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박원순·안희정 등 "대한민국 균형 발전" 명분 …대선 정국 빅 이슈

 남경필(왼쪽부터)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대선 정국 때마다 분출, '행정 비효율성' 등 비판 비등 

[민주신문=강인범 기자] 여야 잠룡으로 평가받고 있는 광역단체장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수도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대권 경쟁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선을 흔들 빅 이슈로 급부상한 수도 이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수도 이전론이 12년 만에 재부상한 상황에서 정치권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경기·충남권 광역단체장들을 중심으로 수도 이전 주장이 분출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드리이브를 걸고 안희정 충남지사·박원순 서울시장도 이에 화답하는 형국이다.  이들은 여야의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 잠룡이란 공통점도 갖고 있다.

큰틀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윈―윈할 수 있는 전략으로 세종시로 국회와 청와대까지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선 정국이 오자 '충청권 표심'을 잡기 위한 의제 던지기란 비판부터 행정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동부권역 국회의원·시장·군수 간담회'에서 "수도권 규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수도 이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이 자리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과 수도권규제 합리화를 위해서는 수도 이전이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수도권 규제 합리화와 낙후된 경기동부 발전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간담회에 참석한 의원들도 남 지사의 수도권 이전 드라이브에 공감을 표했다.

비박계 중진인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세계가 실패한 수도권 규제를 고집해서는 국가 미래에 문제가 있다"며 "근본적인 체제를 바꾸자는 차원에서 개헌을 통한 수도 이전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송석준 새누리당 의원도 "남 지사가 국토개조에 대해 중요한 담론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며 "과감한 수도권 규제 합리화를 비롯해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개조할 수 있는 수준의 큰 틀에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도권 규제로 인한 난개발과 환경 파괴, 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며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 타당성 있게 접근하고, 규제개혁완화 특위에서 논의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앞서 남 지사는 지난 15일 열린 경기북부지역 국회의원, 시장·군수 간담회에서도 국회와 청와대를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수도 이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국회부의장을 지낸 문희상(의정부갑) 의원도 "수도권 문제 해결을 위한 개헌논의에 대해 기본적으로 취지는 옳다고 생각한다"면서 "국토 균형발전전략이라는 큰 테마 속에서 수도권 문제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경필 주장에 안희정·박원순 공감대

친노무현계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지난 6월 22일 민선 6기 2년 중간결산 기자간담회를 자처한 자리에서 남경필 경기지사의 청와대, 국회 세종시 이전 주장에 대해 "수도권인 경기도의 지사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것에 대해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는 전국민들의 합의된 의제이고 서울시장, 인천시장께서도 뜻을 모아 노무현 정부의 공약이 아니라 대한민국 균형발전을 위한 국민적 요구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 대통령선거 출마여부에 대해 그동안 "도정이 우선"이라고 말했던 틀에서 "저는 국가지도자가 되는데 대해 관심을 갖고 있고 때가 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안희정 불펜투수 등판론'에 대해 "내가 말하는 불펜투수는 보조개념이 아니고 특정 후보의 대체개념도 아니다"라면서 "박원순·문재인 등 많은 선배들에게 대한 후배로서 예의를 갖춘 표현이었지 (나는) 보완재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인구 1000만 수도 서울의 행정의 수장을 맡고 있는 박원순 시장은 남 지사의 수도 이전 주장보다 더 나아가 "훨씬 더 본격적인 자치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5일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출입기자단과 민선6기 취임 2주년 공동기자회견을 갖는 자리에서 인접 지방자치단체 수장으로서 남 지사의 주장에 대한 이같이 밝혔다.

박 시장은 "저는 분권론자, 자치론자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며 "서울시장을 하면서 더욱 절감했다"고 전제했다. 박 시장은 "노무현 대통령 때 행정수도 이전은 잘했다고 본다"며 "그렇게(정부부처 이전) 가고도 서울시가 경제적 활력을 잃었느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은 비지니스 수도로도 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헌이 된다면 헌법전문에다가 분권과 자치의 시대를 선언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서울이기주의라고 할까, 그렇게 되서는 안 된다"며 "서울만 잘 살고, 지방이 다 죽는다면 그럼 서울이 얼마나 오래 번영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서울과 농촌 지방도시들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청와대 국회 이전보다 한단계 더 높은 수준의 수도권 과밀화를 막기위한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선 정국 때마다 분출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대표하는 사례는 세종시다. 수도권에 집중된 행정기능과 인구 자원을 지방으로 이전해 지역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지방민의 바람이 반영된 작품이다. 지방에 세계적인 행정중심 명품도시를 만들어 행정기관을 배치함으로써 포화상태인 수도권의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지방 발전을 유도한다는 목적이었다.

