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많아 대격돌 예고


 

▲ 여야 원내대표가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합의하면서 차후 각 당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민주신문

여야가 마침내 정기국회 의사일정 합의를 이끌어냈다. 내달 5일부터 국정감사에 착수하기로 합의하면서 정기국회 개회 8일 만에 정상궤도에 오른 셈. 하지만 당장 14일부터 시작되는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각종 쟁점 법안들이 산적해 있어 정기국회가 순항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서민살리기 5대 법안’을 포함한 43개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향후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한나라당과 정부여당의 친서민 정책을 ‘포률리즘’이라 비판하고 있는 민주당이 서로 맞서고 있는 것.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 집권 2년 차에 대한 정권 심판의 성격이 강한 10월 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양당은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입장에 놓였다. <민주신문>이 9월 정기국회 쟁점으로 떠오른 사안을 정리했다.

 
향후 국정운영의 주도권 확보 위해 여야 ‘여론몰이’ 주력

‘예산국회’ 명명한 야당, 4대강 사업과 부자 감세 총공세


1.정운찬 인사청문회 험로 예고

올해 정기국회의 첫 번째 격돌 무대는 오는 21~22일로 예정된 정운찬 총리 내정자 인사청문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정 내정자의 발탁 소식에 민주당은 허탈감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는 상황. 야권의 대권 후보에서 여권의 대권 후보로 급부상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연애는 민주당과 했으면서 결혼은 한나라당과 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민주당은 정 내정자를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시켜 ‘제2의 천성관’으로 만들기 위해 벼르고 있다. 주요쟁점은 ‘훼절’이다. 진보성향의 경제학자 출신으로 대운하·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했던 정 내정자는 누가 봐도 이명박 정부와 노선이 다르다는 것.

실제 정 내정자는 “운하를 건립할 돈이 있으면 대학 등록금을 주는 게 낫다”고 말했으며, “뉴딜 정책을 명분 삼아 토목건설을 활성화해 부동산 거품을 막아보자는 것에 반대한다”고 거침없는 쓴 소리를 해왔다. 그러나 정 내정자는 총리 지명 후 입장을 달리하고 “청계천 프로젝트처럼 친환경적이고 쾌적한 도시를 만들 수 있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경제철학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정 내정자의 ‘소신 발언’의 변천사를 모집하는 가운데 서울대 총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했고, 지난 세월 살아온 과정에 대한 철저한 검증작업에 나섰다. 이미 총리 청문회를 하기 위한 TF는 구성했고, 지난 10일 정 내정자 청문위원으로 최재성·박원우·김종률·강운태 의원을 최종 확정했다.

이밖에 오는 14일엔 민일영 대법관 내정자 청문회가 진행된다. 다음날인 15일엔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내정자와 주호영 특임장관 내정자, 16일 임태희 노동부장관 내정자, 17일 이귀남 법무부장관 내정자, 18일 백희영 여성부장관 내정자, 김태영 국방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가 연이어 열린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상임위별 청문회 준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2.세종시 원안수정 논란 최고조

“원안대로 다 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정 내정자의 발언을 계기로 정국의 초점은 미디어법에서 세종시법으로 옮겨진 모양새다. 정 내정자의 청문회와 9월 정기국회에서 정부여당을 몰아세울 쟁점 사안으로 야당의 비판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지난 9일 나란히 충청남도 연기군의 세종시건설청과 현장을 방문해 여론몰이에 나섰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달부터 계속해온 언론악법 원천무효 투쟁위원회 전체회의를 ‘세종시 회의’로 대체하고 현장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물론 한나라당은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곳곳에서 축소 및 수정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어 충청지역 민심은 날로 악화된 상태다. 여기에 뉴라이트 성향의 단체들이 드러내놓고 세종시 계획 포기를 주장하고,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뉴욕에서 “세종시는 노무현 정권이 박은 말뚝 중 가장 잘못된 말뚝”이라며 세종시의 불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세종시법에 대해 명확한 입장 대신 충청표를 의식한 ‘꼼수’로 비춰지고 있다. 청와대에서 침묵을 지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공조를 통해 세종시법을 정기국회의 주요 쟁점으로 삼아 정부여당을 공격할 계획이다.

