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기업이 사내에 마련한 북카페에서 직원들이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신상언 기자] 기업들이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복지 정책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상여금과 명절 보너스 등 금전적 혜택부터 어린이집 설치와 단합대회, 여가 장소 제공 등 비금전적 영역까지 기업 복지의 형태도 각양각색이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복지가 좋은 것도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나쁜 것도 아니다. 복지 수준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의외로 열악한 대기업도 있고, 작지만 대기업도 깜짝 놀랄 복지 정책을 펼치는 중소기업도 많다.

사내 복지는 근로 의욕 향상을 통한 기업 성장으로 이어져, 중요성이 점증되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7월 대학생 1003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하고 싶은 기업 선정에 가장 영향을 준 요인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복지제도 및 근무환경’이 1순위로 꼽혔다.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복지수준의 차이는 여전히 크다. 고용노동부가 8월 발표한 ‘2015년 기업체 노동비용 조사’를 보면 ‘법정 외 복지비용’은 300인 미만이 14만5000원으로 300인 이상 29만6000원의 48.8% 수준이었다. 한마디로 중소기업 근로자가 받는 복지혜택이 대기업 사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이에 중소기업에서도 복지 증진을 위해 기업복지지도사를 고용해 사내 복지의 범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최근엔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기상천외한 사내 복지를 벤치마킹해 복지 증진을 꾀하는 경우도 있다. 세계적인 IT 그룹답게 산책, 자전거 대여, 게임방 설치 등 복지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부럽죠?

K광고회사에 재직 중인 남모(31/남)씨는 매일 회사 주변 식당에서 아침밥을 챙겨먹는다. 7000원 상당의 메뉴들로 가득하지만 부담이 없다. 회사에서 식당 3~4곳과 연계해 직원들에게 아침을 공짜로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아침 공짜로 먹는 밥은 금전적 혜택도 있지만 건강을 챙길 수 있어서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30만~40만원 정도 하는 콘도숙박권도 회사를 통해 구매하면 10만원 정도에 살 수 있어 분기마다 휴식을 취하러 다녀오곤 한다. 이밖에 봄·가을로 열리는 사내 체육대회, 단합대회도 직원 간 친밀도를 높여주는 효과가 큰 대표적인 사내 복지라는 설명이다.

최근엔 은행권을 중심으로 직장어린이집이 생겨나고 있다. 정부가 누리과정을 보완하고자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에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8월말 기준 신한은행 1개(정원 49명), 우리은행 3개(정원 140여명), KEB하나은행 8개(정원 400여명), 기업은행 11개(정원 540여명)의 어린이집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직원 수에 비해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거나 수도권에만 집중돼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또 이마저도 시행하지 않는 대기업도 많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 미이행 사업장만 해도 170곳이 넘는다. 대기업 사내 복지의 허상이다.

중소기업들도 복지 증진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청년들의 직장 선호 기준이 월급보다 복지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홍보대행사 오픈프레스는 워킹맘을 위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출산육아 탄력근무제, 본인 및 자녀의 학자금 대출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김도영 오픈프레스 대표는 “중소기업의 복지제도가 대기업만 못하다는 과거의 편견은 이제 옛말”이라며 “이제는 다양한 복리후생 제도의 개발과 운영이 필수다”라고 말했다.

그것까지?

최근엔 ‘웰트리’ 등 중소기업의 복지 체계를 설계해주는 복지 솔루션 기업이나 기업복지지도사도 등장했다. 복지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중소기업에 체계적인 복지시스템을 구축해주는 역할을 한다.

보통 콘도, 명절선물, 연수원, 문화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통해 직원 1인당 연평균 15만~30만원 정도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설계한다. 대한민국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인 점을 감안할 때 중소기업 복지 증진은 곧 대한민국 근로자의 복지 증진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맞춤형, 선택형 사내 복지도 떠오르는 대안 중 하나다. 이를테면 육아휴직이 필요 없는 싱글에게는 다른 형태의 복지를 제공하는 것. 이를 통해 비용 절감은 물론 복지가 필요한 적재적소에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글로벌 기업의 특색 있는 사내 복지를 벤치마킹 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이장우 부산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기업의 복지가 성장을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며 “다양하고 특색 있는 사내 복지 서비스를 많이 개발하고 시행해 직원들의 생산성과 충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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