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보실래요”

잠자는 부인·애인 누드사진 올려 사생활 침해사례 다수
미니홈피·블로그 이용 일탈행위 ‘극성’, 일부는 매춘도

디지털 혁명이 세상을 하루가 다르게 만들고 있는 가운데 보수적인 한국의 성 관념마저 뒤바꿔버렸다. 특히 연예인, 누드모델, 포르노 배우 등 특정 영역에만 머물렀던 상업적인 누드가 일반인 대상으로 확대되면서 어둠 속에 숨겨졌던 알몸은 당당히 세상 밖으로 올라왔다.

인터넷의 등장, 디지털 카메라, 휴대폰의 대중화 추세에 따라 누드는 더 이상 특정인들만의 세계가 아니게 됐다. 때문에 관음증과 노출증은 이제 정신병적 현상보다는 당당한 성적 취향으로 인식되기까지 한다. 몰카(몰래 카메라)든 셀카(셀프 카메라)든 이미 통제 불가능의 상황이 된 누드불감증 시대 속으로 들어가 봤다.

셀프 누드의 치열한 각축장은 인터넷의 성인사이트에서 개인 미니홈피나 블로그로 옮겨진지 오래다. 한 개인 홈페이지엔 순도 100% 일반인 누드 사진이 수십, 수백 장씩 올려져 있기도 하다.

‘잠자는 와이프 XX 몰래 찍은 것. 들키면 죽음입니다’라는 식의 글들은 인터넷 성인사이트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유형 중 하나다. 갈수록 소형화된 디카와 폰카는 남성들에게 애인과 부인의 누드를 몰래 촬영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준 셈. 흥미로운 것은 알몸을 카메라에 담고자 하는 욕망이 꼭 남성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점이다.

노출불감증 심각

최근엔 자신의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짧은 치마 차림의 사진이나 비키니 수영복 사진을 올려놓는 여성들까지 생겼을 뿐 아니라 한 술 더 떠 성인 사이트나 불법으로 프로그램을 내려 받는 사이트 등에 옮기는 경우까지 생겼다.

방문객을 늘리고 눈길을 끌기 위해 찍어 올리던 셀카는 섹시 컨셉에서 자연스레 누드까지 확대됐다. 실제로 파격적인 공공노출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으로 유명한 한 남녀 커플은 네티즌의 반응이 자신들을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화시켰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남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노출사진을 찍게 됐다던 30대 초반의 한 여성은 “인터넷에서 내 누드사진을 확인하고, 흥분된 댓글들이 줄줄이 달려 있는 것을 보니까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며 “이젠 사람들이 오가는 공원에서까지 누드 사진을 찍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니홈피와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에서 성과 관련된 단어를 치자 음란 사진·동영상 등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일부 단어는 금칙어로 제한돼 있지만 약간만 변형할 경우엔 수십 개의 음란 게시물을 볼 수 있다.

누드형도 가지각색

셀프누드는 크게 알바형, 과시형, 모델형, 희생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알바형은 성 취향과 관계없이 자신의 몸으로 돈을 버는 ‘반직업적’ 형태를 말한다. 유흥업소 접대부나 성매매 보단 누드 촬영이 그나마 낫다는 것. 여대생에서부터 유부녀까지 그 대상이 폭 넓고 다양하다. 이들의 사진은 모바일, 인터넷 누드 촬영이나 유료 화상 채팅 등의 분야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작업의 특성상 유료성인 화상채팅 아르바이트 등의 영역에 국한되기 일쑤다.

과시형은 얼짱, 몸짱 열풍에 기인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돈벌이와 상관없이 셀프 누드 사진을 찍고 보여 주면서 자기만족의 세계에 빠지는 것. 화상 채팅에 중독된 대성들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모델형은 누드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동경을 갖고 있는 신세대 젊은 여성들의 욕망을 대변한다. 젊은 시절 아름다운 몸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다는 논리다. 이들은 은밀하게 스튜디오를 찾아 온 뒤, 오히려 돈을 내고 자신만의 누드를 남긴다.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섹시한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올리는 유형도 이에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희생형은 자신의 의사완 상관없이 단지 남자 친구나 남편 등의 권유로 인해 누드 이미지를 남기는 여성을 말한다. 이들 중 일부는 셀프 누드나 노출증의 쾌감에 동화되기도 한다.
박지영 기자
blog.naver.com/pjy0925



윤락녀도 사이버폭력에 벌∼벌
인터넷서 업소정보, 매춘 경험담 공유로 난도질

인터넷이 사회 변화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연예인 X파일’ ‘개똥녀’ 사건 등 사이버 폭력과 마녀사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누구라도 네티즌에 한번 잘못 걸리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것.

윤락녀들도 예외는 아니다. 인터넷 시대의 윤락녀들은 최소한의 보호조차도 받지 못한 채 남성 네티즌으로부터 난도질당하고 있다.

윤락업소에서 종사한지 횟수로 2년이 다돼 가는 P양은 “성매매 여성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사실 단속이나 처벌 등이 아니다”며 “정작 두려운 것은 나와 성관계를 가진 남성들이 컴퓨터 앞에서 어떻게 변할지가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P양에 따르면 이들 남성들은 인터넷에 커뮤니티 사이트를 개설해 성매매 정보 및 경험담 등을 다양한 형태로 공유한다. 남성들의 미묘한 경쟁심리와 호기심은 은밀해야할 침대 위 이야기들을 적나라하게 꺼내놓게 만든다. ‘어떤 곳이 시설이 좋다’ ‘어딘 아가씨가 기똥차더라’ 식의 업소정보는 애교에 속한다. 보통은 자신이 경험한 윤락녀의 모든 것을 아무런 생각 없이 공개해 버리곤 한다.

한 인터넷 카페에선 아예 강남권, 강서권, 강북권, 분당·일산권, 경기·수도권 등 지역별로 나눠 경험담 게시판을 만들어놨다. 또 ▲서비스 제대로 받기 ▲명예의 전당 ▲최악의 전당 ▲핸플업소 ▲업소할인 및 이벤트 정보 등으로 정보 공유 게시판을 만들어 업소정보와 아가씨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단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성매매 경험담이다. ‘그녀는 뱀이었다’란 제목의 한 게시물을 보면 ‘이 언냐(언니)의 움직임. 애무와 바디가 합체된…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초절정 변칙 움직이는 뱀신공입니다. 저와 반대의 자세로 누워서 시작해 살과 살을 부비면서 저의 몸을 휘감듯이 움직이다가…’ 라고 쓰여 있다. 문제는 게시물 속엔 성매매 업소와 윤락녀의 이름은 물론이고 불평불만까지도 그대로 쏟아진다는 것.

P양은 “실제로 어떤 남성이 날 찾아와 인터넷에 이렇게 올라왔으니 똑같이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며 “디카, 폰카의 몰카 공포 따위에 시달린 것은 벌써 오래 전 일이 됐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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