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땅에 50㎡(15평) 규모 단독주택

답답한 실내 등 거주 환경 개선은 숙제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폭등하면서 협소(소형)주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협소주택은 최소 50㎡(15평)의 자투리땅만 있으면 지을 수 있다. 또 공통주택 즉, 아파트의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보다 저렴한 2억원 정도만 마련하면 평생의 숙원(?)인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게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집주인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협소주택의 연면적은 보통 50~66㎡ 내외, 2~3층 단독주택 구조다. 공간의 부족함을 높이로 상쇄했기 때문에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또 가족수가 늘어나게 되면 공간 활용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단점이 만만치 않지만 실제 거주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층간소음 등 대표적인 주거 문제에서 해방됐다는 것이 만족도를 높이는 이유다. 아울러 전원생활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5일 건축설계업계에 따르면 내 집 마련 목적의 협소주택 수요가 늘고 있다. 집값 및 전세 상승이 원인이다. 아파트 매매가에 가까운 전세금이면 자투리땅에 내 집을 짓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협소주택 수요가 1년 전부터 증가했다.

협소주택은 50㎡면적에 지상 3~4층 규모의 단독주택을 칭한다. 대부분은 4인 가구 기준이다. 주택법 등 관련법에 따라 주차장을 설치해야 하지만 입지에 따라 설치되지 않은 곳도 있다.

협소주택은 저렴함이 최대 무기다. 실제로 경기도 군포에 위치한 한 협소주택 건축비는 인근 아파트 매매가보다 33%, 전세가보다 최대 26% 저렴했다. 해당주택은 대지 89.1㎡(27평), 연면적 52.8㎡(16평)에 3층 규모이다.

건축비는 3.3㎡당 1062.5만원으로 총 1억7000만원이 지출됐다. 토지 구입비로는 1억500만원(3.3㎡당 388만원)이 들었다. 토지와 부동산을 합친 아파트 분양가 개념으로 보자면 3.3㎡당 가격은 1450.5만원이다.

협소주택 인근 아파트인 S 래미안 하이어스 아파트의 경우 84.97㎡(25.7평)규모의 12층 매물이 지난 6월 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3.3㎡당 매매가는 2140만원 선이었다. 이를 협소주택 분양가 개념으로 비교하면 1.47배 높다. 협소주택 건축비는 매매가의 67%에 불과했다.

전세는 같은 단지 12층 84.95㎡(25.7평)의 경우 최저 4억9000만~최대 5억원대 사이로 형성됐다. 전세가는 3.3㎡당 최저 1906.6만원에서 최대 1945.5만원 선이었다. 전세가는 협소주택 건축비보다 1.31~1.34배 높았다. 협소주택 건축비는 전세가의 74~76%선이었다.

여기저기 공사 한창

협소주택은 서울 지역에선 상대적으로 자투리땅이 많은 관악ㆍ동작ㆍ서대문에, 수도권과 지방에서는 편차가 있지만 교통편의시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입지에 들어서고 있다. 특히 서울은 일부 구를 제외하고 ‘자투리 땅’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의 경우 자투리 땅 규모는 전체 면적의 10~20%, 종로구 옥인동의 경우는 전체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협소주택 토지는 입지 조건에 따라 수십 대 일까지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도 군포시 군포로 641번 길에 위치한 102.3㎡(약 31평)규모의 자투리땅이다. 20명 투자자가 해당 토지를 잡기 위해 몰려 경쟁이 뜨겁다는 전언이다.

열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여기저기 협소주택 공사가 한창이다. 문의도 끊이지 않아, 관련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양재호 토맥 건축사무소장은 이에 대해 “건축주들의 협소주택에 대한 꾸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인력 등이 한계다. 수용할 수 있는 물량만 수주 받아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병근 디자인일공 이사도 “현재 79.2ㆍ82.5ㆍ99㎡ 규모의 협소주택을 설계 중”이라며 “대부분 4인 가구 기준이다. 일감이 몰리면서 하루가 빠듯하다”고 전했다.

거주 전ㆍ후 살펴보니

건축주들은 협소주택 완공 전 내 집 마련을 통한 자신만의 공간 및 공동주택 거주의 불편 해소를 기대했다. 하지만 협소주택 거주에는 또 다른 불편이 도사렸다.

A(경기 과천, 1년 6개월 거주)씨는 “내 집 마련 목적으로 지은 협소주택이 원하는 구조로 돼 있어 대체적으로 만족한다”면서도 “입주 후 좁은 공간으로 인한 층별 이동이 익숙해질 때 까지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B(서울 동작, 2년 6개월 거주)씨는 “공동주택 거주시 편리했던 보안, 음식 및 재활용 쓰레기 처리, 집 밖 청결을 직접 챙겨야 한다는 점이 다소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고 꼽았다.

C(경기 군포, 3년 거주)씨는 “집안을 꾸밀 수 있는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공간,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 등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삶의 만족감은 높다”며 “좁은 공간에 따른 개방감은 부족한 편이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사진=토맥건축사무소

주거 형태 다변화

협소주택이 주목을 받으면서 주거 형태의 다변화도 감지된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집계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 거주비율은 49.6%다. 절반 가까운 국민이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 전문가들은 높은 집값, 기존 공동주거 형태의 실증, 내집 마련의 욕구 등이 협소주택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다고 봤다.

오문석 오파드 건축연구소장은 “대체적으로 내 집 마련이 협소주택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다”며 “젊은 층의 주택 소유 욕구와 똑같은 아파트 거주 공간에 대한 실증, 타인의 간섭 배제 경향 등도 협소주택 수요 증가의 원인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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