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네시스 현대차

[민주신문=조영곤 기자] 본지는 매주 월요일 주요 포털 사이트와 지면을 통해 국내외 유명 자동차 브랜드의 따끈따끈한 신차 정보를 제공하는 시승기를 게재한다. 눈치 보지 않는 솔직 담백한 내용으로 독자 여러분의 니즈를 충족할 ‘짜릿! 쫄깃! 리얼 드라이빙 토크’. 이번호 주인공은 벤츠와 BMW 등과 글로벌 시장에서 뜨거운 한판승부를 벌일 현대자동차의 대형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 G80’이다.

현대자동차는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386만대를 판매(기아차 합산)하며 세계 순위 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2년 연속 글로벌 매출 10위를 유지했다. 

세계시장에서 메이드인 코리아 즉, 현대라는 브랜드를 인정하는 고객층이 탄탄하다는 증거다.

아쉬움도 있다. 글로벌 현대의 바람은 소형과 중형차급에 집중돼 있다. 

기술과 가치를 증명하는 대형 세단 부문에서는 벤츠와 BMW 등 고급 브랜드에 뒤쳐져 있는 게 현실이다. 격차가 줄고는 있지만 아직 극복해야 할 것들이 산적하다.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대형 세단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시켰다. 첫 작품으로 ‘제네시스 G90(국내명 EQ900)’이 탄생했고, 뒤를 이어 ‘제네시스 G80(이하 G80)’이 지난 7월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했다.

G80의 출발은 성공적이다. 사전계약만 1만대를 돌파했다. 첫 달 판매는 3200대를 기록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론도 있다. 상품성을 개선했다고 하지만 ‘제네시스 HD’의 부분변경 모델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차명 자체가 달라지면서 기대감이 높았던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반론에 대해 할 말이 있다. 전작의 완성도가 그만큼 높았다는 것이다. 현대차를 흉기차로 부르던 이들도 ‘제네실수(실수로 잘 만든 차)’라며 상품성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던 게 엄연한 사실이다.

고급+감성

기자와 마주한 G80은 부분변경 모델의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한 현대차의 고민이 엿보인다. 전면부 다크 크롬 가니쉬를 적용했다. 풀 HD 헤드램프는 단순하게 처리됐던 안쪽 테두리를 섬세하게 다듬었다. 범퍼 디자인은 볼륨감이 한층 강화됐다. 역동적인 형상의 신규 라디에이터 그릴 등으로 정제된 고급스러움을 연출한다.

측면부는 신규 디자인의 19인치 휠을 통해 세련미를 극대화했다. 후면부는 리어 범퍼 부위의 언더커버에 크롬 몰딩을 적용해 고급감을 강화했다. 전체적으로 역동성이 돋보인다. 짧은 오버행은 달리기 실력을 뽐내는 듯하다. 휠베이스는 3m가 넘는다.

G80의 실내 공간은 수평적 레이아웃의 편안하고 넓은 실내공간을 바탕으로, ▲클러스터 ▲기어 노브 ▲스피커 그릴 ▲아날로그시계 등 실내 주요 부위의 정교한 디자인 변경과 고급 소재를 확대 적용했다. 감성 품질을 극대화하는 등 전체적인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센터페시아 우드트림과 실내 마감에 쓴 고급 가죽 소재는 시각과 촉각을 만족시킨다.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 승차감이 돋보인다. 오너드라이버와 쇼퍼 드리븐 모두 만족스러울 듯하다. 뒷좌석은 사실상 2인승이다. 가운데가 불룩 솟아 있어서 성인이 앉으면 불편하다. 성인 2명을 위한 자리라고 보는 게 맞다. 무릎 공간은 상당히 여유롭다.

첨단+편의

G80의 매력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대폭 강화된 첨단 안전과 편의사양이다. 부분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한 ‘제네시스 스마트 센스’가 대표적이다.

