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이 6월 23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2016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객석에 앉아 있다.

더민주 비주류·국민의당 '孫' 영입 군불때기
선택지 다양…야권 지각변동·정치권 촉각

[민주신문=강인범 기자]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정계 복귀가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손 전 고문의 복귀는 야권 대선 지형의 지각변동을 의미한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의 일인 독주에 대한 위기론이 점증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복귀는 단숨에 문재인 vs 손학규의 대선 후보 경쟁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손 전 고문의 선택에 따라 격랑에 빠질 수 있다. 손 전 고문이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거센 러브콜에 대해 어떤 화답을 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손학규 전 더민주 고문이 야권의 대선구도 키맨으로 급부상했다. 그의 선택에 따라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대선 전략의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손 전 고문은 더민주 비주류와 국민의당의 러브콜에 대해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며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 내부에서 점증되고 있는 '이래문((이래도 저래도 문재인)' 위기론, 표류하고 있는 국민의당 전격 합류에 따른 득실을 따져 보는 것 아니냐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손 전 고문은 과거 두 번의 대선 도전에서 한번도 본선 무대를 밝지 못했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며 인지도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그도 당내 지지기반의 열세로 17·18대 대선 국면에서 각각 정동영·문재인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 전 고문은 1947년생으로 올해 만 나이로 69세다.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 가능성이 정치권 안팎으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손 전 고문이 만약 대권도전에 나선다면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손 전 상임고문의 복귀 시점도 관심사다. 야권 대선 경쟁에 뛰어든다면 시기가 대폭 앞당겨질 수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더민주 전대 이후, 또는 추석 전후 등으로 복귀 시점을 점치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어찌됐든 8월 말 또는 9월중으로 복귀 선언 및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일성을 내놓는다 게 중론인 셈이다. 이밖에 손 전 고문이 전남 강진 칩거 중 작성한 글을 모아 책을 발간할 예정이라서 발간시점이 정계복귀 선언과 맞물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일 손 전 고문측에 따르면 그는 지난 16일 강진에서 열린 지지자 모임 후 회원들과의 회동에서 정계복귀 요청에 "깊이 고민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계 복귀 시점을 묻는 시점에 손 전 고문은 그간 즉답을 피하거나 웃음으로 대신해왔다. 그런 그가 '정계 복귀를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함에 따라 복귀 시점이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와 관련, "지금이 기회"라고 평가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8월 말 혹은 9월 초"라고 손 전 고문의 복귀시점을 내다봤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7월 25일 오전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를 방문해 독도 경비대장의 설명을 들으며 주변시설과 자연경관을 둘러보고 있다.

'친노·친문' 장악한 더민주행?
 
일단 문재인 전 대표를 위시한 친노세력과 여전히 불편한 관계인 손 전 고문이 정계 복귀 시 더민주로는 가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친노 진영이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더민주의 경우 손 전 고문의 지지세력은 미약한 상태다. 더민주행은 지난 경선의 재판이 될 수밖에 없고  상황은 당시 보다 더 나쁘다.  

실제로 더민주 안팎에선 '이래문(이래도 저래도 문재인)'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공고함을 보여준다. 지지율만 놓고 봤을 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권 후보로 나왔을 때 유일하게 맞설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지난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1.5%로 1위를 차지했고,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21.1%로 2위를 기록하며 오차범위내에서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8·27 전당대회에 '친노무현·친문재인계' 인사가 대서 나서면서 문 전 대표 대권가도를 위한 정지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당권은 물론 권역별 최고위원 선거, 부문별 최고위원 선거에도 대거 출사표를 던진 이들이 모두 당선되면 당은 친노·친문 인사들이 장악하게 된다. 이를 통해 문 전 대표가 2012년 대선후보경선 당시의 아픈 기억을 극복하고 내년까지 순조롭게 대선을 준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김종인계와 손학규계를 비롯한 당내 비주류에서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권 도전에 나선 이종걸 의원은 29일 친노 편중의 당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공정하고 불편 부당해 누구에게 쏠리지 않은, 기울지 않은 운동장에서 대통령 후보를 뽑을 수 있다는 의지가 이번 전당대회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전 고문의 정계 복귀에 대해서도 "이번 전대 끝나고 추석쯤 분명히 정치 활동 재개할 것으로 본다. 지역을 다녀보니 손 전 고문에 대한 지지와 기대가 굉장히 높아졌다. 그분도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말처럼 총선 승리와 이로 인한 친노·친문의 당 장악 후 한동안 잠복해있던 친노패권주의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있다. 이종걸 의원이 비주류 의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대표선거에 출마한 것은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다.