세종시는 2002년 9월30일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해 청와대와 중앙부처를 옮기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문제는 세종시가 충청권 표를 얻기 위한 선거 공약으로 출발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당선 후 '행정수도 건설' 공약으로 "재미를 좀 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격렬한 논란 끝에 2003년 12월29일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총면적 2300만 평, 인구 50만 명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해 중앙부처를 모두 옮기고, 입법부와 사법부는 국회 승인을 받아 이전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강력히 반대해오던 한나라당도 이듬해인 2004년 4월 총선에서 20%에 달하는 충청권 표를 의식해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2004년 7월 '수도이전 위헌 헌법소원 대리인단'이 "신행정수도 건설은 위헌"이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는 그 해 10월21일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 헌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헌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관습 헌법론'을 펼치며 위헌 판정을 내렸다.

당시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수도 이전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대신 수도이전이 아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로 방항을 틀어 계속 추진했다. 국회는 특위를 구성해 논의를 거쳐 2005년 3월2일 충남 연기 공주 지역에 12부4처2청을 이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하고 정운찬 국무총리가 입각한 이후인 2009년 후반부터 세종시 건설 수정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2010년 들어서는 국회에서 친이계 의원들이 중심이 돼 세종시법 수정안 제출을 본격 추진했다.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세종시 수정안 논란에서 "정치에선 신의를 지켜야 한다"며 '원안 고수' 입장을 천명했다.

정부 차원에서 박 위원장 설득에 나서기도 했으나 입장을 바꾸지는 못했다. 자유선진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의 결사반대에 부딪힌 데다 여당은 6·2지방선거에서 패해 추진동력마저 상실했다. 세종시 수정관련 4개 법안은 상임위인 국토해양위에서 부결됐으나, "역사에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명분으로 친이계의 주도로 본회의에 재부의 됐다. 국회법 87조는 상임위에서 부결된 법안이라도 7일 이내에 의원 30인 이상이 요구하면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 표결에 부칠 수 있도록 했다.

본회의 표결은 여야의 대결이기 이전에 이명박·박근혜의 대결이었다. '효율성' 대(對) '원칙'과 '신뢰'의 대결이었다. 박 위원장은 표결에 앞서 찬반토론에 직접 나서서 "미래를 위해선 신뢰가 지켜져야 한다"고 수정안 반대 이유를 밝혔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이어 3년 만에 벌어진 '박근혜 vs 이명박' 대결에서는 박 비대위원장이 승리했고 이후 당의 주도권은 친박계로 급속히 이동했다.

김무성계 "남경필 대권욕" 작심비판

광역단체장들의 수도 이전 주장에 대한 견제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최측근 인사인 김성태 의원은 7일 남경필 경기지사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논평을 냈다. 

김성태 의원은 이날 "대권욕과 대한민국 '수도 이전'을 맞바꾸지 말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남경필 지사의 '세종시 수도이전' 주장을 '대권욕'으로 평가절하하며 노골적인 공격에 나선 셈이다.

김 의원은 "충청인 현혹 공약이라던 남 지사의 비판은 영혼 없는 비판이었냐"며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수도 이전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것은 그 시기나 내용, 명분에서 국민들의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남 지사를 비판했다.

이어 "지난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세웠을 때, 한나라당의 대변인으로서 '충청인을 현혹하는 공약'이라 혹평했던 남 지사가 어떤 연유로 입장이 뒤바뀌었는지 의문"이라며 "당시 남경필 대변인의 말처럼 수도권 공동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지역균형발전 논리로 수도를 옮긴다면, 통일 후에는 다시 이전을 검토할 것인가"라고 남 지사의 과거 전력을 끄집어냈다.

김 의원은 더 나아가 "수도 이전 문제는 역사적, 경제적, 군사적 의미와 그 파급효과까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는 일이다. 청와대와 국회만 옮겨간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며 "가진 것을 나눠서 형평을 맞추는 것은 지극히 전근대적인 발상이고, 수도를 이전하면 자연스레 균형이 이뤄질 것이란 생각은 너무나 기계적인 사고"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들은 정치권의 편 가르기와 지역갈등 조장에 지칠대로 지쳤다. 더욱이 신공항 건설 문제로 홍역을 치른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고, 우리 경제에 암울한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또 한 번의 국론분열을 초래할 '수도 이전' 문제를 더 이상 정치적·경쟁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로 목소리를 높였다.

당 안팎에서는 이같은 김 의원의 '남경필 공격 논평'을 놓고 김 의원 개인 의견으로 치부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 의원이 김무성 전 대표의 최측근 인사인 만큼 김무성계 차원의 남경필 공격이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여권 내에서 최근 남경필 지사 조기등판론이 제기되는 반면, 김 전 대표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데 대해 김 전 대표측이 노골적인 견제에 나선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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