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복현명 기자] 저금리 기조와 구조조정 기업 속출에 따른 부실 여신 증가가 금융권 전반에 적신호를 켜게 했다. 

더욱이 항아리형 인력구조의 부작용으로 꼽히는 조직 활력 저하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변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업 생존과 발전을 위해 ‘성과연봉제 도입’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노조 측은 총 파업을 운운하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하다. 

그들의 맞불 작전이 생존권보다는 밥그릇 챙기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현재 각 은행은 수익성 악화로 인해 일선 지점과 인력, 자동화기기(ATM)까지 축소하는 등 재무구조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 종사자들은 주요 산업군 중 가장 높은 연봉을 받고 있으면서도 요지부동이다. 고통 분담은 남의 집 얘기라는 식이다. 금융당국과 시중은행 등은 노조의 강경대응에 난감한 상황이다.

은행권, 수익 악화

2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05년 18.4%에서 2014년 4.05%로 급락했다. 

신한·국민·우리·KEB하나·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수익성이 악화되자 영업점포 수를 ▲2013년 5308개 ▲2014년 5181개 ▲2015년 5096개 ▲2016년 상반기 5092개 등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ATM기도 마찬가지다. 

국내 은행의 ATM기 수는 총 4만6000대로 전년 대비(5만115대) 5115대 줄어들었다. 종류별로 보면 입·출금이 모두 가능한 ATM기가 ▲2013년(4만7937대) ▲2014년(4만7015대) ▲2015년(4만5415대)로 매년 감소세다. 출금만 가능한 CD기의 경우 지난해 말 974대에 불과해 2년 새 62.9%가 줄었다.

은행들이 수익 악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정작 직원들은 고액의 연봉을 수령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은행 수익성 저하 대비 임금총액 증가 현황 표. 자료=전국은행연합회 제공.

각 은행권이 공시한 반기보고서를 보면 직원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씨티은행으로 확인됐다. 올해 상반기(1월~6월) 씨티은행 직원들은 평균 5000만원(남성 6100만원, 여성 3900만원)의 급여를 수령했다. 1년으로 환산하면 1억원이다. 이는 국내 100대 기업 하위 20%에 속하는 대기업 직원 상반기 평균 급여 1446만원과 비교해 3.45배(3554만원) 높다.

신한은행은 평균 4700만원(남성 5800만원, 여성 3300만원, 연봉 평균 9400만원)을 받아 뒤를 이었고 KB국민은행(4000만원, 연봉 8000만원), 우리은행‧KEB하나은행(3900만원, 연봉 7800만원), IBK기업은행‧SC제일은행(3700만원, 연봉 7400만원) 등의 순이다.

금융지주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 평균 6300만원(연봉 1억2600만원) ▲KB금융지주 평균 6100만원(연봉 1억2000만원) ▲하나금융지주 평균 4900만원(연봉 9800만원) ▲농협금융지주 평균 3500만원(연봉 7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의 상반기 평균 급여와 비교하면 이들이 얼마나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동안 4200만원(연봉 8400만원) ▲현대자동차는 3600만원(연봉 7200만원) 등을 지급했다.

문제는 금융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일 발표한 ‘2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상반기 국내총생산(731조9018억달러)에서 제조업(208조6567억달러)의 비중은 29%를 차지한다. 반면 금융보험업(45조5860억달러)은 6.2%로 부동산 및 임대업(49조4949억달러)과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간부 넘치는 기형구조

은행권은 직급 단순화에 나서고 있는 산업계와는 달리 계장, 주임, 부부장 등 세분화된 직위‧직급이 남아있는 업종이다. 즉, 입행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한 직급씩 승진하는 연공서열과 연봉이 오르는 호봉제 문화는 무사안일주의로 이어져 생산성을 하락 시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6개 시중은행(SC제일‧씨티‧우리‧국민‧신한‧하나)의 중간간부(지점장‧부장‧부지점장‧팀장)는 전체 직원(정규직) 6만6139명 중 약 25.8%(1만7066명)를 차지했다. 10명 중 약 3명이 중간간부로써 행원급보다 많은 기형구조다.

호봉제 비율도 전 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2월 발표한 '은행권 성과주의 도입의 영향과 전망' 보고서를 보면 금융권의 호봉제 도입 비율은 91.8%(2014년 기준)다. 산업계 평균(60.2%)에 비해 31.6%포인트 높다. 이 중 전체 보상의 87.5%가 호봉에 따른 정액급여로 이뤄졌고, 인사고과에 따라 차등해 호봉이 오르는 경우는 단 25%였다.

금융당국은 이를 근거로 금융개혁에 나섰고, 전 금융권에 성과주의(연봉제) 도입 정책을 내세웠다. 이 정책에 따르면 4급에 해당되는 과장급들은 총 임금의 20%를 성과주의 적용을 받게 된다. 만약 1억원의 연봉을 받는다고 했을 때 저성과자로 평가를 받아도 8000만원을 보장 받을 수 있어 여전히 높은 임금이 보장된다. 하지만 노조측은 평가지표의 공정성, 저성과자에 대한 쉬운 해고, 일자리의 불안 등을 문제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송수영 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교수는 “은행권에는 성과연봉제보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게 더 급선무”라며 “고액 연봉을 받는 은행장이나 고위관리자들이 먼저 나서서 임금을 50% 삭감하는 등의 모범을 보여야 직원들도 현실적인 연봉이 책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측도 고소득 환경 속에서 호봉제에 계속 집착하기 보다 주변에서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에 수긍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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