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사장 책임론 ‘솔솔’

 

지난 6일 북한이 임진강 상류에 건설한 황강댐의 수문을 열어 하류에서 평화롭게 물놀이하던 우리 국민들이 목숨을 잃는 참변이 일어났다. 온 국민들은 북한과의 문제는 둘째치고라도 한국 수자원공사와 국토부의 미흡한 대처 시스템에 대해 분노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자원공사 측은 ‘인적책임’이었음을 인정하고 사후약방문과 같이 뒤늦은 시스템점검 작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임진강 시설관리와 관련된 직원 5명이 직위해제됐다. 그러나 정작 총책임을 담당하고 있는 고위층에선 이번 사태에 대해 전혀 ‘움직임’이 없다. 실무자 해고로 사태를 무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수자원공사 사장에 대한 ‘책임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버린 아버지 등 임진강에서 희생된 야영객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들의 애끓는 마음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희생자의 수는 6명. 분노의 화살은 국토부 특히, 한국수자원공사 측으로 쏟아졌다. 직원들이 조금만 더 신경 썼어도, 시설을 조기에 점검해 경계경보 발령만 났어도 피해는 최소화 할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사고가 명백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총 책임자가 사퇴해야”
 
김건호 수자원공사 사장은 6명의 희생자 장례식을 찾아가 가족들에게 사죄하는 한편 각각 5억원의 보상금을 물어줬다. 유가족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가족을 잃은 슬픔을 보상금으로 대신해야 했다.

수자원공사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시설관리 책임자와 당직자들에게 전가시켰다. 물론 이들도 수자원공사 직원으로서 직무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번 사태가 당시 근무자 1~2명이 문책을 받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임진강 참사에 대한 지휘 및 관리·감독 총책임자인 수자원공사 사장도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바다사랑실천운동연합은 지난 지난 15일 ‘임진강 참사에 대한 책임, 직원 문책만으로 어물쩍 넘어갈 것인가? 묻고 싶다’라는 제하의 논평을 내고 수자원공사 사장에 대한 ‘책임론’을 거론했다.

바다사랑실천운동시민연합은 논평을 통해 “충격적인 사고에 대해서 담당직원 5명만의 직위해제로 끝날 일인가”라고 물으며 “문제는 수자원공사의 경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당시 당직자도 이미 퇴근했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당직근무도 제대로 하지 않았는가 하면, 그에 따라 보고와 경보시스템도 발령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담당직원만의 문제로 어물쩍 넘어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참사의 명백히 책임 소재와 지휘감독 책임도 철저히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등 여야의원들 역시 김 사장의 무책임하고 미흡한 대처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김성순 민주당 의원은 “수자원공사 사장과 국토부 장관이 당연히 책임져야지 직원 몇 명으로 조치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해봉 한나라당 의원은 “공직자가 정신만 차리고 있으면, 이런 사태를 예방할 수 있고 피해도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책임을 지기 위해선 김 사장이 사퇴해야 된다는 뜻이다.
 
수공 직원들 묵묵부답
 
인터넷 여론도 만만치 않다. 모 포털사이트의 한 네티즌은 “1순위로 사퇴해야 될 김건호 사장은 왜 아직도 깜깜 무소식이냐”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들도 김 사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

특히 임진강 참사 ‘책임론’의 중심에 함께 섰던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한 실책을 인정하며 공식적인 조사결과에 따라 사퇴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수자원공사 김 사장은 아무런 응답도 없는 상태여서 비난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사장은 사태 발생 후 “사고발생 유역 경보시설 관리를 맡은 담당기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유족과 국민에게 거듭 책임을 통감한다. 최대한의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말하는데 그쳤다. 사실상 희생자들에게 보상금을 전달해 준 것 이외에는 김 사장이 ‘책임을 통감’한 부분은 없는 셈이다.

‘사장사퇴설’과 ‘수자원공사 인재 책임설’에 위기감을 느낀 수자원공사는 자체적으로 조사반을 운영해 재수사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경찰조사 결과 임진강 참사의 원인은 북학의 황강댐 무단방류와 수자원공사를 비롯한 정부기관의 인재로 결론이 나온 상태다.

자체 조사에 대해 고준석 수자원공사 홍보실 차장은 “수사가 언제 끝날지는 잘 모르겠다. 조사가 끝난 뒤 사장님이 별도로 해명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에 보도 된 것은 경찰조사 결과였을 뿐”이라며 “지금 수자원공사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시설을 점검 중이다. 양측의 조사결과를 모두 들어봐야 할 것 아니냐. 그 뒤에 결정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수자원공사 측은 계속해서 불어지고 있는 ‘사장 사퇴론’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는 눈치다. 수자원공사의 한 관계자는 “우린 어떠한 말도, 정보도 제공할 수 없다. 자체조사 결과가 나온 다음 사장님이 알아서 해명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수자원공사는 당사에 몰린 책임론이 수그러들 때까지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심산이거나 자체조사 결과가 경찰조사와 다를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놓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임진강 참사를 둘러싸고 책임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사퇴 압력’에 내몰린 수자원공사 김건호 사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강신찬 기자 noni-j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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