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공급 과잉 미분양 물량 지방 → 수도권으로 전이

“향후 2년간 입주 예정 물량 70만 가구 쏟아져”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건설사들이 떨고 있다. 현재 분양 훈풍이 부는 등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안정적이다. 하지만 분양이 실제 매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향후 2년 간 입주예정물량이 대거 쏟아져 자칫 ‘미분양 폭탄’이 터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건설사는 내년 분양 계획 수립 자체를 미루면서 위기대응 매뉴얼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또 지역별 특화 전략을 수립하는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제2의 부동산 대란을 지적하면서도 정부의 공급 물량 조절과 전세가격 변동에 따른 실수요자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전월(5만5456가구) 대비 8.2%(4543가구) 증가한 5만9999가구로 집계됐다. 2개월 연속 미분양 물량이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785가구로 전월(1만837가구)대비 0.5%(52가구) 감소했지만 신규 공급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체 미분양 물량은 늘어났다.

더욱이 서울ㆍ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경기 평택ㆍ화성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했다. 미분양 물량이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 쏟아져 나오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점증되고 있다. 그동안 미분양 물량은 충북 청주, 대구 남ㆍ북구, 경남 창원 등 지방을 중심으로 쏟아졌다.

수도권 미분양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은 것은 지역 호재 약발도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수도권 지역이 바로 평택이다. 이 지역의 경우, 삼성전자 고덕반도체 사업장 신설, 수서발 고속철도(SRT)개통 예정 등 여러 호재로 분양 물량의 조기 소진이 예상됐다. 건설사들도 이 같은 상황을 주목하고 지난해 공급 물량을 쏟아냈지만 청약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으로 예정된 입주 물량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느냐에 따라 제2의 미분양 사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면서도 “공급과잉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전반에서 위기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고 전했다.

“최대치 물량 쏟아진다”

건설사들의 내년 분양 계획을 불확실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입주 물량이다. 2017~2018년에 쏟아질 입주 예정 물량은 무려 70여만 가구에 이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년 단기 입주 물량으로는 1기 신도시가 조성된 1990년대 이후 최대치다. 주택보급률이 초과 공급된 상황에서 대량 물량이 단기간에 쏟아지는 것이다. 주택보급은 2014년 118%를 넘어섰다.

실제로 향후 2년(2017~2018년)간 입주예정물량을 보면 2017년 상반기 15만1836가구, 하반기 21만6172가구, 2018년 상반기 21만 3238가구, 하반기 15만 8335가구 등 총 73만 9581가구다. 이 물량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입주 예정인 물량(54만 6880가구)보다 35% 가량 높은 수치다.

입주예정물량이 쏟아지면 미분양 물량이 증가할 가능성도 높다. 일부 계약자가 국내 불경기와 부동산 과잉 공급에 따른 정부 대출 강화 정책으로 입주 시기 잔금을 치루지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입주대란도 예상된다. 수분양자들이 2년 내 대규모 이동을 하면서 전세에서 자가로 이동하고 전세물량이 시장에 공급되면서 월세에서 전세로의 이동 등 연쇄이동 가능성이 높다.

남상우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아파트 공급물량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연쇄이동 등으로 입주대란 우려는 높다”고 지적했다.

건설사 특화전략 고심

올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도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박스권 형태의 거래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수도권은 강보합세, 지방은 약보합세를 보이는 박스권 형태 거래량을 보이겠지만 실제 거래량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건설사들도 시장 상황이 불투명하게 흘러가자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아파트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어 그나마 매매시장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내년이 문제다.

건설사들은 내년에도 재건축 시장, 역세권, 남향 및 테라스 등 특화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형 및 중견건설사 분양대행사 한 관계자는 “요즘은 시공사들이 재건축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라며 “내년엔 입주예정물량이 쏟아져 소비자들에게 역세권, 남향 및 테라스 등 특화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지만 분양 계획이 불안정한 시장 상황 속에서 확정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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