현재 비주류는 친노 패권주의라는 용어 대신 '무난하게 대선 후보가 되면 무난하게 진다'는 말을 통해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순위가 바뀌는 역동적인 경선을 치르지 않으면 새누리당에서 나올 후보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반대로 당 지도부의 비호 속에 무난히 대선 후보가 된 문 전 대표는 과거 이회창 후보처럼 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 일각에선 전당대회 후 비주류 인사들이 탈당해 친노·친문과 결별한 뒤 손학규 전 고문, 국민의당, 새누리당 내 중도성향 인사들까지 포괄하는 신생 정당을 만드는 등 정계가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이 같은 구도를 예상하고 있는 더민주 비주류가 '재미없는 전당대회'가 되는 것을 내버려두며 관망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6월 3일 오후 전남 목포의 한 식당에서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회동을 갖은 자리에서 막걸리를 나눠 마시고 있다.

국민의당에서 새 출발?

국민의당은 안철수 천정배 전 공동대표의 부재가 촉발한 위기를 손학규 전 고문 영입으로 탈출하려는 모양새다. 

또 안철수 전 대표 한명으로는 대선 과정에서 흥행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판단 하에 가치관도 비슷하고 새누리당이나 더민주를 택하기 어려운 손 전 고문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 시점을 8월말 혹은 9월초 정도로 예상했다. 박 위원장은 "전남도의원들이 이낙연 전남지사와의 자리에서 손 전 고문이 '8월말 9월초에 복귀한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에도 "안철수 전 대표 혼자로는 당내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며 대선 후보로 손학규 전 고문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의 경쟁이 필요하다"며 손 전 고문 영입론에 불을 지폈다.

'안철수 새정치', '천정배 개혁진보', '정동영 통일정책'이 충돌하고, 외부에서 손학규 전 고문, 정운찬 전 총리 등이 와서 경쟁할 수 있는 필드를 만들겠다는 것이 박 비대위원장이 구상하는 '그림'이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안철수 전 대표 스스로도 그런 분들의 영입을 통해 강하게 경선을 하고 거기서 결정되는 분이 대통령 후보로 나가야만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한바 있다.

국민의당 지도부의 이 같은 기조는 그동안 당의 '간판'으로 불리던 안철수 전 대표체제에서  손학규 전 고문체제로 당의 구심점을 바꾸는 모험을 감수하더라도 대선 국면에서 흥행몰이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8월 전대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유력 주자들이 대거 이탈한 상황에서 양당 모두 새로운 당 대표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뒤따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의당의 손 전 고문 영입이 성공한다면 상당한 폭발력을 지닐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손 전 고문의 선택지는 크게는 두 가지다. 

당적을 갖고 있는 더민주를 탈당해 중도 세력의 깃발을 들고 자신만의 무기로 '나홀로 대선'에 돌입하느냐, 더민주나 국민의당으로 들어가 문재인 전 대표나 안철수 대표와 대선 후보 경선을 치러 본선으로 향하느냐이다.

두가지 모두 쉬운 일은 아니다. 

자기 세력이 적고 정치적 텃밭 지역이 없는 상태인 손 전 고문이 '나홀로 대선'에 나서기 위해서는 중도세력의 후원이 필요하다. 이 경우 정의화 전 국회의장 세력과 두 야당에서 비주류로 분류되는 이들의 합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 전 의장 세력은 대부분 새누리당 출신 인사이기에 화학적 결합에 의문이 들고, 두 야당의 비주류들도 과연 탈당을 해서 손 전 고문과 손을 잡을지 미지수다.

정치는 명분과 타이밍이 중요하다. 손 전 고문이 어떤 정치적 묘수를 들고 정계복귀에 나설지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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