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SUV 모하비

본지는 매주 월요일 주요 포털 사이트와 지면을 통해 국내외 유명 자동차 브랜드의 따끈따끈한 신차 정보를 제공하는 시승기를 게재한다. 눈치 보지 않는 솔직 담백한 내용으로 독자 여러분의 니즈를 충족할 ‘짜릿! 쫄깃! 리얼 드라이빙 토크’. 이번호 주인공은 男心(남심)을 제대로 저격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강자 기아자동차의 ‘더 뉴 모하비(이하 모하비)’이다.

[민주신문=조영곤 기자] 치명적인 마초 본능을 자랑하는 기아차 플래그십 SUV 모하비가 8년 만에 부분 변경돼 돌아왔다.

남심을 제대로 저격한 모하비는 마니아층이 두텁다 못해 신적인 존재다. 캠핑 등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상남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믿지 못하겠다고? 수치가 증명한다. 모하비는 지난해 8월 판매가 중단됐지만 누적 계약만 4500대에 달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하비를 구입하겠다는 것이다. 2008년 데뷔한 후 꾸준히 판매량을 늘리며 단단한 팬덤을 형성했다.

모하비는 프레임 바디를 적용한 후륜구동 방식으로, 최근 출시되고 있는 SUV(모노코크)와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또 국산 SUV 중 유일하게 V6 디젤엔진을 장착했다.

데뷔이후 8년 만에 부분 변경을 단행했지만 외관 이미지는 큰 변화가 없다. 이에 대한 아쉬움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기존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던 것도,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 버거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웃도어 열풍이 불지 않았다면 기아차가 모하비를 포기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일각의 얘기도 설득력이 있다. 8년의 시간이 이를 증명하는 셈이다. 군불을 지피 듯 인기몰이를 하면서 변화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시장은 유로6 전환 등 급변하고 있었다. 시기를 놓친 것이다.

그래도 모하비이기에 참을 수 있다. 오프로드의 지존을 뛰어넘을 수 있는 존재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위엄

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옷매무새는 가다듬었다. 변화를 살펴보자.

전면부는 신규 라디에이터 그릴과 웅장하고 입체감 있는 스키드플레이트를 적용해 고성능 정통 SUV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또 LED 방식의 주간주행등과 안개등 주변에 메쉬(그물형) 패턴의 가니쉬를 적용해 디테일한 완성도를 높였다.

측면부는 당당하고 압도적인 라인을 유지하면서 사이드미러와 휠 부분에 크롬을 적용, 고급감을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후면부는 기존 모델 대비 입체감이 강화된 신규 범퍼와 와이드한 스키드플레이트를 적용해 모하비만의 강인한 오프로드 이미지를 강조했다. 또 면발광 타입의 LED 리어 램프로 세련미를 극대화했다. 차체 크기는 4930×1915×1810×2895다. 전장만 소폭 늘었고, 전체 크기는 기존 모델과 동일하다.

실내 인테리어는 외관 대비 변화 폭이 크다.

▲고급스러운 세틴 크롬 및 하이그로시 내장재 ▲퀄팅 나파 가죽 시트 ▲모하비 전용 신규 스티어링휠 ▲4.2인치 슈퍼비전 클러스터 ▲2가지 컬러의 우드그레인 등을 적용해 대형 SUV 다운 품격을 갖추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국산 대표 플래그십 SUV 치고는 고급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기어 레버 우측에는 USB와 AUX 단자가 좌측에는 드라이브 모드와 열선 스티어링휠, 냉난방 시트 등의 버튼이 모여 있다. 2개의 컵홀더는 용량이 넉넉하다. 이밖에 기어 레버 중심으로 수납공간이 마련돼 있다.

2열은 상당히 넉넉하다. 무릎과 머리 공간 모두 부족함이 없다. 센터 콘솔 후면에 위치한 공조장치는 온도와 바람세기, 방향까지 모두 조절할 수 있다. 2열 시트는 60:40 분할 폴딩과 슬라이딩이 가능하다.

3열 시트는 늘 그렇듯. 어린이에게 추천한다. 모하비 3열 시트가 좁다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성인도 앉을 만 하다. 하지만 장거리 운행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면 성인 보다 어린이가 안성맞춤이다.

