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여성노동자 결혼퇴직 관행 철폐를 위한 금복주 불매선언 및 여성·노동계 기자회견'에서 나지현(오른쪽)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이 금복주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주류업체 금복주가 결혼하는 여성 직원을 퇴사시키고 대다수 여직원을 부수 업무나 낮은 직급에 배치하는 등 수 십년 간 성차별적 고용 관행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금복주·경주법주·금복개발과 이들 회사의 지주회사인 금복홀딩스 등 4개 회사의 인사운영 전반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인권위에는 해당 업체에 근무하던 여직원 A씨로부터 '회사가 결혼을 이유로 퇴직을 강요했다'는 내용의 진정이 접수된 바 있다.

인권위는 해당 진정에 대한 조사를 벌이던 중 해당 업체의 채용·배치·임금·승진·직원 복리 등 인사운영 전반에 성차별적 고용 관행이 나타나 직권조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조사결과 이들 회사는 1957년 창사 이후 현재까지 결혼하는 여성직원을 예외 없이 퇴사시키는 관행을 유지해왔다. 퇴사 거부 여직원에게는 근무환경을 적대적으로 만들거나 부적절한 인사 조치를 하는 방식으로 퇴사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권조사 결과 금복주와 3개 계열사의 전체 정규직은 280여명, 이중 여성은 36명이다. 여성 직원 중 기혼여성이 있지만 이들은 모두 입사 전에 결혼해 생산직으로만 근무했다.

사무직 여성은 진정인을 빼고는 모두 미혼, 고졸 이상 학력조건으로 채용돼 순환근무 없이 경리나 비서 등의 일부 관리직 업무를 맡았다. 이외 홍보판촉업무를 맡은 도급업체 계약직 판촉직원 99명과 파견 사무직 16명이 모두 여성이었다.

또 장기 근무할 수 있는 업무에는 대부분 남성을 채용하고 여성은 주로 경리, 비서 등 관리직 일부 직무에 한해 낮은 직급을 부여하고 주임 이상 승진을 배제해 평사원으로 근무하는 인사운용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과거 우리나라는 여성 근로자가 결혼하면 당연히 퇴직하도록 하는 '결혼 퇴직' 관행이 있었으나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 제정 이후 금지됐다"며 "현행법은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복주 측은 인권위 직권조사 중 여성 직원이 결혼하면 모두 퇴사토록 했다는 관행을 인정하고 불합리한 고용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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