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8·9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청원(8선) 의원과 나경원(4선) 의원의 빅매치 성사 여부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친박계 '서청원 추대론' 뜨자 비박계 나경원 카드 '맞불'
너도나도 "내가 적임자" 배수진, 후보 단일화 최대 변수

[민주신문=강인범 기자] 새누리당 8·9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계파간 당권 경쟁이 치열하다. 친박계와 비박계 모두 당내 중진들의 출마 러시가 이어지고 있지만 확실한 카드가 없다는 고민에 빠져있다. 이에 친박계는 정치 원로 서청원(8선) 의원을, 비박계는 패기의 나경원(4선) 의원을 필승 카드로 빼들었다. 이들의 수락 여부가 관건이지만 일단 빅 매치가 예고된 상태다.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혼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친박계는  좌장격인 최경환 의원이 지난 6일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다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그 날을 위해 평의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권을 비박계에 넘겨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진 상태다.
그럼에도 친박계 중진 인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너도나도 출마를 선언하며 '최경환 빠진 친박계'의 대혼란 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친박의 분화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이 8·9 전당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새누리당 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비박계에선 5선의 정병국 의원과 친박계 한선교 의원은 각각 10일 당권 출사표를 던지며 본격적인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하지만 양 계파 모두 '당권 필승 카드'를 찾지 못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전대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내년 대선 정국을 진두지휘하며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을 차단해야 한다는 절대명제를 안고 있다. 친박계가 비박계에 당권을 넘겨 줄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이에 친박계는 '서청원 추대론'에 올인 하고 있고, 비박계는 이에 맞서 '서청원 대항마'로 나경원 의원을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박계에선 현재 이주영, 이정현 한선교 의원이 공식 출마 선언을 했고,  홍문종 의원 역시 출마 의사가 강하지만 서청원 의원의 거취에 따라 당 대표 출마 여부가 유동적일 수 있다. 여기다 신친박 원유철 전 원내대표도 친박계 상황을 두루 살피면서 당 대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는 이들 주자들로는 전대에서 확실한 승리를 담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서청원 추대론'에 올인하는 이유다.

당초 서 의원은 하반기 국회의장 경선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하며 당권 출마에는 부정적 입장이었지만 친박계는 정치 일정상으로 보더라도 하반기 국회의장과 전대 출마는 문제될 게 없다며 그를 설득하고 있다.
서 의원이 당 대표에 취임할 경우 임기가 2018년 8월까지로, 하반기 국회의장 시작 시점인 2018년 6월에 맞춰 당 대표를 두 세 달 일찍 마치고 국회의장 경선에 나가면 된다는 것이 친박계의 주장이다. 실제 MB정권 당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한나라당 대표를 중도 사퇴한 전례가 있기는 하다.
서 의원은 당 대표 출마 압박이 거세 지자 자신의 지역구에 머물며 장고에 들어갔지만 결국 당권 도전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친박계 핵심 인사는 7일 "아직 서 의원이 결심이 서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서 의원 출마 가능성을 낙관했다.

치열한 눈치싸움

비박계는 겉으로는 서 의원이 출마한다고 하더라도 총선 참패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 70대 중반의 고령의 '올드 보이'라는 점을 들어 해볼 만 하다는 입장이다. 서 의원이 여야를 막론한 정치 원로지만 당의 쇄신·혁신에 적합한 이미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서 의원이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친박계가 서 의원으로 교통정리에 들어갈 경우, 현재 출마를 선언한 비박계 주자들이 서 의원을 상대하기에는 다소 중량감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고있다. 때문에 비박계에서 '서청원 대항마'로 나경원 의원을 내세워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친박계 내부에서도 나 의원 출마 문제를 신경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나 의원은 당내 여성 최다선(4선)으로 서울에서만 내리 3선을 했다. 또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얻은 전국적인 인지도도 강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기존 비박 당권 주자인 정병국 김용태 의원이 그간 친박에 날을 세워왔던 옛 친이계 인사 출신들이라는 점에서 친박계 당원들의 거부감이 커 득표력에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것과 달리, 나 의원은 이들보다 반박 성향이 덜해 득표력 면에서 낫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 의원은 이 같은 당내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서청원 의원의 거취에 따라 자신의 전대 출마 여부도 결정짓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서청원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온다면 전당대회 후 당의 모습이 국민에 가까이 다가가기는 어려운 모습"이라며 "그때는 조금 더 생각을 해보겠다"고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의 지원을 등에 업은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패배한지 불과 3개월만에 전대에 또다시 나선다는 점이 나 의원으로서는 부담스런 대목이다.

▲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이 3일 오전 당 대표 출마 공식선언 발표를 위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단일화 최대 변수

친박계의 고민은 또 있다. 내부 교통정리 문제다.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5선의 이주영 의원을 비롯해 박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이정현 의원이 "단일화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당 대표 경선에 뒤늦게 뛰어든 한선교 의원 역시 "어른들이 학교 반장선거 하는 것도 아니고 본인들의 결심에 의해 출마하는 것이면 끝까지 가야 한다"라며 단일화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 의원은 지난 8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최종적으로 숫자가 너무 많으면 비대위에서도 논의되다시피 컷오프 제도를 이용해 한 4명 정도로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며 "저는 끝까지 갈 것"이라고 경선 레이스 완주 의사를 밝혔다.

후보 난립은 비박계 역시 고민하는 대목이다. 가장 선수가 높은 정병국 의원이 낮은 선수 의원들과 단일화에 먼저 나설 리 만무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확실한 색을 띄고 있는 친박계와 달리 비박계는 김무성계, 유승민계, 과거 정두언계 등 다양한 색을 띄고 있어 계파간 '결'도 다르고 사안에 대한 대응방식도 다르다. 따라서 친박계 당대표가 안 된다는 목표아래 비박계가 하나로 뭉칠지도 불투명하다.
따라서 비박계와 친박계 중 각 계파의 표를 결집시키는 쪽에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후보단일화를 이루는 족에 승리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야기다.

한편 지역적 분화도 전당대회의 변수다. 서 의원이 친박계 대표로 출마한다면 대구경북(TK)이 결집 될 가능성이 높다. 충청권 출신인 서 의원은 지난번 정진석 원내대표가 당선 됐을 때 서 의원이 충청권과 TK세력을 결집한 막후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다만 친박계가 상대적으로 약한 부산경남(PK)와 수도권의 표심을 얼마나 받느냐는 미지수다. 비박계는 반대로 PK와 수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앞서 나가도 TK지역의 표를 얻기 힘들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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