

2005년에 세계적으로 공인을 받은 진돗개를 위한 협회인 진도견 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병억 부회장은 “진돗개가 세계 공인 된지 11년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지지 않았는데 이는 무엇보다 진돗개를 사랑하고 종사하는 이들의 책임이 크고 또 한 가지는 국가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협회와 국가의 책임이라고만 하기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애견인들 역시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일정 부분 과오가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진돗개가 세계화되는데 있어 문제는 표준화다"라며, "기준이 너무 다양하다. 진돗개를 좋아하는 이들의 힘이 하나로 모여서 집중되지 못하고 제각각의 색깔을 갖고 진돗개를 주장하다 보니 세계의 진돗개로서의 위상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세계적인 명견이 되기 위한 기초는 기준과 세계공인, 표준 문서 등을 통해 마련이 돼 있는데 실질적으로 진돗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 기준을 따라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이 부회장은 "내가 가진 진돗개가 최고라는 아집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단일화된 진돗개를 위해 집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어려운 상황이 있지만, 세계 공인견으로 승인된 이후 진돗개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 부회장은 "그 전에는 진돗개가 세계 유명 전람회나 도그쇼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불가했는데,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세계 유명 쇼에 진돗개의 참가, 출전이 가능해졌다. 이것이 좀 더 발전하면 유명 도그쇼에서 챔피언을 할 수 있는 날도 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최근 필리핀에서는 우리의 진돗개가 2000만원 대의 몸값을 받으며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5년 전 직접 키우던 진돗개를 필리핀 현지 목사에게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보급에 뛰어든 이 부회장은 "치안상태가 좋지 않은 필리핀은 경비견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때문에 진돗개의 강아지 몸값도 55만 원 대에 이를 만큼 높게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4반세기 이어진 진돗개와의 인연

이 부회장이 진돗개와의 인연을 맺은 지는 29년이 넘는다. 그 긴 세월동안 이 부회장은 견종의 연구와 보존에 힘을 쏟아 왔으며 지금도 25마리의 진돗개를 키우면서 혈통관리 및 해외보급에 애쓰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진돗개는 우리나라 개니까. 귀동냥으로 들어 어렴풋이 알고 있는 상식들이 많고혈통관리 및 보급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진돗개를 바로 알리는 것이 나의 숙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바로 ‘혈통관리’다. 보통 4~5마리의 새끼를 낳는 진돗개는 부모의 유전적 특성이 새끼에게 고스란히 전해지지 않아 백구나 황구 등이 섞여 태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순수 혈통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면도 있다.

이 점이 안타까웠던 그는 올여름에 자신이 키우던 진돗개 황구 세 마리에서 보름사이에 새끼 13마리가 똑같은 유전적 특성을 갖고 태어나게 할 만큼 혈통관리를 철저하게 했다.

"명견으로 알려진 세퍼트의 경우도 1899년에 만들어진 110여 년 남짓의 짧은 역사를 가진 개지만 우리의 진돗개는 15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고유 견종"이라고 자부심을 보인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돗개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못한 이유는 세계 공인이 늦어 홍보가 부족하며 잘못된 혈통관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렇다면 진돗개 전도사로서의 이 부회장의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이에 대해 그는 "진돗개를 사랑하니까"라고 너무나도 당연한 듯이 대답했다.

평범한 애견가로 있다가 2002년에 월드컵에 즈음해 2005년 진돗개가 세계공인을 앞두고 추진위원장을 맡은 이 부회장은 막중한 책임을 갖고 2005년 7월 6일에 아르헨티나에서 세계 공인을 정식으로 받음으로 진돗개를 좀 더 잘 키워 훌륭한 개를 만들어 세계에 보급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식견국의 이미지를 벗고 우리나라의 유일한 세계 공인견인 진돗개가 세계화될 수 있도록 힘을 다해보자는 결의를 갖고 시작한 일이 지금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금 현재 유럽이나 남미, 아시아 등에 진돗개를 보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며, "앞으로도 2~3세대인 젊은 애견가들이 진돗개를 더 많이 사랑해줘서 진돗개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나만의 진돗개’를 탈피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이 부회장은 몇 차례에 걸쳐서 ‘나만의 진돗개’에서 탈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한국애견연맹 뿐만 아니라 한국의 진돗개를 키우는 많은 애견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만의 진돗개’를 추구하는 것은 일부 사람의 취향이라는 점"이라고 강한 어조로 주장했다.

그는 태권도의 예를 들며, "과거 태권도도 국기원으로 단일화되기 전에는 계파가 많이 있었지만 국기원으로 표준이 정해지면서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정식종목이 되고 세계적인 위상을 높이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진돗개를 통한 한류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기준이 너무 다양화게 세분화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며, "표준이 없을 때는 그런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공인이 된 표준서가 나와 있기 때문에 그 문서에 따라 1차적으로 힘을 모으고, 추후에 5~10년 지난 다음에 좀 더 개선할 점이 있으면 수정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만의 진돗개를 위해서 표준을 정하는 등의 아집에 빠져있으면 안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이병억 부회장은 20년 넘게 로터리클럽의 회원으로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으며 2002년는 로터리클럽의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로터리클럽의 국제 사업에 신경을 써서 국제 자매클럽을 만들어 꾸준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좌우명"이라고 밝힌 이 부회장은 "너무 곧고 정직하게 살다 보니까 남한테 좋지 않은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그래도 정직하게 열심히 하면 언젠가 남들이 알아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신의 뚝심을 밝혔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이 부회장은 "진돗개가 세계 공인이 된지도 1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세계적인 위상은 미미하다"며 "지금은 여력이 되는 아시아 국가에 진돗개 보급을 위한 번식장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는 시행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좀 더 잘 완성이 될 수 있도록 남아있는 여생동안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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