 
3.4대강 사업으로 재정적자 심각

세종시법과 함께 이번 정기국회의 최대 쟁점은 이명박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이다. 한나라당이 가장 고심하고 있는 대목도 바로 4대강 사업이다. 4대강 사업이 예산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당내 의원들의 이견도 심상찮기 때문. 이미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4대강 사업기간의 연장 등을 통해 예산편중 우려를 해소해달라는 볼맨 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으로선 내부단속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한 셈.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해명에 나서면서 추진 의사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 예산이 16조원인데 22조원으로 잘못 알려져 있고, 4대강 때문에 내년 예산이 줄어든다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 “4대강 살리기 예산은 유엔환경계획(UNEP) 성장보고서에서 기후변화와 친환경 녹색사업으로 선정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우려를 사고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및 복지 예산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상당수의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주장에도 좀처럼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사업비 가운데 8조원을 수자원공사가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설명을 쉽게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당장 내년에 필요한 예산 6조7,000억원 중 3조2,000억원을 수공이 책임지면서 재정부담은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수공은 4대강 사업에 들어갈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거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야 할 형편이다. 이는 곧 멀쩡한 공기업이 부실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부담이 크다. 수공의 부실은 곧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민주당에서는 “4대강은 곧 민생문제”로 보고 적극 반대할 방침이다. 

 
4.재정악화 원인은 ‘부자 감세’ 

재정악화는 법인세·소득세 인하와 관련된 논란으로 이어졌다. 재정악화를 막기 위해 세수 확대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법인세·소득세를 인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과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감세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맞붙은 것이다.

남경필·신상진·김성식 의원은 감세 2년 유예안을 주장하고 나선 상황. 하지만 당과 정부는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현재로선 감세가 경제위기를 지탱해낼 수 있는 충격 완충지대의 순기능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민주당은 감세정책을 최대의 호재로 여기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미 이번 국회를 ‘예산국회’로 규정하고 각 분야별로 정부의 허점을 공격할 준비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정 대표는 지난 3일 의원연찬회에서 이명박 정부를 양극화 확대정권으로 규정하며 “국가부채가 늘어나고 있는데 금년에만 366조원, 이것이 이명박 정권 말기에는 1,00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명박 정권은 빚덩이 정권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비판했다.

이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도 ‘MB 포률리즘과 재정판단’이라는 정책 자료집을 배포하고 부자 감세와 토목예산 지출로 국가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자 감세 중단, 고소득자영업자 추가세원 발굴, 재산보유과세 정상화를 통해 세수를 확보하는 동시에 4대강 사업 낭비를 줄이고 중산서민층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5대 세제개편안을 마련, 정부의 재정악화 원인을 부자 감세 및 서민증세 정책 때문인 것으로 규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부자 감세 철회 및 서민 감세 확대 정책과 재정 건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조세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5.헌재로 공 넘어간 미디어법

지난 7월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한 미디어법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기국회 운영 합의안 작성 중 민주당은 미디어법 강행처리 사과를 요구했으나 한나라당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헌재를 통해서 미디어법 강행처리의 유효성 여부가 판가름이 난다는 것.

민주당은 지난 10일 첫 공개변론을 시작으로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1차 투표 종료 선언 후 재투표의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무단으로 다른 의원의 투표권을 행사한 무권투표, 수정동의안이 단말기에 수록되지 않은 상태에서 표결 진행을 하는 등 법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의 ‘불법투표 방해행위 진상조사단’은 주선회 변호사가 이끄는 변호인단과 변론 방향, 역할 분담 등 세부 조율작업을 진행중이다.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처리의 적법성을 입증할 충분한 변론 준비를 거쳤다며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장내에서 ▲KBS 결산 및 수신료 인상 논란 ▲방송문화진흥회의 MBC 경영진 퇴진 촉구 등 여권의 방송장악 논란 ▲YTN 정상화 ▲여권의 언론법 밀어붙이기 등의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6.정치개혁 ‘개헌’ 초읽기

이 대통령이 8.15 광복절 축사를 통해 제시한 정치개혁도 본격화된다. 개헌을 비롯해 행정구조, 선거제도 개편 문제가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개헌의 밑그림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마련된다는 게 정부여당 안팎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미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개헌특위를 통해 선거주기 조정과 권력구조 개편을 함께 논의하자고 민주당에 건의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이 대통령과 여권이 국면전환용으로 추진한다는 속내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 따라서 민주당은 여권이 정기국회 과제로 제기한 개헌과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여당과 협상할 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다.

 

7.비정규직법 ‘또’ 격돌

지난 7월1일자로 발효된 비정규직법의 불씨도 아직 살아있다. ‘비정규직 사용기간 2년 제한’ 조항의 시행 유예를 놓고 여야 간 줄다리기를 벌이다 결국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계약해지와 정규직 전환의 갈림길에 놓인 상태. 그러나 아직까지도 여야는 법 시행 유예에 대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노동부는 9월 정기국회에서 2년 단위 계약 갱신 가능안 등을 제시하며 법 개정을 시도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비정규직 보호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여야 간 또 한차례의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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