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비통’ 시민들 오열과 눈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후 1시 43분 세상을 떠났다. 폐렴증세로 입원한 후 건강이 안정세로 접어들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국민들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을 상징하던 지역은 그 어느 지역보다 조문 열기가 뜨겁다. 김 전 대통령의 출생지인 ‘하의도’, 정치적 고향인 ‘목포’, 정치적 동반자 ‘광주’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하의도 주민들은 ‘하의도가 낳은 대한민국의 큰 별이 떨어졌다’며 큰 슬픔에 잠겼다.

생가 찾는 추모객

앞서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화에 앞장선 정치인 둘을 연달아 잃은 슬픔 때문인지 침통함과 비통함은 더욱 큰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대통령의 하의 초등학교 동창생 박홍주(87) 씨는 친구의 죽음에 하늘이 무너진 것 같다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향소는 하의도 면사무소에 마련됐다. 김 전 대통령의 후광리 생가에도 임시 분향소가 설치됐다. 임시 분향소에는 김 전 대통령의 조카 김홍선 씨가 상주 자격으로 조문객을 맞았다.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민주화와 남북화해에 큰 업적을 세운 김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고인의 영정 앞에 애도의 묵념을 보냈다. 일부 조문객 중에는 김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서 오열해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생가에는 서거 직후에 주변 지역에서 찾아온 조문객들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추모 글을 남겼으며 일부 주민은 생전의 모습을 그리며 눈시울을 적신 것으로 알려진다.

정치적 고향 ‘목포’

목포는 김 전 대통령이 유년시절을 함께 한 곳이자 ‘정치적 고향’이다.

목포역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하루 5,000여명의 추모객들이 방문해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했다. 분향소에 내걸린 ‘목포가 낳은 고 김대중 대통령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의 플랜카드는 고인을 떠나보내기 싫은 목포시민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목포시는 애도의 뜻으로 검정 리본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나눠주었다. 주요 간선도로에는 플랜카드를 내걸고 택시와 시내버스 등에도 ‘근조’ 스티커를 부착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김 전 대통령의 모교, 전남제일고(전 목포상고)는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 수업 중 교장이 직접 교내 방송을 통해 전교생에게 알렸으며 고인의 명복을 비는 내용의 추모 현수막을 내걸었다.

정치적 동반자 ‘광주’

김 전 대통령의 분향소는 광주 시장 골목에서 제일 먼저 마련됐다. 광주 대인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정안식 씨가 설치했다. 정씨는 상인들이 멀리 조문을 갈 수 없기 때문에 상인들을 위해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곳을 찾는 추모객은 상인과 손님들로 하루 300여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곳을 찾는 상인들은 “누구보다 서민들의 아픔을 이해했던 대통령이 떠나 가슴이 찢어진다”며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옛 전남도청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는 ‘한반도기’가 등장했다. 시는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남북관계에 각별한 노력을 보였던 만큼 이를 상징하기 위해 한반도기를 통해 대통령을 추모하자는 뜻으로 한반도기를 선보였다. 이 한반도기에는 조문객들이 김 전 대통령을 회고하며 남긴 추모글로 빽빽하게 채워졌다. 김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슬픔과 아쉬움, 그리고 그리움이 가득 담겼다.

광주는 오랫동안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었기에 그를 떠나 보내는 추모열기 또한 매우 뜨겁다.

문수영 기자
trueyoung@ymail.com
 

<분향소 찾아온 경남 노사모 회원>
서거 소식에 새벽 ‘깜짝 방문’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에 4명의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손님들은 김 전 대통령의 비보에 한달음에 달려온 영남지역 ‘노사모’ 회원들이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49재 때까지 봉하마을 빈소와 분향소를 지키던 자원봉사자였다. 당시 큰 슬픔을 함께 하며 진심어린 위로를 건네던 광주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에 보답하고자 밤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것이다.
이들은 김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 앞에 헌화하고 큰절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어 방명록을 통해 ‘참 감사합니다.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한 희생과 헌신, 잊지 않고 이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글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분향소 관계자들과 만나 전 대통령들이 강조했던 영호남의 화합과 상생에 대해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생업에 종사하다 새벽 시간에 찾아와 피로한 이들이었지만, 힘든 내색 없이 경건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김 전 대통령의 영정에 예를 갖춘 것으로 알려진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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