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2016년 대한민국 청년들의 최대 화두는 토익이다. 

2006년 일명 ‘뉴토익’이 시작된 후 약 10년 만에 ‘신토익’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29일 한국토익위원회 관계자는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변화하는 언어현실을 반영한 시험으로 거듭나기 위해 ‘신토익’을 실시하게 됐다”고 신토익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대다수 청년들은 토익을 기업 입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응시하는 시험으로 인식하고 있다. 더욱이 고득점을 위해 지불해야만 하는 학원비와 응시료 등도 만만치 않아 이들의 어깨가 무겁다.

일각에서는 토익 무용론을 주장하며 우리나라 영어 교육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토익, 어떻게?

지난 5월 29일, 제310회 '신토익'이 시행됐다. 기존 시험과 총 문제 수, 할당시간은 동일하지만 파트별 문제 수에 변화가 생겼다. 기존에 비교적 쉽다고 여겨졌던 파트 1·2·5의 문항이 줄고, 수험생들을 애먹이던 파트 3와 파트 6, 7이 늘어났다.

또 지문의 대화 인원이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나는 등 전반적으로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대학 졸업 후 2년째 취업 준비에 매진하고 있는 이모(25/여)씨는 “유형이 바뀌어 혼란스럽다”며 “기업 입사 지원 때만 쓰는 토익을 수 개월간 공부해야 하는 건 시간 낭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토익의 굴레

수 백 곳 이상의 기업이 여전히 토익을 요구하며 최소 650점부터 780점까지 점수 기준도 다양하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인사팀 담당자는 “토익시험 기준을 낮게 설정해 최소한의 실력만 검증하려는 것”이라며 “일정 기준만 넘는다면 저득점이든 고득점이든 또는 신토익이든 뉴토익이든 차별은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점수는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아니라고 하지만 결국 토익의 최저점이 입사의 한 평가방식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세워 놓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청년들이 영어 실력 향상이 아닌 취업을 목적으로 오늘도 힘겹게 학원가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매년 토익을 준비하는 학생도 증가 추세다. 교육부의 '2008~2013년 토익 국내 응시자 및 응시료 현황'에 따르면 총 1219만명(복수응시자 포함)이 토익 시험을 치렀다. 응시료만 무려 4842억원에 달했다.

토익 시험 일정도 청년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제315회 시험은 올 8월 28일(일)에 실시됐고 성적은 9월 13일(화)에 발표된다. 그런데 제316회 시험이 점수 발표 이틀 전인 9월 11일(일)에 실시된다.

쉽게 이해하기 힘든 시험 일정 때문에 청년들이 불안감에 휩싸인다는 얘기다. 315회 시험에 응시한 인원 중 상당수가 점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다음 시험에 또다시 응시한다는 것. 성적을 확인하고 결과에 따라 다음 시험 정기접수를 취소하거나 추가 접수를 한다 해도 문제는 발생한다. 정기접수를 취소하게 되면 최대 60%의 환불 수수료를 떼이게 된다. 굳이 내지 않아도 될 고율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셈이다.

등골이 휜다

현재 토익 응시료는 일반 신청기간엔 4만4500원, 특별추가접수 기간엔 4만8900원이다. 토익 시험을 월 2회만 응시해도 약 9만원이고 만약 학원에 다닌다면 월 10~만20만원의 수강료를 지불해야 한다.

취업포털 알바천국이 지난달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 8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취업준비 비용은 월 평균 26만8600원 정도다. 이 가운데 66.3%가 어학시험이나 자격증을 위한 학원 수강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업계는 취업용 영어 사교육 시장의 규모를 1조8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청년 유니온 관계자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토익에 필요 이상의 지출을 하고 있다”며 “취업시장의 근본적인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조 개선 시급

토익의 출제와 개발을 맡은 미국 ETS는 지난 2011년 전 세계 토익 응시 인원이 6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한국의 토익 응시 인원은 210만명으로 전 세계 응시자의 무려 40%를 차지했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토익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영어 교육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영어교육이 시험에만 매몰돼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영어교육을 받지 못하고 취업시장에 뛰어든 학생들을 평가하고 선발하려다보니 토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정책에 대해 “평가의 기준이 정밀하게 조율되지 않고 1등급 인원수만 늘려 놓으면, 결국 대학 선발 과정에서 영어 과목의 중요도만 하락시켜 고교 시절에 영어 학습 질만 저하하는 꼴”이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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