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등 ‘부실 대출’ 비판…개혁안 내놨지만 “알맹이 없다”

 

▲ KDB산업은행 본점 전경.

[민주신문=복현명 기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기업(조선•해운 등)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더욱이 이들이 내놓은 쇄신안은 위기 상황 때마다 반복된 ‘백화점식 나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산업과 수출입은행 등 두 국책은행의 부실한 기업 관리가 조선•해운업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이들 국책은행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구조조정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산업과 수출입은행이 내놓은 쇄신안은 ‘백화점식 나열’과 면피용 대책에 불과해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앞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이 주재한 ‘국책은행 자본 확충 협의체’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국책은행의 철저한 자구계획 선행 등 국민 부담 최소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성과연봉제 확대 실시 등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리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고 해도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 달라”며 성과연봉제 도입이 국책은행에 요구되는 철저한 자구계획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에 산업과 수출입은행은 성과연봉제 확대 시행과 인력 감축 등을 골자로 한 쇄신안을 내놨다. 하지만 해당 은행 노조와 금융전문가들은 성과연봉제와 기업 구조조정 책임 여부는 엄연히 다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에 대한 고민 없이 임금반납과 성과연봉제 확대 시행, 조직 개편만을 쇄신안으로 내놨다는 지적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측은 “국책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국가 기간산업 부실화 원인인 관치 금융 폐해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임금반납만이 살길?’

국책은행들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자구안에 따르면 임직원의 임금반납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는 국책은행이 구조조정 기업에 대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요구하기 앞서 스스로 방만경영에 대해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알리오)에 기재된 두 은행의 ‘직원 평균보수 현황’에 따르면 산은의 정규직 1인당 평균 보수는 지난해 9435만원으로 1년 전 보다 5.1%(460만원) 올랐다. 수은 역시 지난해 1인당 평균 임금이 9241만8000원으로 1억원에 가까웠다.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는 수출입은행에 1조원을 현물출자하면서 수은으로부터 경영진 임금 5% 삭감과 전 직원 올해 임금인상분 반납 등의 자구안을 받아낸 바 있다. 

하지만 임금반납은 여론을 피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위기상황이 올 때 마다 내놓는 해법 중 하나가 임금반납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이미 산업은행은 팀장 이상 직원들의 임금인상분을 전액 반납했고 홍기택 전 산은 회장도 세금과 기부금 등을 제외한 기본급을 전액 반납했다.

붕어빵 닮은꼴 

산업과 수출입은행이 내놓은 쇄신안이 붕어빵처럼 닮은꼴이라는 지적이다. 또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이 혼재됐다는 분석이다. 우선 산업은행은 ‘KDB혁신위원회’를, 수출입은행은 ‘외부 자문단’을 출범해 조직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산업은행은 6대 혁신과제중 하나를 ‘중장기 미래정책금융 비전’으로 삼고 예비중견기업과 중견기업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이어 국내금융기관의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국제 금융시장 참여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는 기존의 자금공급 패러다임을 벗어나 중견기업과 신성장 기업, 해외 진출 지원 등을 강화해 자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역할은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기능과 중복되는 것이다. 특히 해외 PF 산업의 경우 수은과의 업무가 중복될 소지가 높다.

수출입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쇄신안에서 ‘구조조정 전문위원회’를 신설하고 구조조정 관련 인력을 20명 더 충원하기로 했다. 창조개혁센터와 연계해 신규강소기업 발굴을 하고 성장 유망산업 지원도 하기로 했다. 수은도 유망 강소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해 이 역시 기은과 수은의 역할과 중첩됐다.

인사와 연봉과 관련해서는 산은의 경우 이미 도입한 성과연봉제 외에 임원의 연봉을 전년 대비 5% 삭감하고 내년에는 반납하는 게 골자다. 전직원은 올해 임금 인상분을 반납해야 한다. 예산도 삭감해 올해 1.3%에 이어 내년에는 3% 깎는다. 

인력은 올해 3193명에서 내년 2874명으로 10% 줄이고 임원진도 10명에서 9명으로 축소한다. 임직원의 산은 관련 회사의 취업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핵심이 빠졌다

수은도 성과연봉제를 현재 부장급 이상에서 차과장급으로 확대됐다. 임원의 연봉은 5% 삭감하고 전직원은 올해 임금 상승분을 반납한다. 조직 슬림화를 위해 인력도 현재 978명에서 2021년까지 5% 줄이고 현재 9개 본부를 2018년까지 7개 본부로 축소한다. 지점장 사택 4개소도 매각한다. 

이에 일부 노조와 전문가들은 두 국책은행의 혁신안에서 정작 핵심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산업은행 노조 한 관계자는 “인원을 줄이고 임금을 축소하는 게 아니라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부실 책임에 대한 책임자 문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사람은 그대로 인데 조직만 바꾼다고 해서 달라질 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개혁안은 구조조정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장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역시 “두 은행의 자체 혁신방안에 명시한 임금 삭감과 조직 슬림화는 조직 통폐합을 불러 올 것”이라며 “정책금융에 대한 철학과 역할 인식 부재로 인한 혼선은 국가적인 재산 낭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두 은행은 기업 구조조정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단기적인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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