질주

이제는 달릴 시간이다. 모하비는 이미 준비된 모습이다. 오늘 코스는 좀 특별하다. 오프로드의 지배자에게 일반 도로는 실례, 아니 결례다.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경기도 연천 방향, 지방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한적한 곳에 위치한 캠핑장이 있다. 이곳 한켠에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정상으로 오르는 기가 막힌 코스가 있다.

출발에 앞서 스펙을 살펴보자. 파워트레인은 3.0 V6 디젤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엔진은 유로6 기준을 충족한다. 최대 출력은 종전과 동일한 260마력. 최대 토크는 56.0㎏•m에서 57.1㎏•m으로 상향 조정됐다.

공회전 정숙성이 수준급이다. 진동 억제는 놀랄 정도다. 디젤을 먹는 녀석이 맞나 싶을 정도다. 아무리 디젤 차량을 선호한다고 해도, 엉덩이를 타고 전달되는 진동은 그리 기분 좋은 게 아니다.

한적한 지방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밟았다. 거침이 없다. 쭉쭉 치고 나간다. 기어비를 촘촘히 배치해 가속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최고 속도가 나오는 7단에 다다르자 계기판 속도계가 190㎞/h를 가르켰다. 최고 속도를 제한해 놓은 탓이다. 속도 제한이 없다면 220㎞/h 이상도 가능할 것 같다.

모하비의 또 다른 매력은 폭발적인 스타트 능력이다. 초반 가속에서 스포츠카 뺨을 제대로 때린다.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대다수 차량들이 모하비 뒤꽁무니를 쫓기 바쁘다.

코너링도 인정할 만 하다. 고속에서 코너를 돌아나갈 때 차체가 기울기는 하지만 적절하게 돌아나간다. 전자장비의 개입도 만족스럽다. 브레이크 성능은 합격점이다. 170㎞/h에서 시도한 연속 제동에서 차선을 유지하며 원하는 위치에서 멈춰 섰다.

주행 정숙성도 디젤 차량인 것을 감안할 때 만족스럽다. 흡차음재 개선으로 엔진 소음의 실내 유입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또 휠 강성을 높이고, 실내 재질을 최적화 해 노면 소음 최소화한 것도 칭찬해주고 싶다.

다만 프레임 구조의 한계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노면이 조금만 불량하면 모하비는 출렁 출렁이다. 1열에서 느끼는 출렁임은 뒤로 갈수록 배가 된다. 2열 시트에 앉은 사람들의 표정이 심각하다.

본능

이런저런 주행시험 끝에 목적지에 다다랐다. 며칠 동안 무더위를 식히는 반가운 비가 내린 탓일까. 정상으로 향하는 길 곳곳이 움푹 파였다. 잠시 걱정하는 사이 모하비가 피식 웃는다. 걱정 말라고.

진흙으로 변한 길에 올라선 후 가속 페달에 천천히 힘을 줬다. 잠시 바퀴가 미끄러지는 가 싶더니 진흙길을 단단히 움켜쥐고, 정상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움푹 파인 길을 지날 때도 주저하지 않는다. 야생의 본능이 되살아난 듯하다.

온 몸을 진흙으로 휘감고, 정상에 오르자 백캠핑을 즐기는 두 쌍의 커플이 신기한 듯 바라보며 불청객을 반겼다.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백창기(38/남)씨는 “(모하비는) 선망의 대상이다. 이곳 경치가 좋아, 자주 찾는데 소유하고 있는 차량의 스펙 때문에 백캠핑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면서 “완전변경모델이 나올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첨단 안전•편의사양을 살펴봤다. 모하비는 ▲차선 변경시 후측방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감지하는 후측방경보시스템(BSD) ▲방향 지시등 조작 없이 차선 이탈시 운전자에게 경고를 해주는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 ▲앞 차량과의 거리를 감지해 추돌 위험시 경보 안내를 해주는 전방추동경보시스템(FCWS) 등이 대거 탑재됐다.

아울러 ▲주차시 차량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영상을 제공하는 어라운드뷰모니터링시스템(AVM) ▲동승석 워크인 디바이스 ▲최신 IT 기술과 스마트폰 연동을 통한 원격시동 및 공조제어 등을 가능하게 하는 유보 2.0 등 편의가 향상됐다.

복합연비는 10.7㎞/ℓ. 시승 기간 기록한 연비는 10.8㎞/ℓ이다. 가격은 최고급 트림이 4832만원이다. 이 가격으로 이 스펙이라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수입 SUV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이 가능한 유일한 국산 SUV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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