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6년차’ 인생작 만나 역대급 열연

▲손예진과 박해일 주연의 영화 ‘덕혜옹주’는 8월 3일 개봉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정상훈, 라미란, 윤제문, 김대명 등이 조연으로 열연을 펼쳤다.

[민주신문=김미화 기자] 배우 손예진(34·본명 손언진)이 영화 ‘덕혜옹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덕혜옹주’는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역사가 잊고 나라가 감췄던 덕혜옹주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 권비영 작가의 베스트셀러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 ‘외출(2005)’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종황제의 외동딸로 태어나 대한제국의 사랑을 받고 자란 덕혜옹주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만 13세의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강제 유학을 떠난다. 고국 땅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던 그는 어린 시절 친구로 지내던 장학과 재회하게 되고 영친왕 망명 작전에 휘말리게 된다. ‘비밀은 없다(2016)’,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내 머릿속의 지우개(2004)’ 등 멜로부터 액션까지 다양한 역할로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손예진이 타이틀롤 덕혜옹주로 분해 역대급 인생 연기를 펼친다.

허진호 감독 메가폰 비극적 역사 멜로 박해일과 주연 호흡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이덕혜 역 맡아 혼연일체 호평 일색

영화는 원작 소설의 큰 줄기와 역사적 사실, 그리고 영화의 오리지널리티를 섬세하게 엮어냈다. 덕혜옹주의 삶과 그의 주변 인물들을 보다 입체적으로 그려냈고 역사적 아픔과 한 인물의 개인적인 비극성을 이어갔다. 물론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 덕이다.

“‘덕혜옹주’는 내 운명이었다”

그 중에서도 손예진은 덕혜옹주로서의 기품과 고민, 비극을 관객에게 가장 가까이 전달한다. 황녀로서의 기품을 유지하면서도 홀로 외로움과 두려움을 감내하는 인물의 심연을 연기한다. ‘비밀은 없다’로 두 번째 터닝 포인트를 맞이했다면 ‘덕혜옹주’로 또 한 번 ‘리즈’를 경신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최근에 개봉했던 ‘비밀은 없다’도 해보지 않았던 강렬한 캐릭터였어요. 여러 지점에서. 변신하고 다른 모습들을 봐주셨던 것 같은데 한 달 사이에 묵직한 영화로 돌아왔지만 좋게 평가해주시는 것 같아서 정말 행복해요. 사실 언론시사회 반응이 어떨지 걱정이 많았는데 호평이 많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영화화되기 훨씬 전에 원작 소설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원작 소설의 세밀한 문체는 허진호 감독을 만나 정교하고 촘촘한 매력을 극대화시킨다. 뭉근하게 피어오르는 감정은 영화의 후반부에 끓어오르다 못해 폭발하게 되는데 여기서 허진호 감독 특유의 연출력을 또 한 번 실감할 수 있게 한다.

“시나리오는 원작 소설과는 또 달랐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나 일화들에 나오는 것들에 대해 ‘덕혜옹주’가 디테일 한 지점에 대해 보여주는 것들이 많았어요. 보온병에 얽힌 것들이나 결혼 장면 등 자칫 무겁고 지루해질 수 있는 지점에 대해 경계를 하면서 임했어요. 적은 예산으로 현실감 있게 보여주자는 것보다는 상업영화로서의 감동과 재미, 비극성 등을 적절히 보여주는 것을 선택했어요.”

‘덕혜옹주’는 약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되면서 올 여름 극장가에 천만 영화 후보로 불리고 있는 작품이다. 손예진은 덕혜옹주를 연기하는 게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정말 어려웠어요. 제가 이제까지 연기를 하면서 어떤 인물이라도 단순화하고 싶지 않은 편이었거든요. 어떤 역할을 하든 풍성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그 인물, 하나의 역할이지만 다른 방식의 여러 가지를 하나의 선을 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바람이었는데 너무 제약이 많더라고요. 시대가 명확하고 인물이 살다간 모든 것들이 사진으로 남아있다 보니, 어떻게 접근하고 비극적인 면을 어떻게 표현할 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흔들리지만 흔들리지 않으려고, 아팠지만 너무 아프지는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잘될 것 같아서 10억 쾌척”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는 극이라 하더라도 고증, 진실과 허구, 그리고 왜곡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덕혜옹주는 엄청난 업적을 남긴 위인이나 독립투사가 아니었기에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었다.

“한 여인의 삶이 역사의 운명처럼 비극적이었다는 것, 촬영하면서 덕혜옹주가 실제로 망명 작전에 포함돼있었다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임했던 것 같아요. 관객들이 보고싶은 모습도 분명히 영화 속에 담겼다고 생각하고요. 덕혜옹주가 갖고 있는 마지막 비극성을 보면서 관객 분들에게 큰 울림이 됐으면 좋겠어요.”

‘덕혜옹주’는 타이틀롤을 맡은 손예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사실 덕혜를 일본에서 빼내어 망명 작전을 주도한 김장한이라는 인물이 없었더라면 극의 감동이 반감됐을 것이다. 극중 독립운동가 김장한 역을 맡은 박해일과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다는 손예진은 인터뷰 내내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해일이라는 배우에게는 고마움이 커요. 예전부터 같이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수많은 작품을 하면서 못 만났어요. 서로 다른 길들을 택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같이 한다고 해서 정말 반가웠거든요. 사람 자체가 갖고 있는 믿음과 연기적인 진정성이 있는 배우예요. 끝까지 지켜주는, 보호받고 있는 느낌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사실 저보다 육체적으로 더 힘든 신들이 많았거든요(웃음).”

‘덕혜옹주’는 개봉 전부터 손예진의 제작비 투자로 화제가 됐다. 손예진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영화의 원활한 촬영을 위해 10억원을 투자했다.

“너무 좋은 작품임에도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어요. 사실 영화는 시간을 더 할애할수록 완성도가 높아지거든요. 더 스케일 있게 찍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자금 때문에 축소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생기는 것 같아 배우로서 고민을 많이 하다가 투자하게 됐어요. 사실 영화가 너무 잘 될 것 같기도 했고요(웃음).”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손예진은 “시간이 지나도 거창해지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며 “나이 들어서까지 오랫동안 연기해서 노년에만 표현할 수 있는 눈빛 등을 발하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라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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