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포켓몬GO 열풍이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AR이란 카메라를 통해 얻은 실제 이미지에 가상의 그래픽이 덧칠해진 합성된 이미지를 말한다. AR 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된 게임인 포켓몬GO가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면서 관련 산업은 물론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산업까지 급부상하고 있다.

VR의 대표적인 예는 삼성의 ‘기어 VR’다. 헬멧처럼 생긴 기기를 착용하면 가상현실로 구성된 영상이나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AR·VR 시장규모가 약 52억 달러(약 5조7000억원)를 돌파했다.

현재 게임과 영상 등에 적용된 AR·VR산업은 앞으로 헬스, 의료, 교육, 여행 등 일상 전반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런닝머신을 뛰면서 공원을 달리거나 집 안에 앉아 지구 반대편의 유명한 관광지를 방문하는 체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수 년 내에 AR·VR 산업의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17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증강현실(AR) 전문가 션 니콜스는 AR의 미래에 대해 “앞으로 게임이나 영상을 넘어 콘택트렌즈에 AR기술을 접목시키는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길거리를 활보하며 포켓몬GO 게임을 즐기던 사람들의 사고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기도 하고 VR을 체험하다 구토를 하거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다. 앞으로 기술 개발과 함께 부작용을 줄여나가는 것이 AR·VR 산업의 성장 과제로 꼽히고 있다.

영화 속 상상이 현실로

1993년 개봉돼 화제가 됐던 SF 영화 ‘토탈리콜’에는 VR를 체험하는 장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사람들이 돈을 주고 화성 여행 VR를 체험하는 것. 가상 여행을 마친 사람들은 마치 실제로 화성에 다녀온 것처럼 만족했지만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그저 영화일 뿐이라며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그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VR산업이 관광 산업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제적 부담과 건강, 체력 등의 제약으로 여행을 즐기지 못하는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VR을 활용한 관광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드론제조업체 DJI는 최근 ‘무인기를 활용한 가상 관광 시스템과 방법’이란 특허를 출원했다. AR·VR을 이용한 가상 관광 기술로서 드론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실제로 여행지에 있는 듯 한 경험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이미지 정보 이외에도 비, 안개, 온도, 풍속 등 환경 요소들까지 수집해 4D를 경험할 수 있다. 사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VR룸,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 슈트 등도 제공한다.

AR·VR 산업은 의료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 VR을 통한 트라우마 치료나 가상의 수술을 시행해봄으로써 의료 사고율을 낮추는 것이다. 또 신체적 약점을 VR기기를 통해 보완하는 방식도 있다. 의료용 VR게임 개발자 제임스 블라하는 VR 기기를 이용해 약시를 개선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VR 게임을 통해 빛이 약한 쪽의 눈을 강화시켜 양쪽 눈으로 시야확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교육 분야에서의 활용 가치도 높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2학기부터 증강현실, 가상현실, 드론 등 최첨단 기자재를 활용한 학생주도의 창의과학수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도교육청이 교재와 교구를 모두 지원한다. 이미 과학수업혁신 중심학교 담당자를 대상으로 지난 6월 첨단기자재 활용수업 사전연수를 실시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AR·VR 기기를 활용한 수업으로 인재들의 창의력과 상상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AR·VR은 미래형 도시 건설에도 이용되고 있다. SK텔레콤과 LH는 지난달 30일 판교 알파돔시티에 사물인터넷, 증강현실 등을 활용한 미래형 도시 ‘K-스마트시티’를 구축하기로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AR는 물론 무료 와이파이 망까지 결합된 미래융합파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쇼핑, 건축 등에 AR·VR 기술이 적용돼 편의성을 강화할 전망이다.

정부의 계획과 과제

AR·VR에 대한 관심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각종 콘퍼런스와 아직은 생소한 VR에 대한 교육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8월 26일 문화창조아카데미는 ‘VR·AR 인사이트’를 개최했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AR·VR 분야의 국내외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해 산업 동향과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정보도 교류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의 후원도 있었다.

미래창조과학부 디지털 콘텐츠과 관계자는 “정부는 AR·VR 산업 진흥을 위해 콘텐츠 제작, 인재 육성, 교육 등에 힘을 쏟고 있다”며 “이를 위해 올해만 43억 이상의 재정을 투입했고 앞으로 더 늘어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미래부는 내년까지 AR·VR 산업 진흥을 위한 4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관심과 기대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포켓몬GO 게임을 하다가 부주의로 인해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다쳤다는 뉴스가 전세계적으로 비일비재하게 들려온다. 증강현실에 대한 기술은 개발됐을지 모르지만 이에 대한 안전 대책은 미비한 것이다. 또 기술력의 한계로 어지럼증이나 구토를 호소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VR 산업에 종사하는 관계자는 “어지럼증에 대해 제대로 된 진단과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며 “시각과 콘텐츠 움직임 사이의 인지부조화가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래부 관계자도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례 때문에 VR 기기를 10분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것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기술 개발을 통해 극복해야 할 부분이며 정부 차원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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