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도 국감.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무원들이 국감준비을 위해 분주히 업무를 보고 있다.

수조 혈세 투입, 방만 경영 실체 드러나
'서별관 회의' 놓고 야당 파상 공세 예고

[민주신문=강인범 기자] 정치권은 추석 이후부터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야당은 올해 국감에서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분위기다. 더욱이 16년 만에 여소야대로 의회 권력이 재편된  시점에서 치러지는 만큼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여당도 존재감을 보여줘야 하는 절박한 심정이다. 미리 보는 국감 첫 번째 순서로 정무위원회에선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해운사업에 국민 혈세가 수조원씩 투입된 과정을 놓고 야당의 파상 공세가 예고되고 있다. 아울러 야당은 '조선해양 구조조정 관련 청문회'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청문회를 통해 이 문제가 미진할 경우 국감까지 이슈를 끌고 나간다는 계획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야권 관계자는 "김영란법 보완, 가계부채, 갑을관계 등의 쟁점도 있지만 가장 주목되는 것은 조선업 부실 문제의 원인규명과 해법마련이 가장 큰 이슈이다"고 전했다.

대우조선해양 사장으로 재임하며 5조4000억원 규모의 회계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7월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정무위원회 주요 쟁점은 조선업 부실 지원 문제가 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에 따르면 5조원대 분식회계 등이 드러났다. 또 금융권으로부터 수십조원을 지원 받는가 하면, 임직원들은 수천억원대의 성과급 잔치를 벌인 과정도 문제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지난 27일 고재호(61) 전 사장을 자본시장및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주식회사의내부감사에관한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상 사기 및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CEO가 재판에 넘겨지는 건 25억원대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남상태(66) 전 사장에 이어 두 번째다.
고 전 사장은 재임기간인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5조7059억원 규모의 회계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3∼2015년 금융기관으로부터 4조9000억원을 대출 받고 10조원대 선수금 환급보증을 받는 등 회계 사기를 기초로 책정된 신용등급 등을 이용해 금융권으로부터 21조원 상당을 지원 받은 혐의가 있다. 회계 사기로 부풀린 성과를 이용해 5000억원 상당을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한 혐의도 있다.
특별수사단은 대우조선해양 측이 산업은행과 확정한 경영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예정 원가를 임의로 축소하고 이를 통해 직접 대출액과 영업이익을 과대 계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별관 회의' 쟁점    

이른바 '서별관회의'도 국감에서 치열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 및 경제부처 고위 당국자들의 비공식 모임인 이른바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에 4조 5천억 지원을 결정한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권 핵심 실세들이 서별관에서 모여 이런 저런 비공식적인 회의를 했다는 점과 관련 야당은 조선해운사업 부실의 책임 규명을 위해 국정조사 요구서를 발의한 상황이며 국감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방침이다.

민병두 더민주 의원은 6월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앞으로 우리나라 구조조정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구조조정의 전 과정을 그려보고 시스템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민 의원은 7월 4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번에 개정된 정보공개법의 주요내용은 각 공공기관에 설치·운영되고 있는 모든 종류의 위원회, 심의회, 협의회 등의 운용실적과 회의록 등 활동내역서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현행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 내에 설치된 위원회의 경우, 정보의 공표 범위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 해당 위원회가 효율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 여부 등을 관리·감독하기 위한 국민의 정보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실정이다.
'서별관 회의'와 같은 비공개, 비공식 회의체의 경우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아 정책 결정 과정과 책임자를 가릴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원내사령탑으로 당내 국감 전략을 진두지휘 하게 될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도 서별관회의와 관련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부실기업에 지원하면서 아무 일 없었다고 말하는 정부를 과연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냐"며 "쟁점은 국민 세금 수조원이 왜 부실기업에 지원됐고, 그것을 방치한 사람들이 누구인가에 대해 밝혀내는 되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구조조정 추경이라는 명목 하에 수 조원이 또 투입되는 상황인데 대체 서별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에 대해서 국민에게는 당연히 알 권리가 있고, 정치권은 알려드릴 의무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야당은 이번 대우조선 해양 사태가 그동안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관치의 전형이자, 책임 정치의 실종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하며 이런 불투명성, 폐쇄성, 무책임성을 바로잡기 위해 국정조사는 물론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벼르고 있다.

금융위 관리감독 적절했나   

또한 조선업 불황이 가시화된 2013년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대표이사(사장)의 보수는 퇴직금을 감안해 보더라도 민간기업인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과 달리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 점도 드러났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 따르면 이런 경향은 등기이사의 평균보수에서도 더욱 분명히 나타난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등기이사 보수가 뚜렷이 감소한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큰 폭으로 늘었다. 그 결과 2015년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등기이사들은 현대중공업 이사들보다 두 배 많은 7억5900만원을 챙겨갔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징후(주채무계열지정)가 나타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대우조선 대표이사의 연봉은 해당년도 최저임금(연봉환산)의 45배에서 79배에 달하는 것이다. 퇴직금이 포함된 2012년 연봉(27억)을 기준으로 하면 무려 233배에 이른다. 그 격차는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1년부터 2014년까지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연봉은 연평균 15.3%의 높은 증가율을 보인 반면, 같은 기간 최저임금은 8.2% 증가하는 것에 그쳤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 중 하나인 금융위가 도덕적 해이에 가까운 대우조선해양의 고액보수를 승인해 줬다는 점이다. 즉, 금융위가 관리감독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실은 대주주로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했다.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 주가의 하락으로 인한 국유재산 손실과 정부가 전액 출자한 산업은행에 대한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고 심상정 대표는 지적하고 있다.
심상정 대표는 상법 제399조에 근거하여 정부가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심상정 대표는 "대우조선해양 대표의 연봉이 최저임금의 무려 80배에 가까운 현실을 감안할 때 최고임금법의 도입을 위한 공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 대표는 지난 6월 임직원의 임금을 최저임금의 30배로 제한하는「최고임금법」을 발의한 바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