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을 이끌어 온 소회와 집권을 위한 당의 방향과 자신의 역할 등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한 계파가 당 장악, 정당 생명력 유지 어려워"
"경제민주화 내게 주어진 천명" 퇴임 후 역할론 피력

[민주신문=강인범 기자] '차르(러시아의 절대군주)'. 목표가 정해지면 흔들림 없이 밀어붙이는 강력한 리더십 때문에 붙여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지칭하는 수식어 중 하나다. 

'경제민주화'라는 자신만의 확고한 브랜드를 가진 것 또한 대선 정국만 도래하면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러브콜을 받아온 이유다.

김 대표가 총선 정국 당시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으로 간다는 소식을 들은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대어를 가져갔네"라고도 평가한 것도 '중도'로 당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서  김 대표 만큼 확실한 브랜드를 가진 인물도 드물기 때문이다.

4·13 총선을 3개월 앞두고 더민주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뒤 총선에서 123석이라는 괄목한 만한 성적을 이뤄낸 김 대표는 8·27전당대회를 끝으로 평의원 신분이 된다.

21일 퇴임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향후 자신의 브랜드인 '경제민주화' 화두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퇴임 후 자신의 영향력을 계속 살려갈 의지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김 대표는 최근 대권 후보 자질론을 언급하며 문재인 전 대표외에 2선 후보군을 발굴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야권의 '킹메이커'로서 존재감을 이어가겠다는 행보로 읽힌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친노무현·친문재인계 등 당내 주류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어느 한 계파가 당 전체를 장악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면 당을 효율적으로 끌고 가기 어렵다"며 "원래 정당이란 게 안정성과 효율성을 갖기 위해선 여러 계파가 경쟁하는 가운데 조율을 이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당의 생명력이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개헌과 관련해서도 "황제적 제왕적 대통령제를 이제 바꿀 때가 됐다"고 피력하며 더 민주의 대선 후보군도 개헌에 대한 입장과 역할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대표는 "개헌 논의를 위해 지난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내가) 언급한 정당과 정파를 초월한 국회 헌법개정 특별위원회 설치를 다시한번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행보에 관해선 "경제민주화는 내게 주어진 천명"이라며  "당대표를 내려놓은 뒤에도 경제민주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그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많고 그 어떤 책임이라도 떠맡겠다"고 강조했다.

당 대표 후부군 중 한명인 추미애 후보를 겨냥해선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 탄핵과 나는 아무 관계가 없는데 추미애 같은 사람은 내가 탄핵을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나는 탄핵 끝나고 민주당 갔다. 그런 사람이 당대표에 나왔는데 당이 어떻게 갈지 뻔하다.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면 당 대표고 뭐고 할 수가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8·27전당대회 이후 김 대표는 독일 방문 일정이 예정돼 있다. 이 기간 동안 김 대표는 그동안 미뤄온 '40년지기' 독일 친구의 기일에 참석하고, 경제관련 인사들을 만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사태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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