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라면시장이 보글보글 뜨겁게 끓고 있다. 올해초까지 짜장과 짬뽕라면으로 진검승부를 펼쳤던 각 기업이 이제는 부대찌개면으로 ‘3라운드’에 돌입한 모양새다.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의 승부가 볼만하다.

사실 대한민국 국민에게 라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국민 1인당 한 해 약 74개의 라면을 소비한다고 하니 이는 국민 모두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라면을 먹는 셈이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심과 팔도, 오뚜기 등은 최근 잇따라 부대찌개면을 출시하고,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4월 프리미엄 라면 열풍과 함께 짜장과 짬뽕이 등장한 이후 3탄 격의 프리미엄 라면으로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선두주자는 농심이다. 가장 먼저 시장에 부대찌개면을 출시했고, 출시 한 달 만에 매출 50억원을 돌파했다. 이에 자극받은 팔도와 오뚜기도 관련 라면을 시장에 선보이며 맹추격하고 있다. 대형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45%의 점유율을 자랑하던 짬뽕라면의 비중은 10%대로 떨어졌다. 이 자리를 부대찌개면이 메우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SNS와 블로그 등을 통해 자신이 선호하는 라면을 어필하기도 하고, 자신만의 레서피와 먹방을 선보이며 부대찌개면 열풍을 더욱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라면시장의 전쟁을 더욱 격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농심의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라면시장은 SNS의 발전 덕분에 입소문 효과가 작용해 성장한 측면도 있다”며 “앞으로 트렌드를 분석한 다양한 라면이 출시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면전쟁의 역사

치열한 라면전쟁의 시작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70·80년대를 평정했던 기업은 삼양라면(삼양)이다. 삼양라면은 당시 점유율 90%를 넘기며 시장을 완전 장악했다. 변치 않을 것 같던 시장은 1986년 농심의 ‘신라면’ 출시와 삼양라면의 우지파동이 겹치면서 단숨에 ‘농심 천하’로 바뀌었다.

농심도 안심할 수 없다. 한때 시장 점유율 80%를 바라봤지만 현재 60%대로 하락하며 프리미엄 라면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가격을 1200~1500원대로 올리되 맛과 질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농심은 2011년 신라면 블랙에 이어 지난해 4월 '짜왕'을 출시했다. 라면전쟁 1라운드의 서막이었다. 짜왕 이후 진짜장(오뚜기), 갓짜장(삼양), 팔도짜장면(팔도) 등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전국적으로 프리미엄 짜장라면 붐이 일었다.

1라운드 전쟁의 승자는 출시 이후 1억개 판매를 돌파한 짜왕이다. 농심 마케팅팀 관계자는 “음식 관련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소비자들의 눈높이와 기대 수준이 높아졌다”면서 “식당에서 먹는 짜장면 맛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노력 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라면 전쟁 2라운드는 짬뽕이다. 진짬뽕(오뚜기)은 지난해 10월 출시된 이래 대형마트 추산 매출 1위에 오르며 신라면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진짬뽕에 이어 불짬뽕(팔도), 갓짬뽕(삼양), 맛짬뽕(농심)이 출시됐지만 진짬뽕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진짬뽕은 출시 50여일 만에 판매 1000만개를 돌파, 현재까지 1억4000만개 이상 팔렸다. 올해 1월 기준, 대형마트 판매 점유율 17%를 기록해 신라면(10.3%)을 앞지르기도 했다. 오뚜기는 진짬뽕 덕분에 라면 전체 시장 점유율 20%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2011년 하얀 국물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꼬꼬면, 나가사끼짬뽕 등이 잠시 동안 신라면을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던 이래 두 번째 왕좌탈환이었다.

오뚜기는 이 기세를 몰아 올 상반기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뚜기는 올 상반기에만 1조36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9.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면전쟁 2라운드는 오뚜기의 완벽한 승리였다. 오뚜기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한 ‘진짬뽕’ 신제품의 선전 덕분”이라며 “하반기에도 진짬뽕이 인기를 계속 이어가는 가운데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여 라면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라면의 미래

라면업계의 신제품 경쟁과 소비자 호응 덕분에 라면 업계는 올 상반기 매출 1조원을 가뿐하게 넘어섰다. 지난해 매출 2조 돌파는 물론, 가파른 증가세가 전망된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SNS, 블로그 등 온라인에서는 제품을 맛보고 평가한 포스팅과 댓글들로 넘쳐난다. 3년째 음식 블로그를 운영해오고 있는 회사원 장모(32)씨는 “짬뽕라면 때부터 라면 전쟁에 관심을 가졌었다”며 “일단 신제품이 나오면 먹어보고 평가해 가장 선호하는 라면의 팬이 되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취미활동이자 행복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와 같은 종류의 라면을 가장 좋아한다는 사람을 보면 왠지 동질감이 느껴질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는 온라인이 활성화된 시대 흐름과 이를 적절히 마케팅에 활용한 결과로 보인다. 농심 관계자는 “프리미엄 라면 열풍은 SNS, 먹방·쿡방의 유행 등 큰 시대 흐름이 주요했다”라며 “새로운 트렌드를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채널이 많아지면서 입소문 효과가 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라면 전쟁 정국 변화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소비자의 욕구가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춰 연구하고 개발해 새로운 라면을 출시할 것”이라며 “시대흐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맛’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만큼 맛있는 라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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