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공사 재개 내막


 

회장님 소원 이루는데 손실쯤이야

제2롯데월드 공사 재개 내막

일각, 36층 아닌 112층 공사 착수 가능성 높아 불법 소지
롯데, 36층 규모로 공사 시작해 112층 전환 계획 ‘손실도 감수’


롯데그룹이 무산 위기에 놓였던 112층 규모의 잠실 ‘제2롯데월드’ 건설을 본격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롯데그룹은 지난 98년 36층 규모로 인·허가를 받은 이후 ‘제2롯데월드’ 부지에서 7년여 동안 터파기 작업만 하다가 최근 변전소 건립 등 공사를 본격 재개했다. 이에대해 일각에서는 아직 112층에 대한 설계변경 허가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롯데가 112층 규모로 ‘제2롯데월드’ 공사에 착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롯데가 7년여 동안 지연시켰던 ‘제2롯데월드’ 공사를 전격 재개하고 나선 내막을 취재했다.

롯데그룹이 ‘제2롯데월드’ 건설에 나선 것은 지난 94년.
당시 롯데는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세계 최고층’을 내세우며 112층(555m) 규모의 ‘제2롯데월드’ 건설을 추진한다.
‘세계 최고층 빌딩 건설’이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필생 숙원이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별도의 TFT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고도제한 등에 걸려 사업이 중단됐고, 지난 98년에는 당시 고건 서울시장의 반대 등으로 인해 112층이 아닌 36층(143m) 규모로 인·허가를 받았다.
이후 롯데는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짓겠다는 신 회장의 숙원을 버리지 않고 7년여 동안을 터파기 작업만 하면서 의도적으로 공사를 지연시켜왔다.
실제로 잠실 롯데월드 건너편에 위치한 ‘제2롯데월드’ 부지는 지난 98년 허가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거의 공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일부만 주차장으로 쓰이기도 했다.
이처럼 터파기 작업으로 시간을 끌어 오던 롯데는 최근 변전소 건립 등 ‘제2롯데월드’ 건설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36층 규모로 허가가 난 ‘제2롯데월드’에 대해 112층으로 설계를 변경해 허가신청을 냈다.
하지만 롯데는 설계 변경에 대한 허가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올 하반기부터 ‘제2롯데월드’에 대한 공사를 본격 착수했다.
현재 롯데는 공사 현장에 안전벽을 설치하고 건물 높이를 결정짓는 지하 굴토 작업과 함께 변전소 건립 등 실질적인 빌딩 건축 작업에 돌입했다.
특히 롯데는 중단됐던 ‘제2롯데월드’ 공사를 재개하면서 36층이 아닌 112층 빌딩을 염두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2롯데월드‘가 36층 규모로 허가가 났는데도 불구하고 미리 설계변경이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해 112층 규모로 공사를 진행할 경우 불법 내지는 편법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논란이 예상된다.
롯데그룹측은 “허가가 난 36층 규모로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도시계획위원회가 112층에 대한 허가를 내줄 경우 36층 공사에서 112층 공사로 바뀌기 때문에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재계 일각에서는 롯데가 이미 112층에 대한 설계변경 허가를 예상하고 올 하반기부터 112층 규모의 빌딩 공사를 착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36층과 112층 공사는 규모도 크게 차이가 나는데다 설계 자체도 다르기 때문에 롯데가 설계변경 허가가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그동안 지연시켜오던 제2롯데월드 공사를 36층이 아닌 112층 규모로 착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36층으로 허가가 났는데 112층 규모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불법행위”라며 “36층으로 공사를 진행하다 나중에 112층 공사로 변경하는 것 자체도 완전히 공사내용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나중에 112층 규모로 허가가 나더라도 현재는 36층 규모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해 공사비 손실 등을 감수하고라도 세계 최고층 빌딩을 건설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제2롯데월드’ 공사 왜 서두르나

롯데그룹이 지난 7년 동안 중단했던 ‘제2롯데월드’ 공사를 본격 재개한 이유에 대해 재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제2롯데월드 건설이 계속 지연될 경우 신격호 회장의 필생 숙원인 ‘세계 최고층 빌딩’건설이 삼성물산에 의해 무산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높이 700m에 지상 160층 규모의 ‘버즈 두바이’ 건설에 본격 착수했다.
오는 2008년 11월 완공 예정으로 추진되고 있는 삼성물산의 ‘버즈 두바이’가 ‘제2롯데월드’보다 먼저 완공할 경우 신 회장의 숙원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롯데는 ‘제2롯데월드’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제2롯데월드’ 부지 인근에 위치해 고도제한 문제를 야기 시킨 ‘서울공항’에 대해 현재 이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이곳에 ‘미니 신도시’ 개발이 유력시되고 있다는 점도 롯데가 ‘제2롯데월드’ 공사를 서두를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시가 112층 규모의 ‘제2롯데월드’ 허가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롯데가 설계변경 허가를 기정사실화하고 최근 공사를 재개한 배경이 됐다는 해석도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드동안 “롯데가 잠실 제2롯데월드 부지에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짓는 것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서울시-롯데 어떤 교감 있나

112층 규모의 ‘제2롯데월드’는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빠르면 연내 허가문제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국방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허가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다 도시계획위원회에서도 내부적으로 설계변경에 대해 허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계획위원회가 설계변경을 허가할 경우 사실상 세계 최고층 규모의 제2롯데월드 건설이 가능해진다.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이 법적 효력을 갖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제2롯데월드’가 건설될 경우 예산을 들이지 않고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도시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롯데의 ‘제2롯데월드’ 건설을 환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1조2,000억원 정도가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기 때문에 건설경기 부양 효과도 가져다 줄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서울시는 국방부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롯데의 설계변경 허가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롯데도 이러한 서울시의 입장을 고려해 무산 위기에 놓였던 ‘제2롯데월드’ 건설을 본격 재개했지만 허가 없이 112층 규모로 공사를 진행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민 기자
mostev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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