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주면 연구결과로 사죄”

황우석 박사에게 징역 4년이 구형됐다. 2006년 6월20일 첫 공판을 시작으로 장장 3년 2개월 동안 끌어왔던 ‘황우석 사건’이 마침내 종착역에 다가서고 있다. 43번째 공판을 끝으로 이제는 유무죄 여부와 형량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만 남겨놓게 된 것. 지난 8월24일 결심공판에 참석한 황 박사는 줄곧 ‘무죄’를 주장해왔던 것만큼 검찰의 징역 4년 구형에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지만 평정만은 잃지 않았다. “나에겐 소박한 꿈이 있다”면서 “다시 줄기세포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하는가 하면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 법정을 찾은 지지자들에게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이틀 뒤 황 박사는 활짝 웃었다. 경기도의 도움으로 본격적인 연구작업에 나서게 된 것. 오는 10월19일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황 박사는 재기의 발판과 재판부의 온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징역 4년 구형 불구 시·도청에선 ‘황우석 모시기’ 쟁탈전

논문조작 파문에도 학문적 평가 ‘우수’ 실추된 위신 회복세

 

검찰의 징역 4년 구형도 황우석 박사의 재기를 막을 순 없었다. 결심공판이 있은 직후인 8월26일, 황 박사는 경기도와 형질전환 및 체세포 핵이식 기법을 이용한 복제돼지 생산·연구를 위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황 박사는 사람의 특정 질환이 재현되는 복제 돼지 생산을 위해 경기도로부터 연간 4,100만원 어치의 실험재료를 제공받게 됐다.

뿐만 아니다. 논문 조작 사건으로 중단된 광교 신도시 내 ‘황우석 장기 바이오센터’ 건립 사업 재개도 적극 검토키로 하면서 황 박사의 실추된 위신이 회복세로 돌아섰다.

 


김문수, 정치생명 걸고 지원약속

 


물론 일각에선 황 박사의 재기를 돕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황 박사가 데이터 조작 논문으로 연구성과를 부풀려 기업에서 28억원의 연구비와 정부 지원 연구비 등을 빼돌린 혐의, 난자를 불법 매매한 혐의를 받고 아직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어서다.

더욱이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이상 일정 기간의 수형과 당사자의 자숙이 필요한데, 이에 비해 김 지사의 지원은 너무 이르다는 지적이다. 김 지사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황 박사의 연구 지원에 나선 배경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쏠린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황 박사의 ‘건재’를 증명하고 있는 것과 같다.

실제로 황 박사의 학문적 평가는 논문조작 파문에도 크게 훼손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줄기세포 개발과 개 복제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낸 점을 들어 지난 6월8일 ‘2009년 장영실상’ 대상 수상자로 지목되는 영광을 안았을 정도다. 황 박사와 함께 한 연구팀도 변함 없는 신뢰를 보이고 있다.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이 2007년 9월 보건복지부에 체세포복제배아연구기관으로 등록되고, 지난해에는 ‘에이치바인온’이라는 바이오 기업을 설립하여 주주겸 대표이사로 취임한 황 박사의 꾸준한 행보에 상당히 고무되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충북도청, 부산시청, 서울 구로구청 등이 황 박사를 모시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정우택 충북지사는 황 박사가 책임연구원으로 있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을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조성되는 청원군 강회면 오송생명과학단지로 입주할 것을 권유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얼마 전에도 황 박사를 직접 만나 오송 입주 가능성을 타진했고, 그 가능성은 정 지사가 해외출장을 마치고 9월에 귀국하면 구체화될 것이라는 후문이다. 앞서 허남식 부산시장은 지난 7월13일 부산에서 황 박사와 만나 연구 지원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 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판 중이지만 잘 해결되면 황 박사의 명성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어 사전에 인연을 맺기 위해 그를 접촉했던 것”이라면서 “우선 황 박사와 복제견 인도협약을 맺고 나서 오송 첨단단지와 관련 줄기세포 연구 등 추가로 할 수 있는 일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 역시 황 박사의 연구 지원과 그 성과물에 대해 정치생명을 걸었을 만큼 확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나중의 성과에 대해 분명히 책임지겠다”고 강조한 대목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김 지사는 “황 박사의 논문파동으로 인해 세계적 수준에 이르는 수암연구원의 기술력이 갇혀 왔다”면서 “과거의 실수와 잘못, 실패만을 가지고 산업 발전과 지원을 외면한다는 것은 공익을 추구하는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지사는 “현재 판결이 진행 중으로 아직 유죄나 무죄 어느 한쪽만 생각할 수는 없지만 냉정히 판단해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지적돼야 한다”면서도 “황 박사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올리는 등 능력을 갖추고 있고, 수암연구원 모든 관계자들의 연구 역량과 열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평가해 이번 협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복제돼지 성공 여부가 관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김 지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은 황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당뇨병 유발 유전자를 지닌 형질전환 복제돼지가 성공할 경우 당뇨병에 대한 발병 원인 규명과 치료 신약개발 등이 가능해져 국내는 물론 세계 생명공학 분야 산업의 발전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 황 박사의 실추된 권위는 자연히 되찾을 수 있게 된다.

황 박사는 “한가지의 약을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5년으로 개발 단계에서 사람을 대신할 모델 동물이 없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모든 의학자들은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중대동물 개발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형질환 복제돼지 생산을 성공한다면 전 세계 생명공학과 의학 등 관련 사업에 큰 발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황 박사는 “시간을 준다면 과거 불미스러웠던 일을 연구결과로서 사죄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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