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지난 27일 롯데마트 서울역점 제과코너에서 제품을 고르고 있다.

평균 14.7배… 임금 구조 개편 시급

“타 업종과 비교 부끄럽다” 충성도↓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국내 식품 및 제과업계가 오너를 포함한 CEO(최고경영자)에게 연봉은 두둑하게 챙겨주는 반면 직원들에게는 쥐꼬리만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0대 식품ㆍ제과기업은 CEO에게 평균 6억6억6365만원을, 직원(남녀합산)들은 평균 4498만원을 지급했다. 14.7배의 차이다.

더욱이 타 업종과 비교할 때 처우가 상대적으로 열악해 직원 충성도 저하 등 부작용이 우려돼 임금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농심, 오리온, 동원산업, 하이트진로, 해태제과, 오뚜기, 웅진식품, 빙그레, 남양유업, 롯데제과 등 주요 기업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CEO 연평균 보수는 6억6365만원, 직원은 평균 4498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기업 중 직원 처우가 가장 좋은 기업은 하이트진로다. 이 기업의 직원 평균 연봉은 6617만원에 달했다. 반면 오뚜기의 직원 평균 연봉은 3400만원에 불과해 꼴찌를 기록했다.

CEO 최고 연봉은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이사가 차지했다. 신 대표는 연 보수로 15억3500만원을 수령했다. 반대로 연봉이 가장 적은 CEO는 박준 농심 대표이사였다. 박 대표 연봉은 2억1160만원으로 신 대표의 1/7.2 수준이다.

해태제과, ‘앗! 뜨거’

임ㆍ직원 연봉은 최대 38.8배 차이가 났다. 임ㆍ직원 연봉 격차가 가장 큰 곳은 해태제과로 대표이사가 직원(3948만원)보다 14억9552만원을 더 받았다. 연봉 격차가 가장 적은 회사는 농심으로, 대표 연봉이 직원보다 4.72배 가량 많았다.

타 업종과의 연봉 차이도 임ㆍ직원 연봉 격차만큼 컸다. 제과ㆍ식품회사 직원 연봉(4498만원)은 금융권 직원 연봉(2015년 사업보고서 기준)보다 0.8배 가량 적었다. 금융업계 연봉은 8463만원이다. 또 전자 및 이동통신업계 직원 연봉(8600만원)보다 4102만원 적게 받는 액수다.

한국2만기업연구소가 최근 2년간 ‘매출 기준 국내 2000대 기업 직원 평균 보수’를 분석한 자료에 따른 중소기업 연봉(4200만원)보다 불과 298만원 많았다. 이는 제과ㆍ식품업계 직원이 중소기업 대우를 받는다는 의미다.

오너 주머니 넘치네

반면 일부 오너는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해 개인 주머니를 채우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다.

홍 회장은 지난해 연봉으로 16억1891만원을 수령했다. 홍 회장 연봉은 직원 연봉(4348만원)보다 37.2배 많은 액수다. 담 회장은 등기이사를 사임한 후 연봉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 회사의 2014년도 등기임원 평균 연봉은 15억4400만원이었다.

제과ㆍ식품업계 직원들은 타 업종에 비해 낮은 연봉, 높은 업무 강도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유명 제과회사 한 직원은 “9시간 근무 중 1시간 휴식하며 일선 매장 근무를 하고 있다”며 “외국어로 특별 채용된 경우지만 적은 연봉에 고강도 업무로 힘이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간장으로 유명한 식품회사의 또 다른 직원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고를 때 깐깐하게 따지고 물어볼 때 적은 연봉에 높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 일을 꼭 해야만 하는지 회의가 든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낮은 임금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장우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는 “식품업계는 수익 높은 산업군으로 점점 영업이익률이 낮아지고 있다”며 “직원 평균 임금이 낮은 구조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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