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 지우고 팔방미인 ‘출구 없는 매력’

강예원이 또 한 번 의뭉스럽고 어딘가 묘한 미스터리 한 여자로 변신했다. 특유의 통통 튀고 엉뚱한 매력은 잠시 내려놨다. 강예원은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트릭’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편 도준의 곁을 지키는 순애보 아내 영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민주신문=김미화 기자] 배우 강예원(37)이 영화 ‘트릭(감독 이창열, 제작 엘씨오픽쳐스)’으로 스크린 점령에 나선다. ‘트릭’은 시청률에 목을 맨 방송가의 어두운 이면을 다룬 작품. 휴먼 다큐 PD 석진(이정진)과 시한부 환자 도준(김태훈)의 아내 영애(강예원)가 명예와 돈을 위해 도준을 놓고 은밀한 거래를 하는 대국민 시청률 조작 프로젝트를 그린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의문이 제기되며 뉴스화 됐던 방송 조작 파문의 논란을 담고 있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강예원은 남편 도준 곁을 지키는 순애보 아내 영애 역을 맡았다. 출연한 다큐멘터리가 인기를 얻게 되자 점차 방송에 중독되는 양면적인 캐릭터다. 시청률이 올라갈수록 옷차림과 화장, 말투 등이 바뀌는 미묘한 변화를 섬세히 그렸다.

이창열 감독 메가폰 영화 ‘트릭’ 이정진-김태훈과 주연 호흡
대국민 시청률 조작 프로젝트, 드라마 이어 3연타 홈런 날릴까 


올해 저예산 영화 ‘날, 보러와요’와 KBS 2TV 4부작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를 통해 흥행과 작품성 면에서 호평을 받은 그가 ‘트릭’으로 3연타 홈런을 날릴지 관심이 쏠린다.

“예상치 못한 흥행에 얼떨떨” 

무명 연극배우 출신인 영애는 전업주부로 지내다 남편의 폐암 말기 시한부 선고 이후 헌신적인 병간호를 한다. 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남편의 투병생활 소재 다큐멘터리 방송에 출연하게 되고 점점 인기와 대중을 의식하며 변해간다.

강예원은 ‘트릭’의 시나리오가 재밌었다고 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일반인을 연기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다행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 강예원은 지난해 MBC ‘일밤-진짜사나이 여군특집2’와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에 출연해 솔직하고 엉뚱한 매력을 선보인 바 있다.

“물론 도움이 됐지만 예능과 영화 속 다큐는 다른 상황이잖아요. 예능 출연도 도움이 됐지만 그보다도 다큐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그게 더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트릭’ 속 사례와 같은 연기를 정말 하고 싶었어요. 예산이 얼마건 무조건 해야겠다는 마음에 바로 한다고 했죠. 제가 해보고 싶은 상황의 연기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강예원은 올해 ‘트릭’을 비롯해 ‘날, 보러와요’, ‘백희가 돌아왔다’ 등 안방과 스크린을 오가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변신을 위한 의도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날, 보러와요’의 경우 원래 친분이 있던 제작자가 대중들은 모르는 강예원의 여러 가지 면 중에서 어둡고 나약한 부분을 꺼내줬다는 것. 또 ‘트릭’ 역시 정말 우연히 운명처럼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생은 정말 계획대로 안 돼요.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생기죠. 사실 ‘백희가 돌아왔다’의 경우 우려가 많았어요. 처음엔 저도 걱정되기도 했고요. 큰애가 있는 엄마 역할이라니 부담감이 컸죠. 그런데 회피하고 두려워하기 시작하면 항상 두렵고 망설일 것 같았어요. 그러고 싶지 않았고 과감하게 하자고 생각했어요. 조언을 듣지 않고 선택한 결과가 좋게 이어졌어요.”

강예원은 ‘날, 보러와요’의 예상치 못한 흥행도 “하늘이 주신 것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그건 저 때문이라기보다는 감독님, 다른 배우들이나 사랑해주시는 팬분들의 공이 커요. 제 작품 하나하나가 마치 남자친구를 한 명씩 만나는 것처럼 소중해요. 그래서 때로는 두렵기까지 해요. 그 안에서 살 때가 행복하고 오히려 ‘인간 강예원’으로 살 때는 굉장히 불편하기도 해요.”

 

‘믿고 보는 여배우’로 자리매김 

‘트릭’에서 석진은 자신의 방송에 빠져드는 시청자와 방송에 중독돼가는 영애를 보면서 “방송은 마약 같다”라는 말을 한다. 강예원 역시 이 말에 공감했다.

“저도 방송이 마약 같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고 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은 다른 것 같아요. 보여지는 잣대에 올라가 있을 때 누군가 우리를 판단하게 돼있는데 평가를 받는 게 기분 좋을 때도 있지만 두려울 때도 많더라고요. 그래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잖아요. 세월이 지나서 나중에 어떤 사람으로 불리느냐는 어떻게 해왔느냐에 달렸고 지금도 그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내 길을 열심히 걷는 길 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영애는 방송이 중독 같다는 석진의 말을 제대로 보여준다. 과거 연극배우를 꿈꿨던 영애는 24시간 붙어있는 카메라 앞에서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가다듬는다. 강예원은 그런 영애를 보면서 더 큰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카메라가 24시간 붙어있는데 계속 스태프의 눈치를 보지는 않을 것 같아요. 영애가 인터뷰 중 눈물을 닦고 시간을 두고 말하고 하는데 나중에 가면 대놓고 그래요. 그런데 그게 인간인것 같아요. 인터뷰할 때 울면서도 예쁘게 보일까, 눈빛이 얼마나 슬픈가를 보려 거울을 보는데 그런데서 재미를 느꼈어요. 제가 배우가 아니었을 때 내 모습을 담은 것 같기도 하면서 재밌었어요.”

2000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강예원은 ‘해운대(2009)’, ‘하모니(2009)’, ‘헬로우 고스트(2010)’, ‘퀵(2011)’, ‘조선미녀삼총사(2013)’, ‘연애의 맛(2015)’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그리고 어느덧 충무로에서 주연을 맡아 극을 이끌 수 있는 몇 안 되는 여배우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 차기작 얘기가 오가고 있는데 영화가 될 것 같아요. 앞으로 드라마든 영화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제 옆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을 표현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보여드리는 것이 ‘배우 강예원’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강예원은 하고 싶은 연기를 해서 행복하다고 했다. 자신의 길을 걷겠다는 강예원은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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