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선 반기문, 야권에선 문재인 두 잠룡들이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치권 안팎에선 비주류 진영 대권후보들을 중심으로 한 ‘제3 지대' 정계개편론이 주목받고 있다.

여권 친박 지도부 탄생 속 김무성·유승민 남경필 행보 주목
孫, 野 '제 3지대' 정계개편 '키맨' 부상…박원순 안희정 잰걸음 

[민주신문=강인범 기자] 여야 잠룡들이 1년 4개월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선을 앞두고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야권 정계 개편의 최대 변수로 자리잡고 있는 손학규 전 더민주 고문의 정계복귀는 시기가 문제일 뿐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도 야권 킹메이커로 불리는 김종인 대표와 만남을 갖는 등 외부활동을 늘려가고 있다.

여권에선 김무성 전 대표외에도 보수진영의 개혁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가 몸풀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정계복귀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고문에 대한 야권의 '구애'가 본격화되고 있다. 손 전 고문의 선택지는 향후 '제 3지대' 정계개편의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지난 25일 '친문'이 당을 장악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 계파가 전체를 장악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면 새로운 움직임도 있지 않겠느냐"며 정계개편 가능성을 언급했다.

비주류계로 분류되는 이종걸 의원도 "새누리당은 친박 일색으로 가고 만약에 우리 당이 친문 일색으로 가게 되면 대선을 앞두고 중간영역의 비문과 비박이 하나의 제3지대 정치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예견들이 있다"고 밝혔다.

더민주 안팎에선 각 시도당 위원장들도 범 친노계 인사가 대거 선출되는 등 '도로친문당'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손 전 고문이 27일 전당대회 이후 탈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더민주 특히 '친문' 입장에서는 현재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손 전 대표가 정계복귀 할 경우 비주류의 구심점으로 문 전 대표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또 탈당해 제3지대에 둥지를 틀 경우, 당내 비주류 진영 인사들의 이탈 가능성 즉 원심력이 강화 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자리잡고 있다.

안철수(오른쪽) 전 국민의당 상임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형규 목사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孫의 선택 따라 정계 요동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6일 손 전 고문과 조우한 자리에서 "빨리 돌아와 힘을 달라"고 말했지만, 별다른 답을 듣지 못했다. 친노·친문계의 도움 요청을 뿌리친 것으로도 여겨질 수 있다.

한편 김종인 대표와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지난 13일 서울시내 모처에서 배석자 없이 2시간 가량 회동을 가진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이날 만남은 김 대표 측에서 손 전 고문 쪽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대표가 6월 2016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에서 손 전 고문과 만나 "서울 올라오셔야죠"라고 말을 건넨 것과 같은 맥락이란 게 김 대표 측의 설명이다.

손 전 고문을 향한 국민의당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이미 수차례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21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형규 목사 빈소에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손 전 고문을 만남을 가졌다.

안 전 대표는 "언제 한번 편한 시간이 있으면 저녁이 있는 삶과 격차 해소 문제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제안했으며 손 전 고문은 이에 "언제 한번 좋은 자리를 갖고 얘기를 나누자"고 화답했다.

심지어 김영환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산에서 내려오시면 저희가 집을 잘 지어놨으니 편히 쉬시고 좀 들러 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손 전 고문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단독 회동을 갖기도 했다. 손 전 고문 측에 따르면 손 전 고문과 박 시장은 16일 전남 강진 백련사 인근 토담집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여름휴가 중인 박 시장이 손 전 고문이 기거하고 있는 백련사 인근을 찾아가 만난 것이다. 둘의 만남에서 먼저 박 시장은 손 전 고문의 안부를 물었으며 손 전 고문은 박 시장에게 덕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화 주제는 청년 실업문제와 경제난, 서민경제 등으로 알려졌다. 대화 후 두 사람은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두 사람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의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는 탓에 이번 만남은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8·27전당대회와 이후 야당 내 정치지형 변화 등에 관해서 논의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 손학규 전 더민주 고문과 정운찬 전 총리를 공개적으로 언급 한 데 이어 이번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우리 당으로 와서 아름다운 경선을 해보자고 제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그간 '안철수'라는 당내 유력 대선 잠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후보가 참여하는 '대선 플랫폼'을 통한 역동적인 경선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한편 김종인 대표 역시 최근까지도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과 모두 접촉한 바 있다. 김 대표가 접촉한 인사들이 주로 중도개혁 세력의 소장파 그룹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더민주의 킹메이커로 부상하고 있는 김 대표와 박지원 비대위원장간의 킹메이커 대결구도도 향후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전국민생투어중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13일 전북 전주시 전주한옥마을을 방문해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무성 전 대표 페이스북)

與, 비박계 잠룡 생존 모색

여권에선 최근 대권 잠룡의 단골코스로 불리는 민생행보를 시작하며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와 보수진영의 개혁 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유승민 의원의 행보가 주목된다.

두 인사 모두 친박 핵심 진영으로부터 상당한 견제를 받았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게다가 이번 8·9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친박계가 대거 장악한 당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차기 대권구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일격을 받았다고는 하더라도 당내 권력 구도상 친박계에 유일하게 맞설 수 있는 인물은 김 전 대표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친박 지도부가 꾸려진 만큼 청와대와 친박계의 대선 구상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보인다. 일각에서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출신지인 충청과 이 대표의 지역인 호남, 새누리당의 핵심 기반인 대구·경북으로 '삼각구도'를 형성, '반기문 대망론'이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어젠다 2050'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유승민 의원이 대권에 도전한다면 당내 경선에서 자신의 계파 즉, 지지하는 세력이 적다는 점이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 의원은 최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연말까지 충분히 고민하고 결심이 서면 국민에게 솔직하게 도전해 보겠다고 말씀드릴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만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에 대해 '보수개혁', '보수혁명'을 제시하며 "새누리당이 기존과 같은 방식대로 가는 것은 생명이 다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당내 경선 통과 가능성에 대해선 "물론 새누리당 지지층의 나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낮은 건 사실이다"면서도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대선 후보 경선이 가까워질수록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본선 경쟁력을 생각할 거다. 여당 지지자들이 제일 원하는 게 정권 재창출일 것이다"고 말했다.

여야를 아우르는 상징적 인물 영입에 나선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행보도 눈에 띈다. 정치권 안팎에선 사실상 대권행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남 지사는 최근 도 산하 경기문화재단에 한완상 전 통일원 부총리를 영입했다. 지난 19대 대선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물로 문민정부에서 통일부총리, 국민의정부에서 교육부총리를 역임한 바 있다.

아울러 남 지사는 지난 5월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정치적 멘토' 불렸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GSEEK·경기온라인대중공개강좌' 단장에 임명했다.

또한 남 지사는 최근 수도 이전 이슈에 대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태다. '수도 이전' 논란은 대선때마다 후보들이 충청권 표심을 잡기 위해 공을 들였던 이슈다. 그는 "수도권 규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수도 이전이라고 생각한다"며 국회와 청와대를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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