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 구도, 문재인•안철수•손학규 등 선수들 북적

[민주신문=박정익 기자] 19대 대통령선거가 15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 대선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대선 구도가 본격화되면서 여야 간 미세한 입장차가 감지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김무성과 반기문(잠재적 유력 후보군), 그리고 남경필, 오세훈 등이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야권은 문재인부터 안철수, 손학규, 안희정, 이재명, 박원순, 김부겸 등 링에 오를 준비를 끝낸 선수들이 넘친다. 단일화 등 교통정리가 늦어지면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경선 과정에서 권력투쟁으로 비화될 경우, 국민적 반감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야권의 유력 잠룡들이 몸 풀기에 이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있다. 선수들 면면도 과거 대선과 비교해 결코 뒤짐이 없다. 야권 대선 후보 1위를 수성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치권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더 이상 철수는 없다”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이밖에 차차기까지 노리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대선 정국이 가열될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문재인 견제 심리

유력 잠룡들의 잇따른 조기 등판은 문재인 전 대표 견제 심리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8.27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새 지도부가 ‘친문재인계(친문)’ 중심으로 편성됐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세론’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지난 4일 추미애 대표가 “당헌당규에 따라 6월말까지는 대선후보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우상호 원내대표 역시 5월 4일 18대 대선과 관련해 “9월에 후보를 선출하다 보니 우리 후보의 공약과 비전 제시가 대중들에게 안 먹혔고 준비가 안됐다”며 “유불리를 떠나 내년 상반기에 대선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당 지도부의 잇따른 대선 후보 조기 확정 발언은 잠룡들의 조기 등판을 부추겼다. 또 문재인 대세론의 기세를 견제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는 절박함도 연이은 대선 출마 발표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한편 현재 더불어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 180일 전까지 당 대선후보를 정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표는 18대 대선 당시 9월 16일 대선 후보로 확정됐지만 대선에 패하면서 당 안팎으로 대선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조기등판, 득과 실

야권 대선 잠룡들의 조기등판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세 굳히기’와 ‘이미지 소모’라는 이견이 분분하다. ‘대세 굳히기’를 말하는 당내 관계자는 “6월말에 대선후보가 확정이 된다면 그만큼 대선에 더 집중할 수 있다”며 “더욱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후보의 공약이나 비전제시를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나라당 이명박,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선까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존재감이 큰 대선 후보가 있었다는 자신감”이라며 “야권도 대선 후보군을 구성해 역동성 있는 경선을 통해서 대선 열기를 가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양승함 전 연세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대선 잠룡들의 조기등판과 관련, “대선 후보자들이 지금 시점에 활동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정치라는 것은 일찍 결정 되고 예정된 절차를 따라 사람들이 예견할 수 있는 것이 정상”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정상적으로 보면 6~7월 정도가 적절하다, 미국은 벌써 7월경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지명해서 뛰지 않나. 빠른 것은 아니다”라며 “대체적으로 한 후보가 대세라면 대세인 것이다. 추미애 대표가 6월에 (조기경선을)하겠다는 얘기는 미리 기선을 잡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반면 대선 잠룡들의 ‘이미지 소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또 너무 이른 등판으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자칫 권력투쟁으로 비춰질 경우, 후보군 이미지 추락 등 부작용이 크다는 얘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조기 등판에 따른 득과 실은 분명히 존재한다. 과거의 사례를 볼 때 경선에 이르기까지의 경쟁은 상상 이상이다. 이 과정에서 내상을 입은 후보가 속출하게 된다”면서 “이 같은 이미지 소모는 국민들에게 기대보다는 반감을 갖게 할 수 있다. 또 권력투쟁으로 비춰질 경우, 표심이 이동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야권 잠룡 동향

▷부동의 1위 문재인

야권 대선후보 1위를 수성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는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문재인 대세론 굳히기’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또한 문 전 대표는 ‘문재인 대세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출하는 당내 대권 잠룡들의 발언에도 ‘아름다운 경쟁’, ‘다시 협력할 수 있는 경쟁’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며 야권 대선 정국의 기세를 올리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3일 충남 서산에서 300여명이 참여한 자신의 공식 팬클럽인 ‘문팬’ 창립총회에 참석해 지지기반을 다졌다.

