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5년전의 이야기이다. 지금 전기요금 누진제에 관한 언론과 정당의 한심한 태도를 보면서 5년 전에 전기를 담당하였던 장관의 모가지가 달아난 기사를 찾아 보았다. 최중경 장관의 이야기이다. 2011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시에 우리나라의 예비전력이 아슬아슬해서 온 나라의 전기가 정전이 되는 비참한 사태에 이를 뻔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 그 기사를 인용해 보기로 하자.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2011년 9월 18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전력거래소에서 전력 공급 능력에 대해 허위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최중경 장관은 "정전사태 발생당시 전력예비율이 정확히 계상되지 못해 실제 예비전력에 편차가 발상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시 공급능력을 7071만KWfh 판단했으나 실제 6752만KW로서 약 319만KW 편차가 발생했고 정전사고 당시 실제 예비전력은 24만KW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발전기가 처음 예열상태를 거쳐 발전 상태로 들어가려면 약 5시간동안 예열을 해야 한다. 그런 전력거래소에서 예열조치 지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을 공급능력에 포함시켰다"며 "그렇게 되면서 실제로 필요한 상태에는 예열이 없어서 발전기가 가동이 안된 그런 상황 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1차 조사결과를 포함해 구체적인 원인 등에 관해 정밀 조사를 실시 중"이라며 "사태원인과 책임소재를 명확히 규명할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장관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정전사태에 대한 재발방지와 원인규명을 정확하게 하는 것도 공직자의 도리"라고 밝혔다.(결국 그는 두 달후에 장관직에서 물러 났다.]

이 기사를 읽고 나서 느끼는 것이 없는가? 그 당시 추석을 앞두고 이제는 전력예비율이 숨을 돌렸다고 생각하였을 때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예비전력이 24만 KW밖에 남지 않았던 것이다.

서민들의 고통이야 언제든지 있는 일이다. 그런데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하면 결국은 좌파들이 그토록 저주하는 "있는 자", "배운 자"들이 마음 놓고 전기를 소비하게 된다. 누진제의 굴레를 벗어던진 사회지도층이라는 자들이 전기를 마음껏 소비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전력예비율은 당장 바닥나게 되는 것이다. 누진제가 생겨난 이유가 바로 이처럼 무분별한 소비를 억제하자는데 있는 것이다.

보수 언론과 좌파 언론 모두 더위를 먹은 게 아닌가 싶다. 도대체 우리나라의 전력 사정을 생각하여나 보았던 것인지 의심스러운 억지를 쏟아내고 있다. 결국 돈을 쪼금 내겠다는 국민들의 감정에 얄팍하게 영합하려는 기사들뿐이다. 모처럼 보수 언론과 좌파 언론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여당과 야당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마도 전력요금에 대한 엄격한 누진제는 이제 벌써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문제는 내년이다. 전력예비율을 금년 겨울부터라고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하여 정부나 한전이 확신을 가지고 있느냐가 문제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기요금을 전제로 해서 장기적인 전력 수급계획을 세워 놓았는데, 정작 내년이 되어 전력 수요가 급증하게 되는 경우의 책임은 누가 지려고 하는 것인가? 언론인가? 여당이나 야당인가? 절대 책임질 인간들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들을 일만 저질러 놓고 불만 질러 놓고 어디론가 휘파람 불면서 외면하면서 떠날 인간들이라는 것은 경험으로 배웠다.

그러면서 그들은 원자력 발전소를 반대할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미세먼지를 야기한다면서 석탄 발전소도 반대할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생태계를 반대한다고 하면서 수력발전소에도 반대하고 댐 건설 자체도 반대할 것이다. 누진제를 반대하는 그들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국민들에게 달콤한 말을 하면서 민생을 걱정한다는 거짓된 몸짓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력예비율? 그건 왜 우리가 걱정해야 하지? 우리는 민생만 이야기하면 되고 모든 걱정은 산업자원부와 한국전력이 하면 되는 것인데 뭘? 이런 식으로 그들은 국민을 속이고 진실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대통령은 또다시 어려운 결단을 해야 한다. 과연 인기에 영합하여 누진제를 사실상 없앨 것인가? 의로운 사람이 없어진 이 광야같은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은 다시 나라 전체를 생각하고 최소한 내년과 그 후년의 일을 걱정하면서 전력요금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대통령 편에 있는 세력은 아무도 없다.
그게 그녀의 고독이다. 고독은 그녀의 운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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