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서 ‘대통령’… 영욕의 삶

 
지난 18일 85세의 나이로 고인이 된 김대중 전 대통령. 2005년부터 준비해 왔다는 자서전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자서전 작업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출판 전까지 자서전의 내용을 최대한 비밀로 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비서관이었던 최경환 의원도 자서전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자서전의 내용에 대해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책이 출간된다면 상당한 파장이 일어 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김 전 대통령의 자서전 내용을 살펴봤다.
 
자서전에 대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애착은 상상을 초월했다. 고질적인 병세와 고령의 나이에 힘겨워하던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힘으로만 자서전을 완성할 수 없다고 판단, 자신의 구술을 바탕으로 유시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등 전문가들과 함께 초고 집필에 열중해왔다. 2년여에 걸친 김 전 대통령의 구술원고는 5,000페이지 정도의 방대한 분량이다. 입원 이틀 전인 지난달 11일까지도 장기간 구술을 통해 집필에 열중하기도 했다.
 
입원 전까지 집필 열중
 
이러한 노력으로 당초 자서전은 연내 발행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한 번만 더 검토해보자’는 김 전 대통령의 의견에 따라 예정시일 보다 늦어지게 됐다. 결국 발행일은 내년 상반기로 늦춰지게 됐다. 김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자서전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렇듯 생전 김 전 대통령이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던 자서전. 이 책을 둘러싸고 정가는 물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된 관심사는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을까’다.

자서전은 총 2권으로, 전반부는 ‘출생부터 1997년 대선 전’까지, 후반부는 ‘집권 이후’로 될 것이라고 알려졌다. 특히 전반부에선 김 전 대통령의 거친 인생역경을 다루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고 한다. 민주주의의 화신으로서 유신정권에 대항했던 모습, 군사독재 치하에서 정치보복을 당해야 했던 파란만장한 정치인생에 대한 소회가 상세히 기술돼 있다는 것. 또한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는 등 김 전 대통령의 영화 같은 일대기도 상당부분 기술돼 있다고 전해진다.

현재까지 밝혀진 자서전의 세부적인 내용은 중요한 대목 몇 개와 정적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멘트가 전부다. 신군부세력이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의 배후로 지목돼 살인선고를 받은 김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만 빼고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권유했지만 “국민을 속일 수 없다”고 말하며 사형을 선택한 일화, 법정에서 “한국에 민주주의가 정착하려면 반대세력끼리 정치보복만큼은 절대 안 된다”는 김 전 대통령의 소신 있는 발언 등이 자서전 내용 중 하나로 알려진다.
 
옛 정적들에 대한 소회
 
정적에 대한 소회도 포함돼 있다. 유신정권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과 만나려 했지만 차지철 경호실장이 번번이 일정을 막아버린 바람에 불발에 그쳤다”는 일화가 소개된다.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77선언에 대해서는 ‘남북관계를 진전시킨 공로가 있다’고 평가한 내용도 담긴다.

평생의 ‘동지’이자 ‘라이벌’인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지난 87년 대선 때 후보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는 전언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자신을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은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신앙적으로 용서하려 노력했다”며 복잡한 감정을 고백한 내용이 다뤄질 것으로 전해진다.

후반부의 내용은 전반부 보다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김 전 대통령이 1997년 취임이후 ‘햇볕정책’을 통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과정, 자신의 ‘반쪽‘인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얘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외에는 20개 가까이 되는 명예학위와 직접 집필 한 23권의 책들, 연설의 달인으로서 ‘인간’ 김대중을 소개할 것으로 전망될 뿐이다.
강신찬 기자
noni-jjang@hanmail.net
 
<DJ의 ‘옥중서신’>

옥중서도 ‘독서광’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의 배후로 지목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부음모내란죄로 청주 교도소에 복역하게 됐다. 복역하는 동안 김 전 대통령은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29통의 편지를 보냈는데, 이 편지들을 묶어 책으로 펴낸 게 바로 ‘옥중서신’이다.

당시에는 편지의 양이 제한되어 있어서 봉함엽서 한 장만을 쓸 수 있었다. 할 말이 많았던 김 전 대통령은 봉함엽서에 깨알같은 글씨로 장문의 편지들을 써 나갔다.

‘옥중서신’에는 가족의 건강과 염려를 비롯해 정치·경제·문화·종교 등 사회의 전반적인 분야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생각과 비판이 적혀져 있다. 가족에게 보낸 편지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폭넓은 지식의 향연은 대중을 향한 강의록처럼 느껴진다. ‘옥중서신’의 초판은 출판되자마자 바로 금지되어 지금은 헌책으로만 구입할 수 있다.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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