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심에 친구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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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10대가 더 무섭다. 성폭행, 협박, 심지어 살인 등 갈수록 청소년 범죄가 흉악해 지고 있다. 한 경찰의 말에 따르면 청소년은 스스로가 저지른 범행의 ‘잔인성’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지난 19일 서울 성동구에서는 15살 여중생이 2층 난간에서 친구를 폭행 뒤 추락사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는 ‘정말 죽을지 몰랐다’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가당치 않은 살인동기와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성동 경찰서는 뺑소니 사고를 신고했다는 이유로 친구 사이던 장모(14)양을 성폭행한 뒤 추락사시킨 우모(15)양에게 구속영창을 신청, 범행에 가담한 주모(13)양에게는 안양 소년분류심사원에 넘겼다고 밝혔다. 두 명은 중학교 1,2학년 나이의 어린 여학생들이었으며, 또 다른 한명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복수는 살인을 낳고
 
사건의 중심에는 살인 용의자 우양이 있었다. 우양은 지난해 중순 경 경기도 고양시의 한 중학교를 중퇴했다. 5월 초 우양은 길가에 세워져 있던 오토바이를 훔친 혐의로 의정부 보호관찰소 위탁감호시설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우양은 동일한 혐의로 위탁감호시설에 맡겨진 주양을 만나게 됐다.

두 명의 오토바이 탈취자들은 고양시의 한 청소년 쉼터로 옮겨 지내다, 지루한 생활에 견딜 수 없어 지난 달 3일 쉼터를 ‘무단이탈’했다. 그 뒤 우양과 주양은 PC방 등을 전전하며 라면 따위로 끼니를 때웠다. 잠을 잘 곳이 없을 땐 아파트 계단에서 잠을 청하기도 하는 등 남루한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우양은 친구의 소개로 장양을 만나게 됐다. 장양 입장에선 ‘남자’를 소개받았다고 생각했다. 우양은 평소 짧은 머리와 다부진 체격으로, 그를 잘 모르는 친구들 사이에선 남자로 알고 있는 경우가 흔했고 주로 ‘오빠’라고 불렸기 때문. 장양도 그를 ‘오빠’라고 불렀다. 그 뒤 둘은 지속적으로 만나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 도로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일 오후 9시 경 성수동 골목길에서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중 4살 된 남자아이를 친 것이다. 덜컥 겁이 난 우양은 신고나 응급조치도 하지 않고 달아나 버렸다. 자신이 청소년 쉼터에서 무단이탈한 혐의로 또 다시 잡힐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며칠 뒤 죄책감에 시달리던 장양은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사실을 인근 경찰서에 자백했다. 이 사실을 주위 친구들로부터 전해들은 우양과 주양은 복수를 결심한다. 지난 1일 오후 9시 45분께 그들은 장양이 살고 있는 성수동의 주택으로 찾아간 다음 인근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단지 2층으로 불러냈다.

장양이 모습을 드러내자 우양과 주양은 아파트에 구석에 있던 빗자루로 장양의 엉덩이를 30여 차례 때린 뒤 모욕감을 주기 위해 성추행을 했다. 우양은 구타당한 후 기진맥진해 있는 장양에게 10미터 높이의 아파트 난간으로 올라가라고 강요한 뒤, 그대로 장양을 밀어버렸다. 머리부터 떨어진 장양은 즉사했다.

사건을 수사한 성동경찰서는 장양의 시신 근처에 빗자루와 위생장갑 등 타살흔적이 있는 물건을 발견, 뺑소니 사건의 피의자가 범인일 것이라 짐작하고 수사망을 좁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용의자들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미성년자들인 탓에 신분파악에도 애를 먹었지만, 장양이 뺑소니 범행을 자백할 당시 ‘남자친구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발생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용의선상에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장양과 우양사이에 관계된 친구들을 조사, 경기도 양주시의 한 고시텔에서 우양과 주양을 검거했다. 경찰조사에서 우양은 “죽인다고 말은 했지만, 정말 죽을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세상 참 무섭다”, “이런 아이들은 윤리적으로 영구격리 시켜야한다” 등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사건을 조사한 성동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청소년들은 범행의 잔인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대한 청소년 살인사건만은 예방하는데 주력 하겠다”고 말했다.
강신찬기자
noni-j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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