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 버리고 ‘강인한 모성애’ 연기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 ‘연애의 발견’ 등을 통해 러블리한 매력을 발산해온 정유미가 영화 ‘부산행’을 통해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강단있는 모습으로 색다른 매력을 드러냈다.

[민주신문=김미화 기자] 배우 정유미(33)가 화제의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 제공/배급 NEW)’을 통해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특별 출연한 ‘히말라야(2015)’ 이후 약 1년 6개월만이다. ‘부산행’은 바이러스가 창궐한 상황에서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사투를 그린 재난 블록버스터. ‘돼지의 왕’, ‘사이비’, ‘서울역’ 등 애니메이션으로 전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던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영화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5월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기립 박수를 받은 이 작품에 대한 상찬은 차고 넘친다. 정유미는 극중 남편 상화(마동석)와 함께 부산행 KTX 열차에 탔다 좀비의 위협을 받게 되는 임신부 성경을 연기했다.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강단 있는 모습으로 색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한국형 좀비 재난 블록버스터로 1년 6개월만에 스크린 컴백
극중 만삭의 임신부 성경 역 맡아 마동석과 부부 케미 자랑 


‘부산행’은 한국에서 상업영화로는 처음 제작된 좀비 영화지만 정유미는 그에 대한 부담감이나 걱정은 없었다며 연상호 감독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시나리오가 정말 재미있었다고.

“좀비 소재? 이질감 전혀 없어” 

“좀비를 다룬다는 것에 대한 의심은 전혀 없었어요. 정보도 없고 구현이 어떻게 될지도 몰랐는데 감독님을 만난 후에 믿음이 생겨서 어떤 식으로든 괜찮겠다 생각했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이 궁금해졌고 결정을 빨리 해야겠다 싶었죠. 그리고 감독님을 만났는데 ‘이 감독님과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얘기해주셨어요. 특별한 말씀이 있었었던 건 아니지만 저런 분이 연출하는 영화에 함께하고 싶었어요.”

연상호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출연을 결심한 정유미는 촬영을 시작한 후 좀비에 대한 이질감이 없었다며 리얼한 연출에 감탄했다.

“촬영을 시작하고 현장에서 좀비를 연기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본적도 없는 좀비를 리얼하다고 느꼈어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좀비가 보통 사람 사이에 나타났는데 동떨어져 보이지 않고 리얼하게 보인다는 거 자체가 모순이잖아요. 그런데 자연스러웠고 이질감이 없었어요. 그런 리얼함이 신기했고 그건 연출의 몫이 컸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는 열차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 힘을 다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그린다. 재난 영화인만큼 인물이 지닌 감정보다 재난 상황 속 긴박한 행동을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임신부라는 쉽지 않은 역할을 맡았지만 최대한 다른 생각 없이 시나리오대로 연기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성경에 대한 것은 시나리오에 이미 많이 나와 있었어요. 그리고 이 작품은 저 스스로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가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게 오히려 연기에 더 방해가 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시나리오대로, 그리고 현장에서 주어진 대로 집중해서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다른 배우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것도 중요했다. 특히 마동석(45)과 연기할 때는 마동석 특유의 애드리브 연기가 많은 도움이 됐다.

“마동석 선배님에게는 제가 어마어마하게 좋은 에너지를 받았어요. 굉장히 섬세하시더라고요. 그 짧은 순간에 상대 배우와 깊은 호흡을 나눠요. 선배님이 애드리브를 안 해줬으면 저도 그런 자연스러운 연기가 안 나왔을 것 같아요. 사실 선배님과 호흡을 맞춘 장면이 많지는 않아요. 그런데도 영화를 보고 잘 어울린다고 봐주시니까 신기하고 좋아요(웃음).”

 

“칸 영화제 레드카펫 좋은 추억”

좀비들이 무섭지는 않았냐는 질문에는 이미 좀비가 소재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다면서도 깜짝 놀란 적은 있다고 말했다.

“좀비를 연기하신 분들의 몸동작들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어떻게 저렇게 되지?’하는 생각이 들면서 신기했는데 촬영을 하면서는 익숙해졌고 늘 같이 있다보니까 무섭지 않았어요. 그런데 방심하고 있다가 마주친 적이 있는데 제가 깜짝 놀라서 서로 죄송하다고 한 적은 있어요(웃음).”

좀비에게 쫓기는 모든 이들이 힘들었을 테지만 정유미는 그 중에서도 임신부 분장을 하고 따라오는 좀비를 피해 달아나야 하는 힘든 역할을 맡았다. 이에 대해 정유미는 오히려 다른 배우들이 더 고생이었다고 말했다.

“임신부를 연기하다보니 배는 무거웠지만 다리를 꺾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 정도야 할만했죠. 좀비를 연기하신 분들에 비하면 저는 괜찮은 편이었어요. 운동도 안 했는데 아침마다 배에 모형틀을 차고 왔다갔다 하다보니까 복근도 생기려고 하더라고요(웃음).”

‘부산행’은 지난 5월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칸은 관객 반응이 생중계됐는데 그런 반응까지는 예상을 못했고 보는 내내 같이 호흡한다는 건 처음 있었던 일이라 놀랐어요. 보통 극장에서 같이 웃거나 슬퍼할 때는 있지만 칸에서는 매순간 반응이 나오는 거예요.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랑 그런 적은 처음이라 신기했죠. 좀비를 해치울 때마다 박수 치고 소리치는 거예요. 보통 다른 영화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것들 ‘부산행’이라는 영화로 하게 됐죠.”

지난 20일 개봉한 ‘부산행’은 시사회 이후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두루 얻었다. 예매율도 기록적이다. 흥행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찍을 당시에는 개봉 시점이 딱 정해져 있어서 빨리 못 보여드린다는 게 아쉬웠어요. 그런데 막상 개봉이 다가오니까 시간이 빨리 간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쉬운 것도 있지만 후련하기도 해요. 어떻게 봐주실까가 제일 궁금해요. 모든 영화가 그렇지만 ‘부산행’이야말로 큰 스크린에 걸맞는 영화가 아닌가 싶어요. 저희가 느끼고 재미있었던 것만큼 그게 어떤 식으로든 전해진다면 좋겠어요.”

아직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인간 정유미’를 충만하게 채우는 게 그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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