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켄포 소달지, 역 신노을/ 담앤북스/ 1만6000원

[민주신문=김미화 기자] 인생이 내 맘대로 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생각을 해보자. 무엇이, 어디에서부터, 왜 잘못된 것인지.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회사에 취직하면, 결혼만 하면, 아이만 낳으면, 인생이 술술 풀릴 줄 알았는데. 사실 인생은 ‘산 넘어 산’이다. 대학, 취업, 연봉, 승진, 육아, 내 집 마련, 노후 준비. 평생 산만 오르다 이대로 끝날 것 같아 두렵고 막막하다. ‘무엇 때문에 바쁘십니까’는 이렇게 열심히 살았지만 뭘 했는지 모를 하루를 반복하는 현대인에게 던지는 화두다. 불교 사상가이자 현대인들의 정신적 멘토로 이름 높은 티베트 승려 켄포 소달지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돈, 사랑, 행복에 관해 직설적이고 명쾌한 해답을 내놓는다.

돈·사랑·행복의 고정관념 뒤흔드는 직설적이고 명쾌한 통찰
“원인을 똑바로 보라” 고통 줄이고 행복 키우는 삶의 지혜

‘켄포(khenpo)’라는 말은 티베트 불교를 가르치는 교수를 일컫는 명칭이다. 켄포 소달지는 그간 명강연으로 하버드대·예일대·스탠포드대·케임브리지대·칭화대·베이징대·홍콩대 등 세계 100여 곳 명문대생의 마음을 움직여 왔다.

그가 2030 청춘을 비롯한 현대인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고통(문제)의 원인을 바로 보라는 것. 그래야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단에 선 켄포 소달지가 불교의 가르침은 물론 동서양의 철학과 현대 과학을 넘나들며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은 ‘즉문즉설’로 유명한 법륜 스님을 떠올리게 한다.

강연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켄포 소달지는 “삶이 본래 고통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먼저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생의 바탕색이 고통임을 아는 사람은 시련을 슬기롭게 극복해 간다. 슬픔이나 분노에 잠기는 대신 문제 해결에 몰두한다.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작은 좌절에도 쉽게 무너진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하며 하늘을 원망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다 써 버린다.

켄포 소달지는 현대인 대다수가 열망하는 부와 사랑도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하루아침에 재산을 다 잃을 수도 있으며 사랑이란 감정도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불교에서 전하는 공성(空性)과 무상(無常)의 이치를 조금만 이해해도 삶이 한결 편안해진다고 말한다.

불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인간을 비롯한 세상 만물은 고정불변하는 존재가 아니다. 여러 원인과 조건에 따라 생기고 변하며 소멸한다. 사랑, 슬픔, 분노 같은 감정과 생각 역시 마찬가지. 켄포 소달지는 이러한 불교의 이치를 고대 철학, 현대 정치와 경제, 문화 사례 등을 통해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세상사가 무상하니 스님들처럼 산 속에서 수행만하며 살라는 말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는 켄포 소달지가 강연장에서 수없이 받은 질문일 터. 그는 괴로움을 줄이고 행복을 키우기 위한 실천 방안도 적극적으로 제시한다. 좌선, 봉사, 채식, 동물보호 등 그가 제안하는 여러 방안의 전제 조건은 나 자신, 즉 ‘아(我)’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다. 일상에서 겪는 모든 괴로움이 ‘아’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는 집착을 내려놓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타심을 키우는 데 있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고 다른 사람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기쁨을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과 행동, 즉 불교에서 말하는 보리심(菩提心)이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해 준다고 강조한다. 우리 모두 다른 사람의 노동과 수고 없이는 물 한 방울 마실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점, 우리 모두 ‘갑’인 동시에 ‘을’이라는 점을 떠올려 보면 켄포 소달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무엇 때문에 바쁘십니까’는 모두 12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강연 현장에서 이루어진 ‘즉문즉설’이 실려 있다. 좌선과 채식 요령에서부터 한전(중국) 불교와 티베트 불교의 차이, 운명을 바꾸는 법까지. 강연 주제를 넘나드는 다양한 질문과 그에 대한 켄포 소달지의 상세한 답변에서 내 인생을 밝혀 줄 소중한 지혜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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