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세 문재인과 만남 배경 주목
추석 전후 광폭 행보…세 불리기(?)

[민주신문=강인범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권 잠룡으로 불리는 인사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여름 무더위가 지나가고 곧 '추석밥상'에 오를 민심을 염두에 둔 행보란 해석도 나온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 임기가 1년 6개월 남았고 정치권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대선국면으로 진입하는 가운데 '조용한 세불리기 경쟁'에 나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더민주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를 비롯해 최근 대권 후보군으로 급부상한 이재명 성남시장 등은 10일 일제히 외부 활동에 나섰다.

이 시장은 지지율만 놓고 봤을 때 야권 후보중 대세론의 한복판에 서 있는 문재인 전 대표와 이날 오후 만찬을 갖고 대화를 나눴다. 

이 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문재인 전 대표님과 저녁을 같이 했다. (문 전 대표는) 비틀거리는 나라와 황폐해져가는 국민의 삶에 대한 걱정이 많으셨다"며 문 전 대표의 발언을 전했다. 이어 "국가권력이 정상이어야 나라도 국민의 삶도 정상화된다"며 "아직은 우리에게 여전히 희망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날 모임의 성격과 관련 문 전 대표 관계자는 "지난번 이 시장이 광화문에서 단식한 뒤에 따로 못 봐서 격려 겸해서 만난 것"이라며 "두 분이 편하게 만난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더민주 8·27 전당대회에 이재명 시장은 불출마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출마도 하기 전에 한 여론조사에서 당시 추미애-송영길 양강구도를 위협하며 돌풍을 예고하는 등 정치권 안팎에선 이 시장을 주목하는 '눈'이 많다. 

지난 6월 7일에는 정부의 지방재정개혁 추진에 반대하며 서울광장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활발한 SNS 활동은 물론 '이재명식 정책'으로 성남시정을 이끌어 가며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이 시장은 선명 야당의 기치를 강조해 왔다. 최근 더민주가 야성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의 만남이 주목되는 이유다.

'내사람 만들기' 나섰나(?)

지난 4․13총선에서 측근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대거 탈락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대권을 염두에 둔다면 우군세력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태다. 

박 시장은 이날 김근태계가 주축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만찬회동을 가졌다. 박 시장은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설훈·우원식·인재근·홍익표·김민기·권미혁·소병훈 더민주 의원 등 민평련 회원들과 2시간 여 동안 환담을 나눴다.

민평련은 향후 대권주자들을 초청하는 자리를 마련해 대통령 후보로서의 역량을 검증할 계획인데 박 시장이 첫번째로 초청됐다. 

박 시장과 민평련은 이날 대권이나 전당대회 등 정치적인 사안에 관해선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민평련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민평련은 지난 2012년 8월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민평련 차원의 지지 후보 선출을 위한 투표를 가진 바 있다. 김근태 고문과 각별한 사이였던 손학규 후보가 문재인·김두관·정세균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손 후보는 최종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해 공개 지지 후보로 낙점되지는 못했지만 민평련의 투표는 당시 경선 판세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민평련의 표심이 향후 대선후보 경선 국면에서 다시 한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민평련이 당내 범주류로 분류되고 있긴 하지만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무현·친문재인계와는 차별화 되는 색채를 띠고 있다는 평이다.

한편 민평련은 소속 의원들은 지난 7일 국가정보원의 박원순 서울시장 정치공작 의혹과 관련, 국회 차원의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평련은 성명서를 통해 "국정원은 하루라도 빨리 역사와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길 바란다"며 "만약 국정원 스스로가 지금처럼 진실을 은폐하는데 급급해 한다면 우리가 나서 음지에 가려진 진실을 양지로 드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더민주 소속 광역단체 중 차세대 잠룡으로 불리며 최근 '불펜론'을 강조, 대권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안희정 지사도 이전 보다 뚜렷한 대권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충청을 대표해서 낡은 20세기의 진보와 보수를 극복하는 좋은 정치인으로 성장해보겠다" "도지사로서 경험과 실적을 쌓아서 한 번 성장해보겠다"는 말을 2010년, 2014년도에도 했지만 최근처럼 구체적으로 도전 의사를 밝힌 적은 드물다.

안 지사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신입당원 5차 아카데미'에서 "평생 '빨갱이'라는 욕을 먹었던 김대중의 역사를 뛰어넘을 것이고, '특권과 반칙의 시대를 끝내자'고 얘기하며 바위에서 떨어져야만 했던 노무현의 역사를 극복할 것"이라며 대권 의지를 밝힌 것. 

안 지사는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새로운 정치로 내걸었던 '국민통합'과 '동서화합' 등을 언급하며 "두 대통령이 넘지 못한 그 역사의 문지방을 내가 넘고 싶다. 그것을 넘어야만 더 좋은 민주주의, 미래 번영의 길이 만들어진다"며 구체적인 권려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안 지사는 정치신인들에게 '민주주의의 방법으로서의 경쟁'에 관해 강연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안 지사는 "경쟁하더라도 분노에 기반을 두고 상대방에 대한 반대를 하지 말라" "빨갱이·친일파 등 과거의 낡은 언어로 서로를 공격하면서 프레임을 짜거나 과거에 기반을 둔 언어를 쓰지 말라" "미움을 갖게 하는 발언을 하지 말라" "이런 경쟁의 원칙이 잘 지켜지면 생산적인 방법으로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등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민주 소속 대권잠룡그룹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정치권 한 인사는 "대권 후보가 넘쳐나는 더민주의 경우 당내 경선이 불가피 한 상황에서 모두가 경쟁에 나서 '몸값'이 높을 때가 아닌 정치적 비수기 때 미리 공을 들여 자기사람으로 끌어당기겠다는 계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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