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통 나자 “인체 무해”…뒷북 보상 ‘눈총’
무상서비스에 속아 넘어간 고객들 ‘분통’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국내 정수기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코웨이 얼음정수기 일부 제품에서 발암물질 니켈이 검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더욱이 코웨이는 관련 사실을 1년 가까이 은폐한 것으로 드러나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코웨이에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은 고객들은 집단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준 코웨이. 옥시 사태에 이은 치명적인 인재다. <편집자 주>

코웨이 얼음정수기 일부 제품에서 발암물질 니켈이 검출됐다. 더욱이 제품 결함 사실을 알고도 1년 가까이 ‘무상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은폐를 시도했다는 부도덕한 행위가 드러나면서 사회적 비난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11일 정수기 업계에 따르면 코웨이의 얼음정수기 3종 모델(CHPI-380NㆍCPI-380N, CHPCI-430N, CPSI-370N) 4개의 제품에서 중금속 물질인 니켈이 검출됐다. 해당 정수기는 2014년 4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설치된 제품이다.

코웨이는 지난해 7월 말 이들 얼음정수기의 핵심 부품인 ‘에바(증발기를 뜻하는 단어로 정수기 내부에서 얼음을 만드는 부품)’에서 니켈 도금이 떨어져 나가는 현상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코웨이는 한 발 더 나아가 이후 외부 전문가 등 여러 경로를 거쳐 문제가 된 니켈의 검출 양이 소량이어서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건을 덮어버렸다. 이달 초까지 1년 가까이 중금속 검출 사실을 숨긴 것이다.

▲ 사진=인터넷커뮤니티
호갱된 고객들

코웨이가 비난 여론에 시달리는 것은 고객을 호갱 취급한 사후 대처 때문이다. 고객들에게 사실을 밝히지 않고, 최근 6개월간 ‘무상서비스’ 명목으로 문제가 된 얼음정수기를 교체 또는 수리해왔다. 코웨이 중금속 얼음정수기 피해자 보상촉구카페에 따르면 코웨이는 고객들에게 무상으로 얼음 냉각 속도를 높여주고 전기료를 절약해 준다는 명목으로 문제가 된 제품을 교체해 줬다. A/S 기사들은 문제가 된 얼음정수기 제품들을 점검하면서 “서비스로 무상교체해 준다”며 고객을 속였다. 코웨이는 이런 방식으로 문제가 된 8만7000여개 얼음정수기 중 97% 이상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고객들은 얼음정수기 피해자 카페를 만들어 집단 소송 작업에 착수했다. 4일 국내 한 포털사이트에 ‘코웨이 중금속 얼음정수기 피해자 보상촉구’ 카페가 만들어졌다. 이 카페에는 얼음정수기 피해자로 추정되는 3900명(7일 기준)이 가입했다. 현재 해당 카페는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또 문제가 된 얼음정수기를 사용한 피해 및 의심 사례가 수십 건 올라와 있는 상태다.

시민단체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논평을 내고 집단 소송에 참가하기로 하면서 코웨이 얼음정수기 사태는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5일 논평을 통해 “코웨이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 니켈 가루가 검출됐고, 코웨이는 이를 1년 동안이나 은폐한 채 임의적인 부품 교환으로 무마하려 했다”며 “국내 최대 정수기 업체의 형편없는 실력과 양심의 바닥이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을 기만한 코웨이를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에 의해 고발할 것”이라며 “고객들과 함께 집단 소송 추진도 검토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당국 역시 같은 날 코웨이 얼음정수기 중금속 은폐 논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안전성 조사에 착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국가기술표준연구원 전기통신제품안전과 관계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코웨이 얼음정수기 제품들의 샘플을 확보했다”며 “한국소비자원과 함께 안전성 여부를 조사해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수기 물의 유해성은 환경부가, 얼음정수기의 얼음 제조 및 분쇄 부품 유해성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인증과 검증을 담당하고 있다.

주가 폭락, 후폭풍

코웨이는 얼음정수기 중금속 검출 은폐 사실이 드러나자 뒤늦게 연이은 보상안을 내놨지만 추락하는 회사 이미지와 주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코웨이는 4일 공식입장을 통해 “일부 얼음정수기에서 이물질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해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아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보상 방안으로 문제의 얼음정수기가 설치된 제품에 한해 위약금 없이 해지하거나 제품을 교환해 주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검출된 중금속 양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입장을 내면서 파문은 거세졌다. 코웨이는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확산되자 문제가 된 얼음정수기 모델을 전량 회수하고 고객들에게 렌털료 전액을 환불해주는 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코웨이는 얼음정수기 11만대를 회수해야 한다.

코웨이는 이 여파로 회사 이미지가 추락하고 주가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실제로 SK증권은 7일 정수기에서 중금속이 발견된 코웨이의 목표 주가를 13만원에서 10만9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금융투자업계는 고공질주를 거듭하던 코웨이가 이번 니켈 파문으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는 등 신뢰도에 금이 가 국내 영업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것. 더욱이 해외영업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지분 매각 작업도 미궁 속에 빠지게 됐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후발주자들에게는 기회라는 얘기다. 당분간 국내영업에서 고전이 예상된다”며 “주각 폭락 등 가치가 하락한 것도 치명타다. 리스크를 감안해야 하는 인수 후보자들 입장에서는 선뜻 지분 인수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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