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쁨·단아함 벗고 걸크러쉬 파격 변신

▲여름 극장가가 심상치 않다. ‘부산행’이 올해 첫 천만 영화 스타트를 끊었고 ‘인천상륙작전’이 관객수 500만명을 넘으며 흥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극장가 경쟁 속에서 시원한 스포츠 영화가 출사표를 던졌다. 영화 ‘국가대표2’에서 수애는 드레스를 벗고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수애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빙판 위에서 거칠게 몸을 부딪치고 스틱을 휘두르며 단단한 한 명의 국가대표가 됐다.

[민주신문=김미화 기자] 단아함의 대명사 배우 수애(36·본명 박수애)가 스포츠 영화에 출연해 이른바 ‘걸크러쉬(멋지고 쿨한 여성에게 열광하는 현상)’의 매력을 발산한다.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 ‘국가대표2’를 통해서다. 지난 2009년 개봉해 약 840만 관객을 동원한 ‘국가대표’의 속편인 ‘국가대표2’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급조된 한국 최초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이 2003년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멋진 경기를 펼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실화를 모티브로 했으며,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을 그렸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극중 수애는 탈북한 전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 이지원 역을 맡았다. 언뜻 아이스하키 링크를 휘젓는 수애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수 있는데, 영화 속에서 그는 멋진 스케이팅 솜씨를 보여주며 오합지졸이 모인 국가대표팀을 이끈다.

최초 여자 아이스하키팀 탄생 실화 모티브 스포츠 영화 출사표
탈북자 출신 에이스 이지원 역 완벽 빙의 금메달급 웃음과 감동 


수애 외에도 오연서(30·본명 오햇님), 하재숙(38), 김슬기(24), 김예원(28), 진지희(17) 등 다양한 여배우가 함께 한다. 남성 중심의 영화가 주를 이루는 충무로에서 이런 다수의 여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는 배우로서 충분히 구미가 당길만하다.

드레스 벗고 국가대표 유니폼 

수애에게 ‘국가대표2’는 첫 도전이었다. 감독 역을 맡은 오달수(48)를 제외하면 모든 팀원이 여자다. 그렇기에 여배우들끼리의 호흡이 가장 중요했고 스포츠 영화인 만큼 하나의 팀으로 보여지는 것 역시 중요했다. “초반에 선수들과 어우러지는 모습들이 좋았어요. 돋보이려는 게 아니라 하나가 돼서 감정을 절제하다가 폭발하잖아요. 이전까지는 혼자 극을 끌고 갔어야 했다면 이번에는 내려놓고 함께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고, 후반부에는 동생과의 강한 드라마도 있잖아요. 배우로서 보여드릴 수 있는 것들도 많고 몸으로 하는 걸 좋아하는데 스포츠 영화로 한계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국가대표2’를 통해 수애는 스포츠 영화, 배우들과의 협업이라는 두 개의 산을 완벽히 넘었다. “여배우들과의 작업이 처음이었는데 누구 한 명이 이끄는 게 아니라 호흡이 필요했어요. 신경전은 전혀 없었고요. 진흙에서 몸부림치고 땀 냄새도 풍기며 촬영에 임했기 때문에 더 가까워질 수 있었죠. 다들 여배우라는 의식을 버렸어요. 한 공간에서 지내며 나눈 교감들이 정말 소중하게 남을 것 같아요.”

처음 만났을 때 어색했던 그들은 지금은 친자매가 된 듯이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대본 리딩 때는 대화를 많이 못했었고 첫 연습 때 친구들보다 일주일 늦게 합류를 해서 어색했어요. 혼자 낯설어하고 있을 때 ‘초등학교 친구를 만난 것 같다’고 하재숙씨가 친근하게 먼저 다가와 줘서 무장해제가 됐죠.”

‘국가대표2’는 혹독한 환경에서 촬영했다. 초보자인 수애에게는 아이스하키는커녕 스케이트를 타는 것조차 곤혹이었다. 결국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수애는 진짜 에이스 이지원으로 거듭났다. “날씨도 굉장히 추웠고 잘 못하는 아이스하키를 세 달만에 속성으로 습득했기 때문에 힘든 점도 분명히 있었어요. 처음에는 빙판 위에 서 있지도 못했거든요. 빙판에서 중심 잡는 거조차 힘들었어요. 그러던 우리가 어느 순간 실력이 향상되는 걸 보면서 뿌듯하기도 했어요.”

500만 공약 섹시댄스 준비 중 

수애가 맡은 이지원 역은 원래 북한 사람이다. 그러나 한국에 오래 머물렀던 만큼 북한 사투리와 표준어 중간의 묘한 어투가 인상적이다. “사투리를 100% 구사하기보다 탈북 후 시간이 지났고 이 나름대로 고충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생활연기라고 할 수 있는데 괜히 사투리 억양을 설정했나 중간에 후회도 했었고, 그냥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부담됐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감사해요.”

‘국가대표2’는 ‘국가대표’의 연장선상이다. 동계 스포츠를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비슷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제목마저도 ‘국가대표2’다. 그렇기에 수애 역시 그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국가대표2’라는 제목으로 개봉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부담이 많이 되더라고요. 같은 모티브이고 실화이기도 하고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인데, 역으로 ‘국가대표’ 인지도를 얹어가면 흥행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희 영화는 자신할만한 게 굉장히 많아요. 특히 여배우 6명의 긴박감 넘치는 스포츠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여름에 시원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수애는 운동선수 역할이기 때문에 촬영 내내 트레이닝복을 입거나 장비를 착용했다. 국가대표 타이틀 무게만큼 몸도 무거웠다. ‘드레수애(드레스+수애)’라는 수식어를 가진 그녀이지만 드레스보다 트레이닝복 피팅을 더 많이 했을 정도다. 이제는 아이스하키에 대한 무한 애정이 생겨났다. “태릉선수촌 시사회에서 반응이 가장 좋았다고 해서 정말 기뻤어요. 촬영하며 직접 땀방울의 진가를 겪어보니 더욱 깊은 생각이 들었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이스하키 종목을 홍보해야겠다는 생각을 모두 가지고 있어요. 남자 아이스하키는 인기가 많아요. 반면 여자팀에 대한 인지도는 없더라고요.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면 힘이 날 것 같아요.”

수애는 인터뷰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들과의 팀워크를 강조했다. 그게 바로 ‘국가대표2’의 강점이자 목표다. ‘덕혜옹주’, ‘터널’ 등 쟁쟁한 영화들과 경쟁에 나서지만 ‘국가대표2’에는 여섯 여자의 열정에서 비롯된 강한 자신감이 들어있다. “언론시사회가 끝나고 저희들도 촬영 당시 추억과 분위기에 도취됐어요. 이제 최선을 다해 홍보해야죠. 영화가 정말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500만 관객 돌파 공약인 ‘섹시댄스’를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준비할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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