G80은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 등 기존 탑재 기능 외에 ▲보행자 인식 기능이 추가된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 ▲부주의 운전경보 시스템(DAA) 등이 새롭게 적용돼 획기적인 수준의 안전성과 주행편의성을 달성했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첨단 주행보조 기술을 접목해 국내 최초로 개발한 HDA는 ▲차간거리 및 차선 유지 ▲전방 차량 정차시 정지 및 재출발 ▲제한속도 구간별 자동 속도조절 등의 기능을 통해 고속도로 상에서의 사고예방은 물론 운전 피로도를 크게 감소시켜준다.

DAA는 주행 중 운전자의 피로 및 부주의 상태를 운전 패턴을 통해 단계별로 분석해 휴식을 권유함으로써 보다 안전한 주행환경을 제공하는 기능이다.

이밖에도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 ▲운전석만 잠금 해제되는 ‘세이프티 언락’ 기능 ▲전자식 변속 레버(SBW) ▲애플 키 플레이 등 다양한 편의사양이 전 모델에 기본 장착됐다.

성능+감각

파워트레인 V6 3.3 람다/ 3.8ℓ GDi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3.3은 최고 282마력, 3.8은 315마력이다. 시승차는 G80 프레스티지 모델(3.8ℓ GDi 엔진 탑재)에 스마트 센스 패키지, 뒷좌석 듀얼모니터 등이 추가된 풀옵션 차량이다. 코스는 경기도 문산에서 경부고속도로를 경유해 오산을 왕복하는 구간.

시동버튼을 누른 후 공회전에서의 소음을 체크했다. 정숙하다. 에어컨을 켜 놓은 송풍구 바람 소리만 들릴 뿐. 진동도 지적할 사항이 아니다. 엔진 회전수를 높여봤다. 역시나 조용하다. 고급 세단의 절대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소음과 진동을 잡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주행 중 정숙성도 대단하다. 시속 30~70㎞ 구간에서는 노면을 타고 올라오는 타이어 마찰 음 정도만 들린다. 시속 100㎞ 구간에서의 풍절음도 심하지 않다.

전체적인 주행 질감은 묵직하다. 균형이 잘 잡혔다고 해야 할까. 힘으로만 밀어 붙이는 것이 아니다.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도 차체가 가라앉는다는 느낌이다.

8단 자동변속기는 부드럽다. 간헐적으로 튀긴 하지만 부드러운 변속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체도 부드럽다. 하체는 진동을 아주 잘 흡수하고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만든다.

스티어링휠의 무게감도 좋다. 개인적으로 가벼운 것은 질색이다. 묵직한 핸들링은 고속 주행에 도움을 준다. 속도를 높일수록 안정감이 극대화돼 운전의 피로를 감소시킨다. 주행 질감이 부드럽고, 제동 능력도 뛰어나다.

시승 차량은 4륜구동시스템인 H-트랙이 탑재됐다. 코너링과 차선 변경 시 차체가 상당히 안정적이다. 코너 탈출각에서는 앞바퀴 배분력이 높아지며 빠르게 치고 나가는 것을 돕는다.

HDA+연비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한 후 국산차 중 가장 앞선 자율주행기능인 HDA를 시현했다. 운전대 오른쪽의 크루즈 버튼을 누르고 속도를 시속 100㎞로 설정했다. 계기판에 HDA가 표시됐다. 앞차와의 거리와 차선을 유지한 채 안정적으로 달렸다.

사실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손과 발이 자유로운 이 기분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다. 커브길에서도 차선을 벗어나지 않았다. 또 옆 차선에서 차가 끼어들었을 때는 차량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속도를 줄였다.

G80 3.8모델(4륜구동)의 공인 연비는 ℓ당 8.6㎞이다. 국내 판매가격은 3.3모델이 4810만∼5510만원, 3.8모델이 6170만∼7170만원이다.

총평이다. 국산 럭셔리 세단의 진일보를 느꼈다.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는 무기를 갖췄다는 생각이다. 아직 가다듬어야 할 부분도 존재한다. 바로 연비다. 시승 기간(3박4일) 동안 기록한 연비는 공인 연비에 못 미치는 ℓ 7.8㎞를 기록했다.

현대차가 공략 대상으로 삼은 벤츠와 BMW 등과 비교하면 연비만큼은 아직 내공 부족이다. 완전 변경모델에서는 연비에 대한 아쉬움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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