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상대 꽃뱀행각 백태


 

▲ 사진은 영화 "죽어도 좋아"의 한 장면으로 기사의 특정부분과는 관련없음.

“30∼40대도 당했다” 소문 확산, 할머니 꽃뱀 기승
더 큰 것 얻기 위해서라면 성관계도 마다하지 않아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젊은 사람들 못지 않게 활발한 활동을 펼쳐 많은 이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오기 마련이다. 이 같은 노인들의 모습은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고령화 사회를 맞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어쩌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들의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신의 외모로 남성들을 유혹해 사기치는 여성을 뜻하는 속칭 ‘꽃뱀’의 할머니 버전이 등장,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젊은 여성들 못지 않게 할아버지들의 금품을 노리는 이들 할머니들의 사기행각을 살펴봤다.

최근 선릉역 인근에서 만난 노인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밝힌 이모 씨(63).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꽃뱀에게 당한 것이 분명하다”며 “너무 창피해서 어디 가서 말을 꺼내기도 민망할 정도다”고 말했다.

콜라텍, 캬바레에 많아

모처럼 지인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술을 마신 이 씨. 그는 지하철을 이용, 그의 거주지인 성남시 모란동으로 가고 있었다. 하지만 밤 1시를 훌쩍 넘긴 시간에 지하철은 더 이상 운행을 하지 않았다. 그는 역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마침 이 씨 앞에 정차해 있던 택시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가 승차하려던 순간 옆에는 신원을 알 수 없는 나이 든 여성을 확인, 합승여부를 물은 뒤 택시를 탔다. 이후 합승하고 있던 이 여성은 이 씨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기 시작, 이 씨는 합승한 여성과 금방 친해지게 된다. 공교롭게도 이 여성 역시 이 씨의 거주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다.

“괜찮으면 내려서 잠깐 얘기나 하자”는 여성의 말에 이 씨는 순순히 응했고 둘은 순식간에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그렇게 짧은 만남은 술자리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둘은 모텔로 이동, 하룻밤을 보냈다.

하지만 다음날 오전 눈을 뜬 이 씨는 깜짝 놀라게 된다. 늦은 밤 함께 왔던 여성은 사라진 것을 확인한 이 씨는 자신의 목걸이와 시계, 지갑에 있던 현금과 수표 등 총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당황한 이 씨는 전날 알게 된 여성의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하는 등 연락을 취하려고 노력했지만 그가 알고 있던 전화번호는 결번이라는 안내멘트만을 듣는 것 외에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 씨는 “그 때 나에게 너무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만이 들었을 뿐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나이 어린 여성도 아니었고 비슷한 또래 사람을 만났기에 그 사람이 그렇게 도둑질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렇게 쉽게 만난 사람을 믿었던 내가 큰 실수를 했다”며 “이제는 여성이 무섭게 보이고 특히 내 또래 여성들은 더 무서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할머니들의 꽃뱀행각이 젊은 여성들 뺨 때릴 정도의 실력을 선보이며 비슷한 또래의 할아버지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의 범행은 최근 무서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할아버지들이 주의해야 할 신종범죄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들의 주된 범행장소는 콜라텍과 캬바레. 이곳은 최근 깔끔한 복장을 차려 입은 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들은 택시기사에게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택시비용 떼먹기도 일쑤

한 택시기사는 “서울 시내에 콜라텍과 캬바레, 나이트 클럽 주변에서 할머니 꽃뱀을 쉽게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런 할머니들에게 당한 것이 있어 무조건 태우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주변 동료들이 많이 당했고 나 또한 몇 번 당한 적이 있다”고 말한 이 택시기사는 “할머니 혼자 또는 2명이 함께 탈 때가 많은데 대부분 일단 택시를 탄 후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사실 한 푼도 없는데 무작정 타게 됐는데 한 번 봐달라’며 동정심을 유발하는가 하면 무작정 생떼를 쓰는 등의 방법으로 난감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전했다.

그는 또 “중년층의 사람으로 보이지만 전부 60대 이상 노인들이다”며 “요즘에는 할머니 꽃뱀들이 30∼40대의 젊은 사람들을 상대로 자신의 나이를 속이고 사기를 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의 꽃뱀행각은 특히 지방에서는 더욱 심하게 발생되고 있다. 최근 강원도 원주경찰서가 검거한 한 60대 노인의 파렴치한 꽃뱀행각은 할머니 꽃뱀의 전형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경찰에 검거된 피의자 이모 씨(63). 그는 30년 넘는 꽃뱀행각으로 수 차례 경찰서를 드나들었다. 경기도와 충청도, 강원도 일대를 누비며 꽃뱀행각을 벌였던 이 씨의 주된 범행대상은 다름 아닌 장날에서 돈을 많이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70∼80대의 할아버지.

비록 나이는 60대일지라도 겉으로 보이는 외모만큼은 40∼50대로 보였고 수수한 차림의 옷차림과 더불어 먼저 나서서 “연애하자”고 말하는 당돌함은 상당수 할아버지들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이 씨는 이 같은 외모를 전면에 내세우며 많은 각 지역의 장날에 혼자 걸어다니는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말을 건넨 뒤 인근 다방으로 이동, 진한 스킨십으로 할아버지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했다. 당연히 이 씨의 이 같은 스킨십이 주머니 등에서 돈을 훔치기 위한 작업임을 알리 만무하다.

단 둘이 있는 공간이라면 장소도 가리지 않았다. 이 씨는 할아버지를 데리고 인적이 드문 골목길이나 건물 외곽에서 자신의 상반신을 보여주며 진한 스킨십을 유도, 상대방의 주머니를 샅샅이 뒤져 돈을 훔쳤다. 일부 할아버지들은 이 씨와 다음에 또 만날 것을 약속, 또 다시 만나 비슷한 수법을 두 번이나 당하기도 했다.

장터 노인들도 주요타깃

검거 당시 이 씨에게서는 경기, 충청, 강원지역의 5일장 일정과 버스 배차시간표가 발견됐다. 이는 그 만큼 사전에 치밀한 계획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

경찰조사에서 이 씨는 이미 30여년 전부터 이 같은 꽃뱀행각으로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켰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범행으로 젊은 나이에 교도소행이 반복되길 수 차례다. 그는 또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면 때에 따라서 성관계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적극적인 꽃뱀행각을 벌였던 인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할머니 꽃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자 이에 따른 경찰은 할아버지들을 상대로 갑작스럽게 다가온 낯선 여성의 호감에 쉽게 동요되지 말 것 등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최근 할머니 꽃뱀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매우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만큼 낯선 여성을 만날 시에는 특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철현 기자
amaranth284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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