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5시, 조문이 시작되자마자 DJ의 전 주치의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가 빈소를 찾았다. 황망한 표정의 허 교수는 생전의 DJ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허 교수가 DJ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당시 야당 당수였던 DJ는 지방자치제 문제로 단식투쟁에 돌입한 후 기력이 쇠해져 병원을 찾았는데, 때마침 허 교수가 주치의를 맡게됐다. 인연은 또 한번 이어졌다. 15대 대선을 앞두고 DJ의 건강 이상설이 나돌기 시작하자 허 교수는 몇몇 의료진과 함께 “아무 이상 없다”는 공식 소견서를 내놨다. 이후 대통령에 당선된 DJ는 허 교수를 청와대로 불렀다. 국립대인 서울대병원이 ‘어의’를 전담해오던 오랜 관례를 깨고 세브란스병원의 허 교수를 주치의로 임용한 것.

사실상 주치의로서 한 일은 건강 증진에 가까웠다. 질병치료 차원이 아니라 예방에 중점을 두고 평소 식습관과 운동, 수면 등에 대해 조언하고 살폈다는 것. 이후 2002년 8월, 허 교수는 대통령 임기를 6개월 남겨놓고 주치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연세의대에서 정년 퇴직을 하게됐기 때문. 하지만 물러난 후에도 DJ를 한 두 달에 한번씩 동교동을 찾으며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DJ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지난달 13일부터는 병원을 통해 건강상태를 매일 밤낮으로 전해 들었다.

허 교수는 “병원에서 전화를 받고 돌아가시기 1시간 전 부리나케 병원에 도착했다”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슬픔을 느꼈다. 아직 할 일이 많으신데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