▷마이웨이 안철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현재 문재인 전 대표의 뒤를 쫓으며 대선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8월 28일 광주를 찾아 “무등산의 시대정신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라며 “내년 겨울, 서설이 내린 무등산을 와 보고 싶다. 낡은 시대를 끝내고 새 시대를 열어가는 무등의 아침을 다시 맞고 싶다”고 사실상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안 전 대표는 또 9월 5일 독일에서 귀국한 후 기자들과 만나 “휴전선이 우리의 과거와 현재라면 우리의 미래는 평화통일이 돼야 한다”며 “독일은 ‘접촉을 통한 변화’라는 원칙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평화통일을 이뤘고, 협치와 합리적인 개혁을 통해 유럽의 강국이 됐다”고 밝혔다.

▷서울 넘어 대선까지 박원순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하며 ‘서울시장=대선후보’라는 공식을 이어간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장으로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혀 대권 레이스에 참여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원순 시장은 9월 6일 미국 뉴욕 한인회관에서 열린 현지교민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내년 대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 개인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렇게 어지럽고 도탄에 빠진 나라를 구하는 것은 정권교체가 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개인의 결단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시대 비전과 요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고 싶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변방 아닌 주류 안희정

당내 주류인 친문계와 친노계와도 연계성이 있고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충청권 잠룡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9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권도전을 암시하는 글을 썼다. 안 도지사는 “동교동도 친노도, 친문도 비문도, 고향도 지역도 뛰어넘을 것”이라며 “김대중, 노무현의 못 다 이룬 역사를 완성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나아가 근현대사 백여년의 그 치욕과 눈물의 역사를 뛰어넘을 것이다”라고 밝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또한 안 도지사는 9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특별지방행정기관 지방이야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언론이 대선 레이스가 빨라졌다고 얘기하는데 빨라지고 늦어지고 할 게 있나”며 “(대선경선)시점은 연말연초 쯤 대략 나오지 않을까 싶다. 경선에 참여하고자 하는 분들은 최종적으로 입장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플러스 알파를 만드는 김부겸

‘문재인 대세론’을 경계하며 가장 활발하게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는 김부겸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사지로 인식되는 대구에서 당선됐다. 김부겸 의원은 3일 보령 무창포에서 열린 새희망포럼 정기총회에서 “특히 다양성과 역동성을 생명으로 해야 할 야당에게 대세론이라는 것은 무난히 패배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새 희망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의 지지자 500여명과 조정식‧설훈 의원,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 유인태 전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대선에 우리는 훌륭한 후보가 있었고, 아깝게 3%차이로 졌다. 지난 4년간 3%로 진 패배가 얼마나 민족을 어렵게 하는지 이 땅에 살고 있는 국민을 어렵게 하는지 여러분은 잘 보고 있다”며 “반면 우리가 이겼던 대선은 좋은 후보가 있었고, 민주‧평화‧개혁진보 세력이 모두 뭉쳤지만, 이제는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제3지대론 태풍의 눈 손학규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전남 강진 토굴에서 2년간 칩거하고 있는 손 전 고문은 9월 2일 마침내 “어려움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 데 저를 아끼지 않고, 죽음을 각오하고 저를 던지겠다”고 선언해 사실상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손 전 고문의 앞으로의 행보에 따라 야권 혹은 여권의 정계개편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말 그대로 ‘제3지대’에서 새로운 판을 짠다든지, 더민주에 복귀해 2012년 대선경선에서 맞붙었던 문재인 전 대표와 재대결을 벌일 수도 있고, 박지원 원내대표 등 러브콜을 보내는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겨 안철수 전 대표와 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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